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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56억이지만 영업이익은 1억이라는 회사의 뜻밖의 비밀

조회수 2020. 9. 25.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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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로봇이 커피 뽑는 시대 와도 직원 고용할 겁니다."
한화 빈스앤베리즈 박종엽 대표
국내 커피 브랜드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
14년째 안정적으로 일자리 만드는 사회적기업

노숙인, 알코올·도박 중독자, 성매매 피해자, 희귀난치병 환자, 교도소 출소 후 6개월 미만인 사람, 55세 이상 고령자···.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취약계층이다. 취약계층에 속한 이들은 번듯한 직장 갖기가 힘들다. 그런데 전 직원 180명 중 56명이 취약계층에 속하는 회사가 있다. 한화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빈스앤베리즈(Beans&Berries·B&B) 이야기다.


“빈스앤베리즈가 사회적기업인 줄 몰랐다구요? 많이들 그런 반응을 보이세요. 생색내고 싶지 않아서요. 취약계층 고용했다는 이유로 사회적기업이라 하는 건데, 저희는 좋은 인재를 고용해 기업 운영한 거라서요. 거창한 말 붙이면 민망해집니다.” 사회적기업 빈스앤베리즈를 운영하는 한화B&B 박종엽(63) 대표의 설명이다. B&B의 2018년 매출은 약 156억원. 이 중 영업이익은 1억원 정도다. 영업이익은 낮지만 14년째 꾸준히 1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난다. 영리활동에 충실하면서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국내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이다.

출처: jobsN
한화B&B 박종엽 대표.

◇한국 커피 브랜드 만들자는 목표로 출범


한국 커피 시장은 해외 커피브랜드의 ‘격전지’다. 2018년 한국의 커피 매출은 총 6조8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 유럽연합·미국·일본·러시아·캐나다에 이어 6위다.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이다.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132잔)의 3배 이상이다. 해외 커피 브랜드가 한국 커피시장을 눈여겨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타벅스·커피빈 등 해외 커피브랜드는 90년대 후반 국내 진출한 뒤 200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돌입했다.


이 시기 삼성·롯데·신세계 등 대기업도 카페·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화는 2006년 한화갤러리아에서 카페·디저트 전문점 ‘빈스앤베리즈’를 열었다. 이후 빈스앤베리즈는 2013년 12월 한화 B&B로 독립했다. B&B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서울 신설동 사옥에서 박종엽 대표를 만나 빈스엔베리즈 초기 창업 목표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까지의 과정, 현재 상황 등을 물었다. 박 대표는 모기업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에 1986년 입사했다. 2006년 빈스앤베리즈 창업 초창기부터 경영을 맡아 지금까지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다.


-빈스앤베리즈는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나. 기존 커피 브랜드와 다른 점은.


“한국의 특색을 가진 커피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빈스앤베리즈는 기존 해외 커피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차별화해 건강한 메뉴를 내세웠어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베리’가 주 컨셉이었죠. 블루베리와 블랙베리를 갈아 넣은 음료나 딸기를 곁들인 와플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신선한 키위·망고 등 생과일을 넣은 후르츠 빙수 등도 당시 커피 전문점에서 찾기 힘든 메뉴였어요. 지금이야 블루베리가 흔한 과일이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매장 안에 흰색·빨간색·노란색 등 과일을 떠올리는 밝은 색상을 사용한 것도 기존 커피브랜드와 다른 점이었습니다.”

. /B&B 제공

◇양질의 일자리 제공하겠다는 약속으로 출범


빈스앤베리즈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때는 2014년. 당시 대기업이 베이커리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빈스앤베리즈는 한화그룹 사옥이나 사업장·매장 위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는 큰 연관이 없었다. 그러나 대기업이 영세 상인을 망하게 한다는 대중의 편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호텔신라(아티제)와 롯데(포숑) 등 다른 대기업들은 베이커리·카페 사업을 매각했는데 한화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일부 대기업은 식음료 사업을 철수했죠. 한화에서도 빈스앤베리즈를 계속 운영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실제로 로드숍 몇 개는 전면 폐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사업을 철수한다고 능사가 아니었어요.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모두 어디로 가나요? 다른 차원에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어요. 2013년 12월 사회적기업 한화B&B를 분사했죠. 대기업 중 두 번째로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어도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웠을 텐데.


