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운동복, 커플룩, 단체복 다 된다..뜻밖의 인기폭발 티셔츠

조회수 2020. 9. 28. 10:1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막둥이 찬스로 샀는데 물건이네요"..일반인한테 더 인기라는 군용품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티셔츠가 있다. 유행에 즉각 반응하는 스파(SPA) 브랜드 저가 제품도, 수십만원에 달하는 명품도 아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육군 장병들이 입는 ‘로카(ROKA·Republic Of Korea Army) 티’다.


로카 티는 원래 군부대 PX(post exchange)에서 파는 제품이다. 기능성 소재를 써 바람이 잘 통한다. 여름철 작업복으로 유명하다. PX에 입점한 로카 티셔츠를 만드는 업체는 여러 곳이다. 티셔츠 색깔별로 입찰을 따로 받는다. ROKA 문구 디자인을 육군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독점 판매자가 없다. 입찰에 떨어진 제조사들은 군장점이나 시중에 팔기도 한다.

페이스북 캡처

최근 로카 티는 부대 밖에서 더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운동회를 앞두고 이 옷을 단체 티셔츠로 맞춘다. 또 커플 티셔츠로 로카 티를 입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로카 티 구매자들이 꼽는 장점은 ‘평범하다’. 8000~90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착용감도 편하다. 또 아무나 입지 않는다는 희소성도 인기 요인이다. 군필자들은 “군대에서 작업복으로 입는 옷이 뭐가 예쁘다는 건지 모르겠다”, “가격 대비 성능만큼은 시중 제품 못지않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소 10년은 신는다는 슬리퍼, PX 스테디셀러 달팽이 크림도


사회에서 활약하는 군용품은 로카 티뿐만이 아니다. 내구성이 좋아 전역할 때 가지고 나온다는 보급 슬리퍼도 인기다. 신발 제조업체 페이퍼플레인이 2018년 군용 슬리퍼를 보급하던 공장에서 독점판매권을 얻어 출시했다. 손수길 페이퍼플레인 당시 대표는 군용품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품질관리 전담 직원을 공장에 파견했다고 한다.


슬리퍼 가격은 1만900원. 동네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삼선 슬리퍼’보다 최대 5배 비싸다. 하지만 이 슬리퍼는 출시 3개월만에 5만족이 넘게 팔렸다. 제품이 인기를 끌자 여성용까지 나왔다. SNS에선 “수십만 장병이 인정한 제품이라 믿고 쓴다”, “군대 안가본 나도 덕분에 이런 슬리퍼를 신는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왼)페이퍼플레인, (오)네이버 지식IN 캡처

PX에서 팔고 있는 '달팽이 크림'도 베스트셀러다. 달팽이 크림이란 피부 재생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달팽이 점액질이 들어간 화장품이다. 보습·주름 방지 기능으로 유명하다. 국방일보는 2018년 장병 1303명을 대상으로 ‘현역 장병이 뽑은 PX 최고 상품’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달팽이 크림은 이 조사에서 1위(22.1%)를 했다.


닥터지(Dr.G) '블랙 스네일 크림',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이 달팽이 크림 대표 상품이다.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은 작년 초 올리브영에도 입점했다. 2019년 1분기 올리브영 남성 고객 매출은 입점 직후인 2018년 2분기보다 1185% 늘었다. 같은 기간 크림 제품군 남성 매출 성장률(46%)보다 25배 높다.


PX에선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달팽이 크림을 살 수 있다.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 정가는 3만6000원. PX에서는 7000원대에 판다. 시중가의 5분의 1이다. 지인한테 부탁을 받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는 군인도 많다. 그러자 1인당 구매 수량을 5개로 제한하는 PX도 나왔다. SNS에선 “드디어 군인 남자친구가 휴가 때 달팽이 크림을 사왔다”, “시어머니가 달팽이 크림을 부탁하는데 군대 간 애인도, 아들도 없어 어디에 부탁해야 할지 고민이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 닥터지 홈페이지 캡처
닥터지 달팽이크림.

◇PX에서 먹던 크림우동, 편의점에서도 맛본다


PX에서 인기를 끈 냉동식품을 편의점과 협업해 리뉴얼한 업체도 있다.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은 2000년대부터 PX에 냉동식품 ‘크림우동’, ‘볶음짬뽕면’ 등을 납품해왔다. 블로그와 SNS에서 PX 인기 상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면사랑은 지난 6월 CU와 협업해 만든 ‘추억의 까르보나라 크림우동’, ‘추억의 볶음짬뽕면’을 출시했다.


면사랑은 냉동면요리에서 도시락면요리로 콘셉트를 바꿨다. 쉽게 말해 냉동식품을 냉장식품으로 만들었다. 기존에는 음식을 먹으려면 전자레인지로 5~6분 돌려야 했다. 도시락면으로 바뀌면서 조리 시간이 3분30초로 줄었다. 유해신 면사랑 대리는 “PX에서 즐겨 먹던 음식을 다시금 맛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출처: 강유미 유튜브 캡처
PX '크림우동'을 시식하는 코미디언 강유미.

이처럼 군인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물품이 사회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뭘까. 이승신 건국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이승신 교수는 “소비자들은 군대에서만 쓰던 물건들을 사회에서 소비하는 것 자체를 특별한 경험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1970년대 복학생들이 군복을 염색해 입고 다니던 것과 비슷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군용품의 가성비도 인기에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군용품 중에선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까지 좋다고 알려진 제품이 많다”고 했다. “수십만 장병이 쓰는 군납품은 양산하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가성비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군용품이 자극한 셈”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