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 개발 발명왕이 의대·공대 고민하는 조카에게 한 말

조회수 2020. 9. 25. 14: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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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김동원 LG전자 연구원, 의사와 공학도 고민하는 조카에게 해준 말

이 시대 최고의 발명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는 매년 최고의 발명가를 뽑는다. 기술 개발로 산업 발전에 기여한 단 한명의 발명가에게만 주는 영예로운 상 ‘발명왕’이다. 올해 발명왕 수상자는 김동원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연구위원. 1996년 LG전자 입사 이후 약 20년 이상 개발자의 길을 걸어온 이다.


◇‘스타일러’·‘트윈 워시’ 등 개발 주도


LG전자는 올 상반기 생활가전 부문 매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간 의류관리기·공기청정기·건조기 등 고품질의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2분기 매출 15조6292억원, 영업이익 6523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생활가전(H&A) 사업본부는 분기 사상 최초로 6조원의 매출 돌파했다. 매출액 6조1028억원, 영업이익 7175억원을 달성했다.


생활가전 중 LG 스타일러의 상승세가 가장 돋보인다. ‘집안의 세탁소’로 불리는 스타일러는 캐비닛같이 생긴 가전제품. 옷에 밴 냄새나 구김을 제거하는 의류관리기다. 2011년 시장에 나왔다. 2015년 옷에 붙은 미세먼지·세균 등이 실내 위생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스타일러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9.6% 증가했다. 2018년 스타일러의 누적 판매량은 20만대.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독일·러시아 등 세계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발명왕’ 김동원 연구위원은 이 스타일러를 비롯해 트윈 워시 등 LG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기발한 가전제품을 개발해 가사 노동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김 연구위원이 출원한 1000여개 이상의 특허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jobsN
올해 '발명왕' 상을 수상한 김동원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연구위원.

-올해 발명왕 상을 받았다. 소감이 어떤지.


“함께 고생한 팀원을 대표해 발명왕 상을 받았다. 제품마다 팀 구성이 다른데 스타일러 개발팀은 CTO 산하 50명 정도다. 스타일러는 LG전자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한 제품이다. 선행 연구 기간만 7년 정도 걸렸다. 2002년 ‘스타일러’라는 제품 콘셉트를 기획해 2006년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제품을 내놨는데 처음엔 고객 반응이 냉랭했다. 매출이 좋지 않을 때 어떤 회의적인 의견을 듣는다 해도 우리(엔지니어)들은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팀원들을 자주 격려했다. 내 말에 책임질 수 있는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타일러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가전제품이다. 이 경우엔 고객의 필요를 어떻게 감지하나. 아니면 LG전자에서 제품을 잘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고객의 필요가 생겨난 것인가.


“실제로 엔지니어들이 제품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에서 많이 하는 고민이다. 이 제품이 시즈 베이스(Seeds Base·기업이 주도해 시장의 필요를 만들어낸 제품)로 탄생했는지, 니즈 베이스(Needs Base·고객의 필요로 탄생한 제품)로 탄생했는지 분석한다. 결론은 둘 다 해당한다는 것이다.


전자제품 중에서도 가전제품은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자세히 분석하면 고객의 필요를 읽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만 해도 생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고급 의류를 입기 시작했다. 앞으로 관리가 까다로운 비싼 옷을 입을 거라 예측했다. 기존 시장에 나온 세탁기·다리미와는 다른 기능을 갖춘 기기가 필요했다. 옷감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옷을 살균하고 구김을 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스타일러다.”

출처: LG전자 홈페이지
의류 관리기기 LG스타일러.

-제품을 기획·구상할 때 어디까지 상상하나.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상상한다. 우리 목표대로 제품을 출시했을 때 고객은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일지, 이 시장은 얼만큼 성장할 것인지 상상한다. 이 과정이 정교하지 못하면 개발을 할 수 없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결론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초기 불투명했던 예측을 점차 수정해가며 선명화하는 과정을 ‘나선형 NPI(New Product Introduction·NPI)’라고 한다. 직선으로 답을 정해놓는 게 아니라 원형 같은 궤도를 그려가며 불확실한 영역을 구체적으로 만든다. 가전제품은 기계공학을 적용한 제품 중에서도 전체 그림을 구상하기 비교적 쉬운 분야로 꼽힌다. 자동차·비행기·열차와 달리 가전제품은 한 명의 엔지니어가 시스템 전체까지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매출까지 생각하면서 개발하는 줄 몰랐다.


“엔지니어도 비즈니스 영역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순수 개발에만 몰두하는 ‘정통파’ 엔지니어들도 있다. 이들은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발명에만 몰두하며 한 우물만 깊게 판다. 반면 사업적 마인드가 있는 ‘사업형’ 엔지니어가 있다. 이들은 제품 관리와 기획, 팀 리더를 맡는다. LG전자 H&A사업본부 어플라이언스연구소에선 투트랙(two-track)으로 엔지니어의 성향을 구분해 인재를 관리한다.”


-‘사업형’ 엔지니어와 그룹에서 비즈니스만 담당하는 경영 팀(기획·마케팅 부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사업형 엔지니어’의 특징은 LG전자의 경영 팀 직원보다 더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괜찮다는 것 아닐까. 우린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때문에 늘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의견과 싸운다. 그때마다 할 수 있다고 조직 내·외부에 설득한다. 엔지니어와 경영직 군과 공통점이 있다면 결국 리더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부분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엔지니어 출신의 훌륭한 경영자들을 배출해왔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과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LG그룹을 이끄는 리더십도 갖춘 사람들이다. 나 역시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나 엔지니어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출처: LG전자 홈페이지
생활가전 LG트롬건조기.

-스타일러는 어떤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에 맞섰나.


“‘누가 세탁소에 양복을 맡기지 비싼 스타일러를 사서 관리하나’라는 의견이었다. 양복 재킷을 하나 맡기는데 2000~3000원 비용을 지불하면 끝이라는 말이었다. 100만원대 스타일러를 사서 몇번을 돌려야 이 비용의 본전을 뽑을 수 있나 하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스타일러는 옷감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게 해주는 기기다. 세탁소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또 일일이 세탁소에 찾아 옷을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시켜주는 장점도 있다. 저렴한 비용이라 해도 매번 세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은 소비자에게 부담스럽다. 종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봤을 때 스타일러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이라고 밀어붙였다. 엔지니어들이 낙관론을 믿어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소통하고 설득하는 능력도 참 중요한 것 같다.”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제 조카가 중학교 3학년이다. 최근 고민을 털어놓았다. 의대를 가야 하는지, 공대를 가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공교롭게도 조카의 아빠는 의사다. 외삼촌과 너희 아빠의 생활을 보고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해줬다. 의사도, 엔지니어도 모두 좋은 직업이다. 하지만 만약 공학도를 희망한다면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물리학·전자공학의 기초 정도는 알고 기업체의 연구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또 긍정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엔지니어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품을 만들어 팔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견디는데 긍정적인 생각이 꼭 필요하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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