“빈스앤베리즈 매장은 한화그룹 계열사 사옥·사업장 위주로 입점해 있습니다. 현재 한화그룹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 오피스 ‘드림플러스(Dream Plus)’에도 들어가 있는데,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50% 할인이라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외 장소에는 매장을 확장하지 않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장 위주로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골목카페 지원사업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생하는 시스템도 마련했어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푸드트럭·시설장비 등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경영컨설팅·바리스타 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출처: B&B 제공
박종엽 B&B 대표가 영세자영업자에게 골목카페 지원사업 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 B&B는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근로자 전원은 100% 정규직이다. 또 매장 직원 160명 중 35%는 취약계층을 뽑고 있다. 커피나 기타 식음료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 비율을 6년째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의 장점은 안정적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 강점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취약계층을 1순위로 고용한다. 또 이들에게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멘토지원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취약계층 고용하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


박 대표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6년 전에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약해 애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은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사회공헌활동(CSR)과 다르다. CSR을 비유하자면 기업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남은 몫을 나눠주는 행위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물고기를 잡는 과정과 결과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윤을 사회 구성원들과 나눈다.


사회적기업 중에서도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은 고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익을 낸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상 취약계층은 다음과 같다. 가구 월평균 소득이 60% 이하인 자,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인, 성매매 피해자, 청년·경력단절 여성 중 고용촉진장려금 지급 대상자, 북한이탈주민, 가정폭력 피해자, 한부모가족 구성원, 결혼이민자, 갱생보호 대상자, 범죄 구조 피해자, 1년 이상 장기 실직자, 노숙인, 약물·알콜·도박중독자, 희귀난치병 치료자, 교도소 출소 후 6개월 미만인 자 등이다.

. /B&B 제공

우리 주위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직장에서 만나보긴 힘들다. 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이직·퇴사율이 높다. 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하기 꺼려 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화B&B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사명감에 이들을 직원으로 뽑은 뒤 잘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업 문화를 운영하고 있다.


◇“로봇이 커피 뽑는 시대에도 빈스앤베리즈 매장엔 직원으로 북적댈 것”


빈스앤베리즈의 매장 수는 전국 35개. 비록 많지는 않지만 고객에겐 진정성 있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B&B가 사회적기업이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이유는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한다는 측면도 있다.

출처: jobsN
신설동 본사에 위치한 바리스타 강의실 전경.

-사회적기업 중에서도 이직률이 낮고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비결은 무엇인가.


“한화가 대기업에서도 선발주자로 사회적기업을 만든 만큼, 모범적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있어요. 빈스앤베리즈는 단순히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영역을 점점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이 직장에서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중 6년째 시행하고 있는 멘토·멘티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직원들이 단순히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직장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이죠. 회사가 지원해주는 일정 비용으로 근무시간에 원하는 극장·식당·카페 등에서 자율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는 제도죠. 직장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이직률을 낮출 수 있는 데다 고객 대응 서비스도 높아지고 소소한 안전사고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고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저흰 일자리 창출이 사업 목표입니다. 최선을 다해 수익을 내고 그 이익을 직원들에게 돌려줄 계획입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해 좋은 일 했다는 걸 지나치게 생색낸다면 이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빈스앤베리즈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뜻이 일치하는 훌륭한 인재들을 고용해왔습니다. 다만 다른 기업에 비해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거죠. 앞으로도 저희는 이들과 함께 더 많은 매출을 올려 좋은 커피와 디저트로 고객에게 보답할 예정입니다. 취약계층을 넘어 많은 분들께 더 좋은 일자리와 기업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죠. 인공지능(AI) 로봇이 커피 뽑는 시대가 온다 해도 빈스앤베리즈 매장에는 직원들이 북적대는 카페로 남을 겁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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