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놀란 780% 성과급에 전직원 LA·로마·시드니 여행

조회수 2020. 9. 28. 10: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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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정재승도 다녀갔다..LA, 로마 전직원 해외여행, 최고 780% 성과급 회사
아침부터 와인·수제맥주
시음 강연도
닥터자르트 '해브앤비'
전직원 해외여행 러닝트립, 명사 초청 수요 교육
평균 성과급 480%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해브앤비(HAVE&BE)’ 본사 지하 1층 강당. 어두컴컴한 실내에 불이 들어오자 ‘칸두라’(중동 남자 전통 의상)를 입은 사내가 등장한다. 겅중겅중 걸음거리에 선글라스도 걸쳤다. 우스꽝스런 모습에 청중은 이내 폭소로 자지러진다. 화장품 업체 해브앤비 물류팀 유상운씨는 6월 태어나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 왔다. 회사에서 보내 준 ‘러닝 트립(learning trip)’으로 두바이에 가서 보고 느낀 걸 26일 전 직원에게 발표했다. “회사 덕분에 첫 해외여행을, 그것도 웬만해선 가기 힘든 두바이로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감격이 남아 칸두라 차림으로 발표했습니다.”


해브앤비는 ‘닥터자르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화장품 기업이다. 남성 화장품 ‘DTRT’도 함께 하면서 작년 48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진욱 대표가 2004년 창업해 고속성장하고 있다.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홍콩,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7개국에 진출했다. 작년 무역의날 '5천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세계 100대 뷰티기업에도 3년 연속 선정됐다.


해브앤비는 다양한 복지 제도로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다른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인혜 해브앤비 인사지원본부장과 직원들을 만나 해브앤비의 인사와 복지 제도를 들었다.

출처: 해브앤비 제공
두바이로 여행 다녀온 해브앤비 직원들(좌), 두바이 여행 경험을 발표하는 장면(우)

◇원하는 곳으로 러닝트립


해브앤비를 상징하는 복지 혜택은 러닝트립이다. 본부 별로 원하는 나라를 다녀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우자는 의미로 ‘러닝트립’이라 이름 붙였다. “2010년부터 연 2회 이상 전직원 야유회와 여행을 실시했습니다. 딱딱한 직무 강연이나 경영 목표를 얘기하는 워크숍 형태가 아니라, 순수 여행 프로그램이죠. 2015년 부터는 해외여행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전직원이 하와이, 괌, 사이판 등을 다녀 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직원이 크게 늘면서, 전직원이 한 번에 여행 가는 데 어려움이 생겨서 좀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하다 러닝트립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상품, 디지털컨텐츠, 국내사업 등 본부별로 8개 여행팀이 구성됐다. 사측이 준 미션은 두 가지. 새로 나온 화장품 라인을 주제로 한 티셔츠를 입고 단체 사진 찍기, 닥터자르트의 로고인 플러스(+) 모양으로 팔을 교차하고 사진 찍기가 전부다. 나머지 여행 주제 세우기부터 일정 짜기, 사전준비 등 모두 알아서 했다. 그렇게 지난 6월 셋째주 상하이, 도쿄, 시드니, LA, 로마, 방콕, 두바이를 다녀온 뒤, 26일 전직원 발표회를 했다.


직원들은 휴식과 함께 나와 팀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결국엔 업무에 도움이 된다. 박지혜 컨텐츠팀장은 “궁금했던 해외 현장을 생생하게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며 “회사에서의 ‘나’를 내려 놓고 자유로운 ‘나’로 즐겁게 즐긴 시간이 됐다”고 했다.


팀별로 여행에서 모자나 티셔츠를 맞춰 입으며 단합 기회도 됐다. 김영태 공간기획팀 과장은 “팀원들끼리 단합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며 “트립을 통해 드디어 ‘우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출처: 해브앤비 제공
왼쪽부터 해브앤비 직원 김영태, 박지혜, 박수진씨

◇정재승, 김난도가 다녀간 회사


러닝트립은 해브앤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복지’의 일환이다. 교육을 복지로 접근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재밌고 의미있어야 한다. 딱딱해선 안된다.


