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어렵다는 건 편견..청국장과 너무 잘 어울리는 술입니다

조회수 2020. 9. 28. 09: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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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청국장이랑 와인 한 잔 어떠신가요?
와인 큐레이션 회사 ‘수드비’ 사라수경 대표
자리에 맞게 메시지가 있는 와인 추천하는 일
‘와인은 어렵다’는 편견···한식과도 잘 어울려

“하나 가져와 볼 걸 그랬나요? 하하.” 글쓴이가 한식과 와인의 조합을 듣고 군침을 흘리자 와인 큐레이션 회사 ‘수드비(Soodevie)’ 사라수경 대표가 답했다. ‘김치볶음밥과 와인’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막연하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작년 7200억원을 돌파했다. 4대 와인수입업체 매출 합만 해도 2650억원에 달한다. 이미 대기업과 수입사가 큰 파이를 차지한 시장에서 수입사와 소비자를 직접 이어주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가 있다. 개인·기업의 행사 혹은 모임에 적합한 와인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한다는 그녀를 만났다.

/jobsN

-간단한 본인소개.


“와인 큐레이션 스타트업 ‘수드비’대표 사라수경이다. 행사나 상황 성격에 맞는 와인을 선정해서 소개한다. 아버지는 프랑스, 어머니는 한국 분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한국으로 와 중학교 때까지 살았다. 이후 프랑스에 살다가 대학교에 입학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으로 돌아와 수드비를 창업했다.”


-사업 시작 계기.


“미국 워싱턴D.C.에서 외교정치연구소에서 일했다. 외교행사에 참여할 일이 많았다. 외교 행사에는 꼭 와인이 등장하더라. 행사 성격에 맞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와인이 나왔다. 미국과 레바논 정부 인사 간의 만남 자리가 기억난다. 두 나라 간에 긴장감이 돌 때였다. 미국 정부는 그 자리에 “가족처럼 지내자”는 메시지를 담은 와인을 올렸다. 양조사가 가족 간 불화를 겪었을 때 극복하기 위해 만든 와인이었던 것이다. 딱딱한 공식석상이었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더라. 그때부터 와인에 의미를 담아 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와인 외교’ 컨셉을 사업화하고 싶었다.”


-한국, 프랑스, 미국, 그리고 다시 한국이다.


“태어난 곳은 프랑스지만 한국이 고향이라 생각한다. 가족도 한국에 있고, 친구들도 한국에 많다. 창업할 생각은 항상 있었다. 언제, 어디서 하느냐가 문제였다. 물론 미국이 스타트업들이 훨씬 많고 창업하기도 좋다. 반면 한국에선 이제 조금씩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미국보다는 한국에 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와인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출처: KBS '이웃집 찰스' 캡처
사라 수경.

-한국 와인시장은 어떤가.


“최근 10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 예전엔 사람들이 비싼 와인을 많이 찾았다. 하지만 갈수록 3만~5만원 이하의 가성비 좋은 와인이 인기다. ‘가끔 마시는 비싼 술’에서 ‘자주 마시는 안 비싼 술’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좋아는 하는데 잘 모른다”며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와인을 쉽고 재밌게 알리려 한다.”


-쉽고 재밌게 와인을 알린다.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포도 품종, 성분, 산도 같은 내용보다는 와인에 얽힌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가령 스페인 ‘바론 데 필라르(Baron de Filar)’라는 와인은 탄생 배경이 참 재밌다. 1차 대전에 참전했던 한 독일 조종사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한 마을이 너무 아름다웠다더라. 그래서 그곳에 정착했고, 와이너리까지 차렸다. 그래서 지금도 바론 데 필라르 겉면에는 조종사 캐리커처가 들어간다. 이런 재밌는 이야기들을 통해 와인을 행사 자리에서, 때론 영상에서 알리고 있다.”


-한식과 와인의 페어링(궁합이 잘 맞게 조합하는 것)도 한다고.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 처음엔 많이들 낯설어 한다. 막상 도전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부대찌개나 청국장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 외국 술이라 해서 꼭 외국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와인도 종류가 워낙 다양한만큼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한 번은 한국관광공사 행사에서 외국인들에게 전통한식과 와인을 조합해 선보인 적이 있다. 30명이 넘는 인원 중 단 2명을 빼곤 모두 한식을 처음 접했다. 편견 없이 한식을 맛봤다는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한식이 아주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때 한식 페어링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페어링의 기준이 있나.


“음식의 맛이 죽으면 안 된다. 먹었는데 와인 맛만 나면 좋지 않다. 와인을 곁들이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져야 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땐 매운 맛을 줄여줘야 하고, 반대로 단 음식을 먹을 땐 달콤함을 더 살려줄 수 있는 게 좋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와인 조합은.


“김치볶음밥과 로제와인이다. 제육볶음하고 리슬링 와인도 어울린다.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조합이 좋다. 새콤한 골뱅이무침과 상큼한 소비뇽블랑도 괜찮다.”

출처: 수드비 유튜브 캡처
다양한 페어링을 시도하는 사라 수경.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매달 편차가 크지만, 평균 월 2000만원 정도다. 명절 때 가장 많이 팔리고, 개인 수요보단 기업 행사에서 큰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행사에 거의 매번 직접 가야하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국내법상 수입 와인은 통신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맛있는 한국 와인을 선정해서 수드비 브랜드로 출시를 해보려 한다. 국산 와인은 전통주 범주에 들어가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다.”


-와인큐레이터를 해서 좋은 점은.


“외교 전공자로서 커리어를 살리면서, 좋아하는 와인을 아이템으로 돈을 번다는 게 좋다. 와인 큐레이션을 요청하는 자리는 주로 국제 행사나 만찬이다. 다국적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내가 추천한 와인으로 좋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게 보람있다.”


-힘든 점은.


“불필요한 장벽과 규제가 많다. 가령, 소매주류업을 하려다 도매허가증을 받으려면 창고 크기를 20평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창고만 있어도 도매업이 가능하다. 정작 와인을 보관할 때 중요한 건 창고 온도인데, 이런 현실과 제도의 괴리가 답답하다. 그외에도 도·소매 사업별로 납품 업체도 달라야 한다는 등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출처: jobsN
수드비는 직원 3명의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조언 한다면.


“어려워도 끈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은 필수다. 스스로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겠나.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고의 서비스와 상품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 수드비 브랜드 국산 와인을 많이 출시하고 싶다. 지금 자체 브랜드는 독일산 ‘봄이’ 하나뿐이다. 많이 대중화시켜서 나중엔 ‘와인하면 수드비’라고 떠오를 정도로 널리 퍼지면 좋겠다. 그 다음엔 우리 와인을 수출해볼 생각도 있다. 지금 하고 있듯 기왕이면 한식과 조합까지 알리고 싶다. 프랑스, 미국 등 이미 와인이 대중화된 곳에 이렇게 한국을 전하는 것도 외교가 아닐까.”


글 jobsN 김지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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