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친구'는 잘나가는데..압구정 출신 햄버거의 몰락 이유

조회수 2020. 9. 25.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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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탄생한 국내 버거 브랜드..20년 뒤 운명은 달랐다

요식업은 창업 1순위 아이템이다. 비교적 소자본을 갖고 가게를 차릴 수 있는데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침이 심다는 것이다. 폐업도 많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자영업 폐업률은 87.9%(2017년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영업 폐업률이란 5년 이하의 신생기업 중 기준 연도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의 비율을 뜻한다. 음식점 폐업률은 92%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최근 국내 외식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19년 1분기 외식업경기지수는 65.97로 작년 1분기 69.45에 비해 급감했다. 올해 초 한국 M&A 거래소에 올라온 가공품·식음료 프랜차이즈만 15개 이상이다. 놀부 부대찌개·매드포갈릭·스쿨푸드 등 한때 잘 나갔으나 지금은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업체들이 매물로 나와있다. 

올해 초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프랜차이즈 브랜드

위기의 순간에도 전략을 잘 세워 끝까지 살아남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있다. 바로 맘스터치다. 맘스터치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창업한 브랜드로 창업 초기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가성비’를 내세운 전략이 통했다. 맘스터치는 롯데리아에 이어 전국에 2번째로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한 토종 버거 프랜차이즈다.

◇같은 해 출발한 맘스터치와 크라제 버거의 엇갈린 운명


1998년은 소비심리가 한껏 위축됐던 해다. 이 해엔 유명 버거 브랜드 2개가 등장했다. 하나는 서울 쌍문동에 매장을 연 작은 버거 가게 맘스터치. 다른 하나는 서울 압구정동 고급 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다. 사업 초창기에는 크라제버거가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맘스터치만 살아남았다. 


맘스터치는 처음부터 ‘저렴한 가격’을 추구했다. 맥도날드·KFC 등 대형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에서 5000원대 버거를 출시했을 때도 햄버거 가격을 2000~3000원으로 유지했다. 10년간 따로 광고를 하지도 않았다. 더 싸고 푸짐한 양의 햄버거를 내놓는데 주력했다. 2005년 출시한 맘스터치의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는 ‘입찢버거’로도 불린다. 햄버거가 너무 커 먹다 보면 입이 찢어질 것 같아 생긴 별명이다. 현재 가격은 3400원. 맘스터치 매출의 50%는 싸이버거에서 나온다.

출처: 조선DB, 맘스터치 TVCF 캡처
맘스터치 정현식 대표와 맘스터치 광고 속 버거 이미지.

처음엔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한 핵심 상권보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학원가나 골목 등에 매장을 냈다. 종각역은 2층, 명동점은 5층에 들어서 있다. 매장수 부풀리기보다 생존을 목표로 한 가맹점 계약이었다. 점주들의 임차료 부담을 줄어주자는 취지도 있었다. 맘스터치는 2004년부터 꾸준히 성장했다. 2014년 매출은 794억원, 매장수 559개였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작년 매출은 2845억원. 맘스터치는 현재 전국 118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버거킹·KFC보다도 매장수가 많다.


맘스터치와 같은 해 출발한 국내 토종 버거 브랜드 크라제 버거는 ‘가성비’보다 ‘프리미엄 전략’을 취했다. 서울 압구정·청담동 등 임대료 비싼 지역에 점포를 냈다. 고급화 전략은 초반엔 큰 성공을 거뒀다. 연매출 300억원 이상을 기록했던 때도 있었다. 43개 직영 매장에 가맹점을 포함해 100여개의 점포를 운영했다. 미국·중국(상하이)·싱가포르 등 해외까지 진출했다. 크라제버거는 2011년 최고 매출 366억원을 기록했다.

