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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만지는 돈만 120억이라는 이 사람의 직업은?

“하루에 만지는 돈만 120억원어치, 위조지폐 가려내는 게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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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경찰이 유로화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500유로권 310장이었죠. 총 15만5000유로, 원화로 따지면 2억원가량이었습니다. 한 장도 빠짐없이 가짜였습니다. 알고 보니 한 국민이 로마에서 비트코인을 환전해 받아온 돈이었어요.”


유현철(39)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은 위폐감별사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원·외화 감별을 함께 하는 곳이다. 그는 2006년 2월 입행해 2013년부터 원·외화를 감정해왔다. 2016~2018년 우리나라에서 나온 외화 위폐는 2356매. 이 가운데 70%에 달하는 1618매를 위변조대응센터가 찾아냈다. 외화 현찰 업무를 총괄하는 유현철 차장에게 위조지폐 감정 업무에 관해 물었다.

유현철(39)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

출처jobsN

-위변조대응센터는 어떤 곳인가.


“위변조대응센터라는 이름 때문에 지폐 감정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국 영업점에 현찰을 공급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원화는 한국은행에서 받아 공급한다. 은행으로 들어온 지폐 가운데 상태가 좋은 건 다시 유통한다. 낡거나 찢어진 지폐는 한국은행에 돌려보낸다.


KEB하나은행은 원화 포함 37개국 화폐를 취급한다. 37개 나라에서 일일이 지폐를 들여올 수는 없다.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홍콩에 중개은행이 있다. 중개은행을 통해 필요한 외화를 비행기로 공수해온다. 유통하고 남은 돈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지폐는 다시 홍콩으로 보낸다. 외화를 살 때와 팔 때 환율이 다르지 않나. 우리가 해외에서 외화를 들여올 때 쓰는 운송비와 보험료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원화를 외화로, 외화를 원화로 바꿔주기 위해 현찰을 마련하는 것도 위변조대응센터의 일이다.”


-위변조대응센터에 지원한 이유는.


“영업점에서 일하던 중 위조지폐 감별 업무 1기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호기심에 연수를 신청해 6개월 동안 수업을 들었다. 화폐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지폐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또 감별 업무의 전문성에도 끌렸다. 대출·예금·펀드 등 일반적인 업무를 하면서 그 분야 1등을 하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 워낙 경쟁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폐 감별 분야엔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술을 배워 은행에서 1등을 하면 ‘대한민국 1등’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수를 받던 중 위폐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뽑기에 지원했다.”


-교육 때는 뭘 배웠나.


“지폐에 들어간 위변조 방지 기술에 관해 배웠다. 지폐는 나라에서 만드는 인쇄물이다. 그만큼 보안에 신경 써서 만든다. 지폐에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런 기술을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웠다. 교육이 끝난 후 실기 시험을 봤다. 100달러권 100장을 주면서 2분 안에 위폐가 몇 장인지 찾아내라고 하더라. 세어 보니 다섯 장이 위조지폐였다. 정답이었다. 나 포함 1기 연수생 12명 모두 합격했다.”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지폐를 검수하고 있다. 장비 한 대당 가격은 2억원에 달한다.

출처jobsN

-그 기술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일반인에게도 알려진 기술 가운데 하나가 ‘숨은 그림’이다. 우리나라 지폐를 보면 그림이나 글씨가 없는 흰 부분이 있다. 여기에 빛을 비추면 초상화가 나타난다. 지폐를 만들 때 부분별로 용지 두께를 다르게 만든다. 그래서 빛을 비추면 그림자가 초상화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위변조 방지 기술이다.


‘요판 인쇄’ 기술도 쓰인다. 신문이나 잡지는 보통 표면이 매끈매끈하다. 반면 지폐는 표면이 매끄러우면 위폐다. 지폐를 만들 땐 특수 잉크를 쓴다. 표면을 만져보면 잉크가 들어간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돌토돌한 감촉이 느껴져야 진폐다. 일부 국가에선 소액권에 요판 인쇄를 안 한다. 액면가보다 제작 단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화폐는 모두 요판 인쇄를 한다.


확대경을 써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미세 문자’ 기술도 있다. 아주 작은 글씨를 지폐 곳곳에 숨겨 놓는다. 아무리 해상도가 높은 프린터를 써도 이런 미세 문자를 진폐처럼 구현할 수 없다. 위조지폐는 미세 문자가 번져 있기 때문에 가짜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보통 지폐를 발권하는 중앙은행이 대중에 공개하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 10가지다.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 더 많지만, 보안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도 몇 가지 기술이 들어가 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비추어 위폐를 가려내는 방법 등 일부만 안다.”


-위폐 감별 과정이 궁금하다.


