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얼굴 본 여학생을..이 광고에 비난 쏟아진 이유

조회수 2020. 9. 28.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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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희화화에 히틀러 사진까지"..홍보하려다 분노만 키운 광고

의류 쇼핑몰 무신사가 7월2일 인스타그램에 양말 광고를 올렸다. 무신사는 제품이 빨리 마른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고 적었다. 게시물에는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다”며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박종철씨는 1987년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해 사망했다.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사건 은폐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책상을 탁 치니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양말 광고에 이 문구를 가져다 썼다.

musinsacom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이 불거지자 무신사는 글을 지우고 사과문을 올렸다. ”콘텐츠 제작 담당자와 편집 책임자를 포함 모든 직원에게 근현대사 민주화운동 역사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후원금까지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안쓰러운 아들, 등골 빼먹는 딸”···성차별 광고도 빈번


작년에는 SK텔레콤 광고 문구가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8년 9월 SK텔레콤은 가족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T플랜’ 요금제 광고를 내놨다. “아들, 어디 가서 데이터 굶지 마”, “딸아, 너는 데이터 달라고 할 때만 전화하더라.” 아들은 안쓰러운 존재로, 딸은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SNS에선 네티즌들이 “다른 이동통신사로 갈아타겠다”고 쓴 글을 수만건 이상 퍼 날랐다. SK텔레콤은 딸을 언급한 문구를 지우고 아들에 대한 문구만 남겨놨다. 또 "자연스러운 가족 풍경을 보여주려는 취지와 달리 오해를 샀다”는 입장을 내놨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여성 혐오 논란을 빚은 스노우 광고.

카메라 앱 스노우는 2016년 2월 "X같은 피부도 예쁘게"라는 광고 문구를 써 비난받았다. 새로운 피부 보정 기능을 소개하는 온라인 광고가 문제였다. 광고 속 남학생은 한 여학생의 사진을 보고 직접 만나기 위해 교실을 찾는다. 남학생은 여학생의 얼굴을 보고 화를 내며 뺨을 때린다. 실물이 사진 속 모습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뺨을 맞은 여학생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의식을 되찾은 여학생은 남학생이 두고 간 스노우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들고 셀카를 찍는다. 그리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외모가 바뀐다. 이어 ‘X같은 피부도 예쁘게’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SNS에선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다. “광고가 이렇게 X같을 필요가 있냐”는 반발도 있었다. “화가 나 앱을 지웠다”는 사람도 많았다. 스노우는 3일 만에 영상을 지웠다. 하지만 사과나 해명은 하지 않았다.

오리온 광고 영상 캡처

◇껌 광고에 히틀러 사진 넣었다 독일 정부에서 항의


광고를 흔히 ‘자본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감각적이고 화려한 광고가 많다. 가끔은 선을 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업계 특성상 광고 문구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오리온은 1997년 껌 ‘엔토피아’ 광고에 히틀러 사진을 썼다. "히틀러에게 이 껌을 씹으며 웃을 수 있는 유머가 있었다면 2차대전 같은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는 우리나라에선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다. 언론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광고’라고 보도했다.


광고 중단을 요청한 건 주한 독일대사관이었다. 독일대사관은 외무부(현 외교부)에 “아직도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들에게 불필요한 슬픔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보냈다. 대사관은 또 “히틀러를 유머 소재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동양제과는 광고를 내렸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자체 광고전략에 따라 잠시 보류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웃음이 필요한 세상이라는 걸 나타내려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995년 6월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광고 소재로 삼은 기업도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은 부실 공사 등의 이유로 20여초만에 무너졌다. 501명이 죽고 937명이 다쳤다. 2006년 동원그룹이 인수한 해태유업은 사고 3개월 뒤 일간지에 '엘리트 고칼슘우유' 광고를 실었다. 백화점 붕괴 장면을 담은 사진을 광고 배경으로 썼다. 또 ‘뼈대가 튼튼했더라면···’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우유의 칼슘 함유량을 홍보하는 데 비극적인 사고를 소재로 삼아 논란을 자초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기억하는 사건을 활용하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준 사건이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무신사 광고 논란에 대해서도 “사측에 희화화 의도가 없었더라도 광고 소재로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홍보가 중요하더라도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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