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오시는 건가요? 대답이 없으시네요"..사업주들의 눈물, 간절한 호소

조회수 2020. 9. 25.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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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싫어요" 손님 망신 주는 사업주.. 방지 애플리케이션도 등장

“비 맞아가며 플라스틱 의자를 구해 닦고 기다렸는데···약속시간 몇분 남기지 않아 학교 관계자가 찾아왔습니다. 취소한다는 말만 남긴 채 가버렸습니다.”


제주에서 국토대장정을 하던 대학생들이 현지 카페에 단체 예약을 했다가 예약 시간 직전에 일방적으로 취소(No Show)해 무책임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행사를 주관한 학교와 총학생회 측은 사과했다. 대구대와 영남대 학생 약 120명은 7월17일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제주도 국토대장정’을 했다. 대구대 측은 19일 오후 2시 30분쯤 학생들이 쉬며 차를 마실 곳을 물색했다. 김녕해수욕장 근처의 한 카페를 예약했다.

출처: 소셜미디어 캡처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60명 단체 노쇼 고객을 고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날 카페 사장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에 “60명 단체 예약 문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학생들은 카페에 다 젖은 채로 방문해도 괜찮은지 물어봤다. A 사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흔쾌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대구대 측은 오후 5시30분까지 한라봉차 60잔을 일회용잔에 준비해달라고 했다. 사업주는 5시10분까지 기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약속시간 직전, 학교 측 관계자가 카페를 찾아왔다. A 사장은 관계자가 “(학생들의 방문을) 취소한다”는 말만 남기고 갔다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이미 차를 준비해놓은 상태라고 했는데도 무작정 취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A사장이 올린 게시물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퍼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대 측은 공식 페이스북에 학생처장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20일 오전 대학 관계자와 총학생회장 등이 해당 카페에 방문해 사과 말씀을 전했다는 내용이다.

출처: 대구대학교 총학생회
대구대학교 학생들이 국토대장전을 하고 있는 모습,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손님이 예약을 했다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업체들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6년 조사한 예약 부도 실태 조사 보고서가 있다. 노쇼로 인해 5대 서비스업종(음식점·병원·미용실·고속버스·소규모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액 손실액은 4조5000억원. 식자재 납품업체 등 연관 제조업체들의 손실까지 합하면 총 8조2800억원에 달한다.


◇’노쇼’ SNS에 고발하는 사업주


소셜외식경영연구소 조건섭 대표는 “노쇼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주가 입는 피해에 대한 소비자 공감부족”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손해 볼 것 없으니 안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라고 덧붙였다. 노쇼에 대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기보단 오히려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권익만큼이나 책임도 중요하다. 최근 사업주들은 노쇼 손님들에게 입은 피해를 소셜미디어에 고발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노쇼'라는 해쉬테그를 검색하자 사업주들이 입은 노쇼 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 10월 한 대형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주의 소셜미디어. 테이블에 상차림만 있고 손님은 하나도 없는 사진이 올라왔다. 한 회사가 저녁식사로 400명분을 예약해놓고 ‘노쇼’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식당 주인 A씨는 사진 설명에 ‘사고 한번 치셨습니다’, ‘400명 노쇼’, ‘같은 회사에 3번째’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롯데건설 측의 대규모 예약부도 건으로 화가난 식당 점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예약한 손님은 롯데건설이었다. 이들은 경쟁업체와 재건축 수주를 놓고 선정업체에서 밀려나자 회식을 취소했다. 롯데건설 측은 “예약한 사람은 400명이 아닌 300명”이라고 주장했다. 300인분을 예약하며 60만원을 보증금으로 걸었다고 했다. 이후 재차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식당 주인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사업주는 자신의 글을 퍼간 커뮤니티에 글을 삭제해달라 요청하며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예약제 악용하거나 적반하장으로 따지는 손님도 있어


레스토랑에 피해를 주려고 고의적으로 ‘노쇼’하는 손님도 등장했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키즈존 식당 X먹이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맘카페에서 얻은 꿀팁인데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정신 차리길 바란다”며 글을 이어갔다. 작성자는 “노키즈존 식당에 가서 비싼 요리들로만 20명 정도 단체 예약한다”고 했다. 나아가 기왕이면 회같이 고급스러우면서 재활용을 할 수 없는 메뉴로 예약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작성자는 예약시간 5분 전에 전화해 “가려고 했더니 노키즈존이네요? 애들 받아주는 식당으로 갈게요라고 말해라”라고 덧붙였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선DB
2017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기적인 노키즈존 엿먹이는 방법'. 고의적으로 노쇼를 해 사업주에게 피해를 입히자는 내용이다. 오른쪽은 강릉의 한 횟집에 단체석을 예약한 손님이 오지 않아 테이블이 텅 비어있는 모습.

고객들의 노쇼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 서울 성북구 수제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는 변 모씨는 단체예약을 했다 취소한 손님에게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변씨는 “손님이 저녁 8시에 25명분을 예약한 뒤 시간을 미루다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손님 여럿을 되돌려 보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변씨가 손님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우리 펍을 이용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손님은 “말을 싸가지없게 하시네요”라는 거친 답변을 보냈다.


◇노쇼 방지하는 앱도 등장


노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노쇼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앱 ‘노쇼노노’. 손님이 전화를 걸면 해당 전화번호를 추적해 이 손님이 노쇼할 확률을 알려주는 어플이다. 고객의 과거 노쇼 이력이 스마트폰에 뜨기 때문에 고객의 예약 부도 확률을 가늠할 수 있다. 노쇼노노 운영자는 “사업주가 등록한 고객 정보만을 갖고 노쇼 확률을 알려주는 앱”이라고 했다. 또 “이 앱을 통해 사람들이 예약은 사회적 약속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노쇼노노 제공
예약부도 손님을 방지하는 앱 노쇼노노와 리뷰.

노쇼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는 예약을 부도내는 손님을 방지하기 위한 스타트업 ‘레지(RESY)’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이 회사가 내놓은 어플 이용자가 200만명에 달한다. 이 앱을 이용해 예약하는 고객들의 노쇼 비율은 4% 미만이다. 전화만 걸어 예약했을 경우 미국인 평균 노쇼 비율은 20%에 달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레지는 고객에게 예약비를 받는다. 예약비는 월마다 청구한다. 개인이 이용할경우 189달러(22만2812원)다. 반면 법인으로 예약할 경우 899달러(105만9831원)를 낸다. 이렇게 비싼 예약금을 내지만 이용자가 넘친다. 레지 예약 손님은 레스토랑에서 VIP로 특별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낸 값어치만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레지(@Resy) 인스타그램 캡처

레지 사용자들만 독점적으로 앉을 수 있는 프리미엄 테이블이 있다는 점, 예약비를 감수하고서라도 갈만한 인기 레스토랑이라는 점, 사진 촬영 서비스를 별도로 제공한다는 등이 인기 비결이다. 이 앱은 우버·텀블러·페이스북 투자자인 게리 바이너척, 레스토랑 전문사이트 이터닷컴(Eater.com) 창업자인 벤 레벤탈 등이 만들었다. 벤 레벤탈은 “처음 가본 레스토랑에 VIP로 대접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2017년 2월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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