대학병원 간호사가 찾은 나이 제한없고 연봉 높은 이색직업

조회수 2020. 9. 25. 11: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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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회사에만 있다는 '언더라이터'를 아시나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보험이다.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로 목돈이 필요할 때 보험에 가입해 놓았다면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최근엔 빅데이터와 각종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보험이 보장할 수 있는 영역은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험 회사엔 많은 직군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언더라이터(underwriter)’는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다.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라는 용어는 오래 전 영국에서 보험회사들이 ‘이 보험 계약을 맺겠다’는 의미로 계약서 하단에 서명을 했던 관행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언더라이터(underwriter)’는 ‘서명을 하는 사람’ 곧 ‘계약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피보험자의 과거 병력 기록이나 건강 검진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 계약을 최종적으로 맺을지 심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 계약을 맺더라도 피보험자의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일도 맡고 있다. 미래에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는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낮은 보험료를 매기는 것이다.


언더라이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보험 회사는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이 몰려 보험료가 천정부지 솟게 된다. 건강한 사람들은 높은 보험료가 부담돼 보험 가입을 안 하게 되고, 결국 보험 회사의 고객은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만 이뤄져 회사의 존폐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 회사들은 언더라이터들의 일부를 의사나 간호사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한다. 의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피보험자의 위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 언더라이팅팀 김윤경 대리

2014년 1월부터 5년 넘게 한화생명에서 언더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윤경 대리 역시 과거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1년 3개월간 근무했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김윤경 대리를 만나 언더라이터 직업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화생명 언더라이팅팀 소속 김윤경 대리입니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의 과거 병력, 직업, 재정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험 계약을 맺을지 여부 및 보험료 할증 등을 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 이를 속이고 보험 계약을 맺는 것을 방지하는 게 언더라이터들이 하는 일입니다. ”


-한화생명에서 근무하고 있는 언더라이터는 총 몇 명인가요? 

“한화생명 전체 직원은 올해 3월 기준으로 3939명인데요. 언더라이팅 팀 근무 인력은 전체의 약 1% 인 40명 정도입니다. 이 중 30명이 계약 심사 업무를 맡고 있고, 10명은 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 성사된 보험 계약의 심사도 모두 저희들이 맡고 있는데, 요즘은 빅데이터나 AI(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절반 정도는 컴퓨터가 심사를 맡고 있어요. 고위험 피보험자로 분류되는 경우만 언더라이터들이 직접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다 언더라이터를 선택한 계기나 동기가 있나요?
“사실 언더라이터라는 직업은 병원에서 근무할 때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도 정말 보람있지만, 교대 근무나 야간 근무 등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직업입니다. 그래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언더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의사나 간호사는 현재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을 하지만 언더라이터는 과거 병력을 토대로 피보험자의 미래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것에 중점을 두거든요. 개인적으로 언더라이터 업무에 보다 많은 흥미를 느꼈고 적성에 맞는 것 같아 도전하겠다고 결심했어요. 

(간호사와 비교해 연봉은 어떤가요?) 간호사 때보다 상당히 월급이 많이 오른 편입니다. 대형 병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때도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니었는데, 언더라이터로 일할 때가 수입은 더 많습니다.”

출처: 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 언더라이팅팀 김윤경 대리

-타사와 비교해 봤을 때 한화생명 언더라이팅팀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는 근무 연차보다 언더라이터들의 실무적 능력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다른 회사의 경우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자격증이 없어도 특별히 신경을 안 써요. 반면 저희 회사는 연차가 쌓인 언더라이터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권장하고 있어요.


지난 4월엔 미국 언더라이터 자격증인 ‘ALU201’ 시험 준비를 하라며 회사가 저희 팀원 일부를 며칠간 업무에서 제외시켜 주더라고요. 저도 그때 바짝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어요.”


-의료계 경력이 없는 사람은 언더라이터가 될 수 없나요?
“저는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했고, 2012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의학적 지식이나 경험이 있으면 처음 이 일에 적응하는 게 확실히 수월한 편이에요.


하지만 피보험자에게 추후 질병이 발생할 것인지 여부는 그동안 쌓아놓은 고객 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의학적 지식은 필요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과거 심장병 이력이 있는 사람의 미래 위험도를 측정할 때, 그동안 축적해놓은 데이터를 갖고 판단하지 심장병 자체에 대해 깊게 알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정말 위험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의학적 경험과 지식이 필수적이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의학계에서 일했던 사람이 필요한 것이죠. 저희 언더라이팅 팀도 20%는 의학계에서 일했던 경력자들이지만, 나머지 80%는 일반직으로 입사해 팀에 배정된 사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출처: 김윤경씨 제공
김윤경 대리가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로 근무했을 당시

-언더라이터로 일하며 보람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언더라이터는 보통 회사가 고위험 계약을 맺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과거 병력 때문에 보험 가입을 지레 포기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도 합니다. 예전에 큰 병에 걸렸던 사람이라도 예후가 좋으면 보험 가입은 문제가 없거든요. 하지만 ‘난 안될 거야’하는 생각으로 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러 계세요. 이런 분들에게 보험 가입에 필요한 추가 자료 등을 안내하고 보험 계약이 성사되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언더라이터들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우선은 자격증 취득을 들 수 있겠네요. 국내에는 생명보험협회가 주관하는 언더라이터 자격증이 있어요. ‘KLU(Korea Life Underwriting)’라는 자격증으로 총 3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까 말씀드렸던 해외 자격증도 있고요.


그리고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세미나, 포럼에 참석해 업무에 필요한 의학적 지식을 쌓기도 하고 선진 의학 트렌드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회사도 언더라이터들에게 이런 교육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언더라이터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판단력, 종합적인 사고력 모두 중요하지만 저는 지구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더라이터는 계약 심사를 반복하는 직업입니다. 다른 직업도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게 많겠지만, 언더라이터는 반복된 업무 와중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해요. 위험도가 너무 높아 보험 계약을 맺을 수 없을 때 이 같은 사정을 영업 업무를 맡고 계신 분이나 고객에게 잘 설명해 드려야하거든요. 간혹 ‘왜 내가 보험 가입이 안되냐’며 항의하시는 고객도 계신데 기분 나쁘지 않도록 잘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더라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더라이터는 보험업에서 매우 전문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더라이터를 꿈 꾸시는 분들은 보험이나 금융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수적인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보험사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들어가서 금융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셨으면 좋겠어요.


현직 간호사 중에 언더라이터가 되길 희망하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간혹 병원 근무 기간이 긴 간호사 분들이 ‘나이가 많으니 언더라이터로 뽑히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해 도전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 회사의 문은 나이와 상관없이 활짝 열려있으니 과감하게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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