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4300만원, 잘 교육해서 내보낼 때 뿌듯합니다"

조회수 2020. 9. 25. 17: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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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말을 타고 달립니다" 13년째 말과 함께 하는 그녀

13년째 말과 함께 하고 있다. 이제 말은 그녀에게 가족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말 안장 위에 올라 고삐를 잡고 시합에 나섰던 그녀는 이제 사람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로얄새드 승마클럽 김정연 교관(27)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정연 교관 제공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달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로얄새드 승마클럽에서 교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연이다. 승마 교관은 말을 타는 사람에게 안전하고 재밌게 승마를 가르쳐주는 일을 한다.


-언제부터 말을 탔나.
어릴 때부터 말을 탔다. 아버지가 마사회 직원이셨다. 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승마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말과 함께 하는 삶을 시작했다. 승마부가 있는 서울 서초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단국대학교 운동처방재활학과에 진학해 승마부에서 계속 말을 탔다.


15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한국마사회 학생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다. 대학 입학 후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는 한화 갤러리아 승마단 선수로 활동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승마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

김정연 교관 제공

-승마선수로 활동한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승마 경기에 참가했다. 승마 경기는 선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선수의 컨디션만큼 말의 컨디션도 중요하다. 말도 사람처럼 이유없이 예민한 날이 있다. 그래서 어려운 운동이다. 말과 친해지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거의 매일 훈련했다.


승마 경기는 크게 생활체육 시합과 엘리트 시합으로 나눈다. 생활체육 시합은 주로 취미로 말을 타다가 시합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경기다. 비전문적으로 말을 타는 사람들이 나간다. 엘리트 시합에는 주로 전문적으로 말을 타는 사람들이 나간다.


생활체육 시합과 엘리트 시합 중 원하는 경기를 골라서 참가할 수 있다. 특별한 조건은 없다. 아무래도 엘리트 시합이 더 치열하다. 대부분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취미로 승마를 하는 사람들도 나갈 수 있긴 하다.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상을 받거나 높은 순위에 오르기 힘들다. 대회는 1년에 평균 10~11회 정도 열린다. 보통 3월부터 11월 사이에 진행한다. 너무 춥고 더울 땐 하지 않는다.


종목은 종합마술, 장애물, 마장마술, 폴로경기, 마차경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마장마술, 장애물 시합을 많이 한다. 마장마술은 말을 타는 자세를 본다. 코스를 외워서 탄다. 심판이 말을 얼마나 아름답게 타는지 보고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장애물 시합은 말을 탄 채로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장애물을 툭 건드리거나 떨어뜨리면 감점이다.

김정연 교관 제공

-승마교관이 되려면.
승마장마다 면접과 실기시험을 본다. 말을 타는 자세와 대처 능력을 본다. 또 말을 얼마나 잘 길들이는지 본다. 원하는 방향으로 말을 이끌어야 한다. 동물이니까 돌발행동을 한다. 그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본다. 말을 많이 타 본 사람은 위급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 지 안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말이 앞발을 동시에 올릴 때가 있다. 말을 잘 다루지 못하면 그대로 뒤로 넘어진다. 말이 앞발을 들면 고삐를 한쪽만 잡아당겨야 한다. 말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갑자기 한쪽 발만 당겨지만 말은 균형을 잃고 다리를 땅에 떨어뜨린다.

김정연 교관 제공

승마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고, 승마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승마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 발표한 ‘2017년 말산업실태조사’를 보면 승마를 즐기는 인구는 2016년에 비해 1만292명이 증가한 94만871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은 약 5만명에 이른다. 2016년에 비해 1841명(3.9%) 증가했다.


-승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승마를 배우려고 하는 회원들이 늘었다. 승마는 장점이 많은 스포츠다. 점점 많은 사람이 승마의 좋은 점을 알고 찾는 것 같다. 승마는 자세 교정에 도움을 주고, 균형 감각을 키우는 데 좋다. 또 심폐 기능을 증진시키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승마는 전신운동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 동물이랑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거의 없다. 동물과 교감하며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승마라는 운동은 말과 감정을 나누지 않고 놀이기구처럼 탈 수 없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말과 친해지면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김정연 교관 제공

-승마 강습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첫날부터 속도를 내진 않는다.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한다. 너무 무서워하는 분은 교관이 앞에서 말을 끌고 같이 다니기도 한다. 수준별로 맞춰서 진행한다. 크게 위험하거나 무섭지 않다.