출처: 크라제버거 홍보 영상 캡처
크라제 버거 매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던 2000년대 초반

그러나 무리한 확장으로 결국 위기에 몰렸다. 해외에 진출한 매장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2014년 3월 나우IB캐피탈은 크라제버거를 149억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비슷한 형태의 버거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차별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자 나우IB캐피탈은 2016년 7월 법인 매각을 추진했다. 사겠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 달 후 회생절차를 밟았다. 2017년 LF그룹 계열사인 LF푸드는 크라제버거의 상표권만을 10억원대에 인수했다.


이용훈 한국기업평가(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크라제는 식품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이 총비용의 65%를 차지한다"고 2013년 크라제버거 재무제표 평가에서 밝혔다. 총비용이란 생산요소를 구입하는데 지출한 금액이다. 고급화 전략이 독이었다는 말이다. 

◇명품이거나 초저가거나···애매하면 지갑 닫아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선택권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은 ‘애매한’ 상품을 외면한다. 소비자 구매 패턴은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경쟁에서 진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소비시장에는 결국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만~3만원대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이 폐업하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출처: 조선DB
한때 많은 사람들이 모이던 한식뷔페. 최근 폐업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2013년 국내 외식시장에 큰 인기를 끌었던 ‘한식뷔페’는 이제 인기가 시들해졌다. CJ푸드빌은 계절밥상 판교점을 오픈하며 국내 한식 뷔페 시장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계절밥상 매장은 2015년 33개, 2016년 45개, 2017년 54개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랜드파크의 자연별곡 역시 2014년 17개로 시작해 2016년 46개까지 키웠다. 신세계푸드 올반 매장은 2017년까지 15개에 달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한식뷔페 매장은 늘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수가 급감했다. 현재 주요 한식뷔페 운영 업체들은 신메뉴 개발·차별화 전략에 공들이고 있다. 과거 1시간씩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한식뷔페지만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밀려 설 곳을 잃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와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층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한 사람당 수만원씩 드는 한식뷔페는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경찰서 식당·점심에만 운영하는 호프집 식당 찾아 


그렇다면 요즘 뜨는 맛집은 대체 어디일까. 바로 관공서 구내식당이다. 서울시내 경찰서 식당이 시민 사이에서 인기다. 일반인에겐 4000원에 판매해 저렴한 데다 원하는만큼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자율배식 형태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가장 인기 많은 맛집 경찰서는 서울 용산서. 올 상반기 일반인에게 식권을 월평균 985장씩 팔았다. 

출처: 아리 네이버 블로거 아리(@cynoleg1) 제공
동작경찰서 식단표와 메뉴.
출처: 유튜브 윤호찌(@윤호찌) 채널 캡처
유튜버 윤호찌는 구내식당 먹방을 콘텐츠로 맛집탐방기를 촬영한다. (왼) 대검찰청 구내식당, (오) 우체국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

‘저렴한 밥집’을 찾는 고객들은 대낮에 호프집을 찾기도 한다. 서울 광화문에는 ‘6000원 점심 뷔페’가 늘었다. 심야에 치킨과 맥주를 판매하는 호프집은 영업하지 않는 점심시간에는 빈 테이블을 이용해 한식 뷔페를 만들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 퇴근시간이 빨라지면서 매출이 줄어들자 떠올린 아이디어다. 서울 유명 맛집이 모인 그랑서울빌딩 뒤편 호프집에는 ‘6000원 뷔페’를 찾은 직장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옥토버페스트 종로점은 광화문 인근에 오래전부터 점심 뷔페를 운영하고 있는 호프집이다. 평일 점심 방문객은 400~500명 정도. 프랜차이즈 치킨집 중 광화문에서 이렇게 점심에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회사는 5곳 정도다. 가격은 대부분 6500원 이하다. 옥토버페스트 점주는 지난달 포시즌스 호텔 옆 한 치킨집을 빌려 새 점심 뷔페를 시작했다. 점심시간만 가게를 재임대한 것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작가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찾는 가성비 좋은 식당이란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식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김 작가는 “흔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말을 저렴한 가격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선보이고, 가격을 경쟁업체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때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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