“영업점에서 지폐를 보내면 먼저 나라별로 화폐를 분류한다. 감별기에 지폐를 통과 시켜 위폐를 찾아낸다. 기계가 문제가 있다고 판정한 지폐는 직원 14명이 직접 검사한다. 기계는 감별 속도가 빠르지만, 종종 낡은 진폐를 위폐로 판정한다.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손길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하루에 검사하는 지폐 양은.


“하루에 10만장 정도 감정한다. 100달러권이면 하루에 120억원어치를 감별하는 셈이다.”

위변조대응센터에선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지폐를 감별한다.

출처jobsN

-KEB하나은행만 지폐 감정을 하나.


“다른 시중은행도 한다. 다만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은행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우리가 찾아내는 위조지폐가 전체의 70%다. 환전 시장 점유율은 KEB하나·신한·국민·우리은행 네 곳이 4분의 1씩 고르게 나눠 갖고 있다. 그런데 유난히 KEB하나은행에서 위조지폐를 많이 찾아내는 거다. 위조지폐를 못 찾아내고 홍콩 중개은행에 돌려보냈다가 현지에서 위폐가 나왔다고 연락을 받는 은행도 있다.


우리만큼 위폐 감별에 많이 투자하는 은행이 없다. 우리는 예비용 포함 2억짜리 독일산 대형 감별기 다섯 대를 갖고 있다. 또 4000만원짜리 중형 감별기도 3대 있다. 감별기 구매에만 10억원 이상 쓴 셈이다. 어떤 은행에선 감별기가 손님이 들고 온 외화에 문제가 있다고 판정하면 ‘위변조대응센터에 가서 물어보라’고 한다고 들었다. 기계를 써도 정밀검사를 하려면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하니 우리에게 감별을 떠넘기는 거다. 지저분한 화폐만 많이 들어온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직원도 있다.”


-위변조대응센터에서도 못 찾는 위폐가 있나.


“지금까지 나온 위조지폐 가운데 가장 진폐와 가깝게 만든 건 미화 100달러권 ‘슈퍼노트’다. 슈퍼노트는 요판인쇄·숨은그림 등 진짜 지폐를 만들 때 쓰이는 기술이 들어갔다. 국가 단위 인쇄시설을 갖춘 곳에서나 만들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주로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슈퍼노트가 나온다. 그래서 북한에서 슈퍼노트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나도 슈퍼노트를 감별해본 적이 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었더라도 가짜는 티가 난다.”


-일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이 궁금하다.


“우리는 돈을 다룬다. 현금을 분실하거나 정산을 잘못하면 직원이 변상해야 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위폐를 감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외화 가운데 현지에서 더는 쓰지 않는 옛 지폐가 있다. 직원이 이 사실을 모르고 지폐를 사들이면 본인이 사들인 액수만큼 변상해야 한다. 또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해 모든 문이 카드키를 찍어야 열린다. 화장실에 가려면 카드키를 3~4번 찍어야 한다. 보안이 철저해 사고 걱정은 없지만, 가끔 번거로울 때가 있다.”

가장 정교한 위조지폐라는 슈퍼노트.

출처News Media 유튜브 캡처

-인센티브도 있나.


“없다. 위폐 감별이 내 일이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날지 모르지만 수당을 받지는 않는다. 대신 실수하면 돈을 물어내야 한다. 직원도 사람인지라 가끔 실수할 때가 있다. 사람을 속이려고 만든 게 위폐 아닌가. 다만 일정 범위 안에서 은행이 손실처리를 해준다. 아직 수십만원 이상 물어낸 직원은 없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3년 전쯤 10만달러 지폐로 수입차를 사려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100달러가 최고액권이다. 1934년엔 실제로 10만달러권이 있었다. 미연방은행 12곳에서 자금 결제용으로 썼다. 일반인은 구경도 못 했던 지폐였다. 지금은 연방은행에서도 안 쓴다.


10만달러권이 위폐라고 본 수입차 딜러가 경찰을 불러 손님과 함께 위변조대응센터로 찾아왔다. 나는 지폐를 보자마자 위폐라고 했다. 그랬더니 손님이 ‘해외에서 공사대금으로 받은 돈’이라며 ‘네까짓 게 뭘 안다고 가짜라고 지껄이냐’고 욕을 퍼부었다. 경찰이 데려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욕을 하더라. 그런데 어쩌겠나. 위폐를 위폐라고 하는 게 내 일인데.”


-앞으로 계획은.


“가상화폐나 간편결제 서비스 등 새로운 결제 방식이 나오고 있다. 현금을 갖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앞으로 현금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금 유통을 두루 잘 아는 전문가를 여전히 꿈꾼다. 누군가 이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면 ‘KEB하나은행 유현철에게 가보라’는 말이 나오도록 애쓰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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