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 막내 조연출은 8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8. 1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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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예능 부문 최초 이달의 PD상 받은 이소진 PD
MBN 예능국 이소진 PD
종편 예능 부문 최초 이달의 PD상

“‘오늘은 ‘술적심’이 생각나는 밤이다’에서 술적심의 뜻은?” 

“술을 같이 먹고 싶은 친구들.”

“술로 만든 음식.”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MC가 문제를 내자 외국인 출연자는 물론 한국인 출연자들도 연이어 오답만 말한다. 누구도 정확한 뜻을 말하지 못하는 이 단어의 뜻은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적시는 것이라는 뜻으로 국, 찌개와 같이 국물이 있는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그날 이 단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순우리말, 속담 등을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바로 ‘훈맨정음’이다. ‘한국어 실력이 2% 부족한 해외파 셀럽이 게임을 통해 재밌게 한국어를 알아가는’ 예능이지만 시청자들도 덩달아 몰랐던 한국어를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9년 경력의 이소진 PD가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자 이달의 PD 수상작이기도 하다. 종합편성채널 최초로 TV 예능 부문에서 이달의 PD상을 받은 이소진(33)PD를 만났다.

출처: jobsN
이소진 PD

◇기자 꿈꾸다 PD로 전향


이소진 PD가 처음부터 PD를 꿈꾼 것은 아니다. 대학생 때는 기자가 하고 싶어 2년 반 동안 학보사에서 기자로 글을 썼다. 계속 글만 쓰다 보니 생각하는 걸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다양한 길을 탐색하던 중 PD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졸업 전부터 방송국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제주도까지 내려가 시험을 보기도 했지만 합격의 문이 좁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 졸업이 다가와 점점 마음만 조급해졌고 PD 아카데미를 한 학기 정도 다니면서 실무를 배웠다. 당시 SBS 제작국에서 계약직 PD를 뽑는 공고가 올라왔다. 공채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시험을 봤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2011년부터 PD 생활을 시작했다.

MBN 홈페이지 캡처

◇6년 동안 프리랜서 생활


PD로 입사를 해도 처음부터 연출과 제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제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배치를 받고 촬영 준비, 예고편 편집 등 전반적인 조연출 업무부터 한다. 이 PD가 가장 처음 발령받은 프로그램은 '짝'이었다.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였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셌습니다. 촬영지 답사부터 소품 준비도 쉽지 않았고 촬영만 일주일 동안 했어요. 지금이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지면서 촬영 현장 스텝에 대한 대우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밤새고 한 달에 한 번 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죠.


이렇게 1년 반 동안 했고 웬만한 일에 당황하지 않는 면역을 길렀습니다. 당시 내일 촬영 계획에 대해 전날 말씀해주시는데 저를 포함한 조연출이 소품을 다 준비했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아도 하면 되더군요. 워낙 바쁘고 정신없었기 때문에 신기하거나 설레기보다는 '방송이 이렇게 나가는구나'를 깨달았던 때였어요."


SBS에서 6년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중 이직할 기회가 생겼다. MBN 경력 채용 공고가 올라온 것이다. "마침 종편 채널에 관심이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싶었습니다. 면접을 보고 2017년 MBN 제작국 소속 PD로 입사했습니다."

출처: MBN 제공
훈맨정음 출연진

◇8년 만에 만난 데뷔작 '훈맨정음'


소속을 옮긴 후 시사·교양 프로그램 '판도라'부터 '카트쇼', '책잇아웃' 등 예능 프로그램에 배치받아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첫 연출의 기회가 찾아왔다. 사내 블라인드 공모를 통해 나온 기획안 중 하나를 후배와 함께 실제 방송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인 아이돌이 나와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아이돌 어학당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공감하기에는 외국어보다는 한국어가 적합하다는 생각에 방향을 바꿨습니다. 한국어가 조금 부족한 외국인 연예인들에게 게임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훈맨정음'이 탄생했어요.


시청자들이 재밌어할지 고민하고 게임도 직접 해보면서 적절한 출연자, 진행 방법 등을 정해나갔죠. 지금까지는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내는 입장이었어요. 이제는 의견을 취합해서 결정하는 자리에 있어 부담되기도 했지만 PD, 작가, 조연출 등과 함께 기획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출연진 섭외, 녹화까지 모두 마치고 4월27일 훈맨정음이 첫 방송을 탔다. 주변 반응이 좋았지만 방영 후 반응보다 촬영하면서 현장 스텝의 반응이 좋아 뿌듯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재미있는지 없는지는 촬영 때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현장에서 다들 많이 웃었습니다. 카메라 때문에 움직이면 안 되는 카메라 감독님들도 웃으실 정도였죠. 그걸 보고 ‘안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출처: MBN 제공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이소진PD와 훈맨정음을 함께 기획안 구성원들

◇종편 TV 예능 부문 최초 ‘이달의 PD상’ 수상


이소진 PD는 지난 6월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PD상에서 종합편성채널 최초로 ‘TV 예능 부문’에 선정됐다. “이 상은 PD들이 직접 심사를 해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반응도 좋고 상을 통해 프로그램이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메인 PD이자 정규직으로 일하니 수입도 늘었겠다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프리랜서는 방송 회차대로 돈을 받기 때문에 일하는 만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까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수입도 없어 불규칙하다. 이소진 PD는 “지금은 규칙적으로 수입이 생겨 전보다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PD가 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PD는 평소에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생각한 걸 현실로 구현해낼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이게 가장 매력이기도 하죠.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또 뿌듯하기도 하고요. 만약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일반 직장을 택했으면 이렇게 못했을 것 같아요.


꼭 저 같은 성격, 이런 타입이어야지 PD가 잘 맞는다고는 못해요. 다만 소극적이면 하기 힘든 직업입니다. 현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출연자나 스텝들에게 정확하게 지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구현하기 위해 생각,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관철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면 힘듭니다. 소극적이지만 않으면 내 콘텐츠를 만들고, 매일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도전해도 좋은 직업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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