말의 키는 보통 160~165cm다. 말 등에서 제일 높은 부분을 잰 길이다. 사람이 말을 탔을 경우, 지면으로부터 총 2m정도의 높이에 있다. 타면 더 높게 느껴진다. 시합에 나갔을 때처럼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릴 경우 체감상 자동차를 타고 시속 60km로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직접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때문이다.


-승마 강습료는 얼마인가.
아무래도 주중이 주말보다 더 싸다. 또 그룹레슨이 개인레슨보다 더 저렴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로얄새들 승마클럽의 경우 그룹레슨의 경우 수업 시간은 45분이다. 가격은 주중 1회에 9만원이다. 주말에는 11만원이다. 개인레슨의 경우 수업 시간은 50분이다. 주중 1회 14만원, 주말 16만원이다. 10회권으로 사면 더 저렴하다.

김정연 교관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
오랜 시간 함께한 말이 있었다. 랜드그라핏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이었다. 산통 때문에 갑작스럽게 죽었다. 충격을 받아 대학교 2학년 때 1년간 승마를 쉬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 말은 배앓이 때문에 죽는 경우가 잦다. 토를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소화불량 같은 것이다. 장이 잘 꼬인다. 운동하는 시간 외 마방에만 갇혀 있는 것도 소화불량의 원인이다. 동물이니까 말도 못 하고 발을 구르기만 한다. 사람이 늦게 발견하거나 말이 둔한 경우 늦게 알아차린다. 보통 수술을 하지만 너무 늦으면 손을 쓸 수 없다.


말과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마치 애완동물 같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같다.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말도 똑같이 한다. 강아지가 주인을 보면 달려와서 몸을 기대는 것처럼 말도 주인을 알아보고 다가와서 몸을 비비댄다. 덩치는 크지만 정말 귀엽다.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애틋하다.

김정연 교관 제공

-일하면서 보람 느낄 때.
교관으로 일하면서 가르치고 있는 회원들의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처음엔 무서워 하던 회원들이 어느새 말과 친해져 잘 타는 모습을 보면 좋다. 또 회원들이 말을 타면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걸 보면 덩달아 행복하다.

 

또 교관 일을 하면서 말 경매 홍보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말 경매는 회사 사업 중 하나다. 국산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제주도 한화목장에서 말을 교배해 생산하고 있다. 말이 자라면 승마장으로 데리고 온다. 말을 훈련 시킨다. 말들을 교육해 사람이 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후 경매에 내보낸다.


회사에서 지난 5월 '제3회 국산마 경매’를 열었다. 생산하고 교육해서 내보낸 말들을 다 팔았다. 우리나라 말이 과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한 마리당 가격은 5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였다. 말마다 혈통과 능력이 다르다. 혈통이 좋은 말이 더 비싼 값을 받는다. 아빠나 엄마 말이 대회에서 상을 탔거나 유명하다면 새끼말은 가산점을 받는다. 이번에 가장 비싸게 팔린 말의 아빠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탔던 말이었다. 4300만원에 팔렸다.


또 말의 능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말을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경매하기 전에 타볼 수 있다. 말이 장애물을 잘 넘거나 빠릿빠릿하다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수입이 궁금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근속연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 회사마다 계약조건이 다르다. 회사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 수강생 레슨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받는다.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다면 월 몇 천만원까지 버는 사람도 있다. 보통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거나 수상 경력이 많은 사람들은 인센티브의 80%를 가져간다. 나머지 20%는 회사의 몫이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승마를 즐겼으면 한다. 또 말 시장에 국산마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보통 외산마가 국산마보다 경주 능력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국산마의 경주 능력도 우수하다. 요즘 국산마 대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 말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홍보일을 더 열심히 해서 국산마가 더 널리 퍼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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