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좀 찬다는 사람은 다 아는 그 앱, 저희가 만들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8. 10:0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볼 좀 차는' 사람은 다 아는 앱..저희가 만들었습니다
풋살 스타트업 ‘미머디’ 대표 차성욱씨
풋살장 예약앱·3대3 실내풋살장 개발
언제 어디서든 공 찰 수 있는 환경 만들고파

‘로꼬풋살아레나’는 보통 풋살장과 달랐다. 공이 넘어갈 경우 경기를 멈춰야 하는 ‘골라인’과 ‘사이드라인’이 없다. 그물 대신 체인이 골대를 덮고 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반짝이는 조명과 함께 효과음이 울렸다. 축구를 ‘좁은 곳에서, 게임처럼’ 할 수 있도록 의도한 장치다.


풋살 스타트업 ‘미머디’는 풋살장 통합 예약앱 ‘아이엠그라운드’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자체 풋살장 운영과 더불어 유소년 축구교실 사업까지 한다. 회원 수 18만명의 네이버 풋살카페 ‘모두의풋살’, 팔로워 11만명의 페이스북 페이지 ‘축구말고풋살’도 관리한다. ‘한국 풋살의 허브(Hub·바퀴살이 중심축에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중심점)’, 미머디 대표 차성욱씨를 만났다.

/jobsN

-시작한 계기.


“스포츠, 특히 축구는 워낙 좋아했다. 연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스포츠 공학 분야로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 2013년 1학기에 학부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스타트업 관련 교양 과목을 들었다. 원래 들으려던 과목은 아니었다. 수강신청에 실패해 아무 과목이라도 들어야 해 찍었다. 그런데 그 수업을 듣고 ‘기업가 정신’에 크게 마음이 끌렸다. 결국 대학원 진학 대신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했다. 2015년 1월부터 아이엠그라운드를 기획해 6월에 창업했다. 성공까지 최소 5~10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긴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으려면 진심에서 나오는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 나로선 그게 ‘스포츠를 더 일상생활로 보급하기’였다. 사실 풋살 분야에서 큰 시장 가능성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공차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떻게든 기회는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3대3 풋살장은 어떻게 떠올린 건가. 풋살은 원래 6대6 스포츠 아닌가.


“3대3이란 구성을 먼저 생각한 게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축구나 풋살을 즐길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다. 어린 시절엔 놀이터, 운동장, 공터 등 축구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도시화는 그런 공간들을 앗아갔다. 공공시설도 수요에 비해 많이 모자랐다. 정식 규격 구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공찰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많이 제공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쉽게 부지 확보를 하기 위해 3대3 풋살장을 고안했다. 공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폐쇄형 구장을 만들면 경기 템포도 빨라지고,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을 거라 봤다. 테스트를 해봤더니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출처: 미머디 제공
미머디 풋살장 브랜드 '로꼬풋살아레나'

-우리나라 아마추어 풋살 현황은 어떻게 되나.


“풋살의 인기가 빠르게 늘고 있다. 네이버에선 2017년부터 ‘축구장’보다 ‘풋살장’ 검색 수가 많았다. 특히 작년엔 전년도 대비 두 배 가까이 검색량이 늘었다. 예전엔 ‘축구를 한다’고 하면 무조건 일요일 아침에 조기축구에 나가는 걸 떠올렸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공을 차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풋살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에 내놓은 통계를 보면 국내 아마추어 축구·풋살 인구는 약 200만 명이다. 3년 후엔 축구를 제외한 풋살 동호인만 해도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축구와 다른 매력이 있나.


“풋살은 원래 실내축구다. 유소년 축구 교육을 위해서 탄생한 일종의 변형이다. 적은 인원으로 작은 경기장에서 하는 운동이라, 축구에 비해 혼자서 공을 만질 기회가 많다. 그만큼 섬세한 기술이 중요하고, 축구와는 다른 전략이 발달했다. 가령, 좁은 공간에서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발바닥으로 공을 다루는 기술이 많다. 축구에선 발바닥보단 발등이나 안축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경기 내적인 걸 떠나서, 가장 좋은 건 단 몇 명만 모아도 경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사업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없냐.


“2017년 말, 많은 직원들이 연달아 퇴사했다. 조직의 미션이나 브랜드 정체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제휴 구장은 많이 늘었지만, 어떤 목적도, 지향점도 없었다. 단지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사업 방향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풋살을 생활스포츠로서 보급한다’는 걸 전사적 가치로 삼았다. 그리고 이후 앱, 자체 풋살장 운영, 유소년 축구교실 등 하위 사업별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구체적인 전략 마련도 덩달아 수월해졌다. 예를 들어 경기장 예약앱 사업의 경우, ‘앱 접속자를 최대한 경기장으로 보낸다’라는 하부목표를 만들었다. 이에 맞춰 사용자별 선호 시간대·장소 등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검색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반대로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초창기부터 함께 한 멤버 한 명이 곧 결혼한다. 결혼은 직장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껴야 가능하지 않나. ‘이젠 이 회사를 계속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 같은 맥락인데, 최근 들어 직원분들이 지인들에게 미머디 취업을 추천하는 일이 늘어났다. 이직률도 많이 낮아졌고. 이렇게 직원들로부터 ‘회사가 만족스럽다’는 메세지를 받을 때 뿌듯하다.”


-매출은 어느정도 나오나.


“작년 매출은 7억5000만원이었다. 올해는 성장이 빨라졌다. 지난달 매출만 1억5000만원이다. 유소년 축구교실 덕분이다. 작년 초에 외부 투자를 받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풋살장을 동호회 예약이 없는 시간에 탁구·맨몸운동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보려 했다.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축구·풋살 사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도한 유소년 아카데미가 성공했다.”

/jobsN

-축구장, 농구장 예약 서비스도 있다고.


“그렇다. 하지만 사업 확대는 하지 않고 있다. 기존에 계약을 맺은 구장들만 유지하고 있다. 축구장·농구장은 학교 소유거나 공공시설인 경우가 많아 확장하기 쉽지 않다. 

사업을 하려면 언젠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풋살’이라는, 우리가 입지를 다진 영역에 집중 투자를 하려고 한다. 타종목 사업보다는 수도권 위주인 풋살장 예약사업을 기타지역까지 확장하는 게 우선 과제다.”


-스포츠 관련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겁을 주고 싶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분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골프 같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스포츠에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풋살의 경우, 경기장 대여료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다. 인당 참가비가 만원이면 높다고 생각한다. 소득수준이 다른 걸 고려해도 큰 차이다. 그나마 풋살은 이정도지만 축구는 연회비가 5만원도 못 미치는 동호회도 많다. 아무리 스포츠를 좋아하더라도 결국 수익이 나야지 사업을 할 수 있다. 사업 기회가 있는지 잘 확인하고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


“3년 안에 서울 26개 모든 구에 풋살장을 보급하고, 유소년 아카데미 사업도 확장하고 싶다. 경기장 예약 서비스는 서울·경기를 넘어 전국구로 만들고 싶다. 더 많은 이들이 풋살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로 인해 활력과 즐거움을 찾아가길 바란다.” 


글 jobsN 김지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