수요 교육이 대표적이다. 매주 수요일 9시 유명 강사를 초청해 최신 트렌드 강연을 한다. 경제·경영, 인문학, 예술, 자연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다녀갔다. “좋은 강사를 찾는 데 예산을 아끼지 않습니다. 누구나 관심있어 할만한 사람이면 협력업체나 관계회사 임직원도 초청합니다. 직무를 넘어 삶에 도움되는 교육을 추구합니다. 창의력을 자극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개인과 회사 전체 역량이 올라가는 걸 느낍니다.”


설명을 들으며 오페라 감상을 하고, 캘리그라피나 크리스마스 캔들 만들기 같은 체험 교육도 한다. 와인과 수제 맥주를 배운 적도 있다. “아침부터 와인과 수제맥주를 시음하니 색다른 경험이더군요.” 업무 주제 강연도 재미가 우선이다. 해브앤비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남미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식이다. 구글,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의 임원을 초청한 적도 있다.


김영태 공간기획팀 과장은 “수요일은 소풍 가는 첫차 타는 기분으로 출근한다”며 “지인을 초대하고 싶을 정도로 기다려진다”고 했다. 박지혜 컨텐츠팀장은 “잘 몰랐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며 “유명한 사람을 눈 앞에서 보며 오감만족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외부 교육비도 연간 한도까지 지원한다. 운동, 문화생활 등 자기계발에 쓸 수 있는 비용을 별도로 준다.

출처: 해브앤비 제공
여행 결과 발표회를 듣는 해브앤비 직원들

◇성과급 780% 받은 직원도


다른 아기자기한 복지 혜택도 많다. 분기 별로 해브앤비 자사몰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한도 이상의 구매는 직원가로 할인한다. 생일마다 상품권을 준다. 연 1회 종합검진, 간염예방주사, 독감예방주사 등 의료 혜택도 있다. 


가끔 서프라이즈 선물을 한다. 작년 송년회 때는 고급 침구 세트를 산타 선물 포대기에 넣어 전직원에 나눠줬고, 아이패드와 공기청정기도 전 직원 선물한 적이 있다.


급여는 업계 최고를 추구한다. “개인별 연봉제인데요. 비슷한 연차와 경력 별로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작년 다른 화장품 업체들은 성과급 지급이 별로 없었는데, 우리는 직원 평균 각자 월급의 48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습니다. 계속 열심히 하자는 독려의 의미였죠. 5단계 성과평가 등급 가운데 최고인 S를 받아 780% 성과급을 받은 직원도 있습니다.”

출처: 해브앤비 제공
로마와 도쿄를 다녀온 해브앤비 직원들

◇회사 안에 카페


업무 공간도 복지로 접근한다.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개 층 씩 헐어 오픈 스페이스를 구성했다. 산뜻한 카페 분위기다. 자유롭게 회의나 외부인 면담을 하고, 직원끼리 테이블에 앉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머리 아플 때 잠깐 와서 차 한 잔 하며 명상 하거나, 동료와 재미나게 잡담하면 됩니다.”


간식, 음료와 커피가 상비돼 있다. 아침 시간에는 식사가 제공된다. 모두 무료다. “혼자 사는 젊은 직원이 많아요. 아침 거르는 경우가 많죠. 대표가 나서 직접 건강식으로 아침을 챙깁니다. 커피 원두도 최고를 씁니다.” 식비만 연간 1억원을 넘는다. 박수진 커뮤니케이션팀 사원은 “집과 회사가 멀어 일찍 나오는데 카페에 아침이 준비돼 있어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해브앤비 제공

스마트한 공간에서 ‘스마트 워크’를 지향한다. “즐겁고 편안하면서 집중력있게 일할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합니다.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활용합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노트북 들고 장소 옮겨 일하면 됩니다.”


효율적이고 재밌는 업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인사팀이 시범 운영해 본다. “사무실에 카페처럼 배경 음악을 깔아놓고, 다이어트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해보고 있는데요. 효과가 좋으면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무실 환경을 업그레이드해 갈 계획입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 직원 모두 영어 이름을 갖고 있다. 직급과 호칭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다.


영어 이름이 아닐 땐 ‘선수’라고 부른다. 조직과 개인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다. “직원을 전문가로, 회사를 전문가집단으로 칭하기도 합니다. 각 분야 최고 전문 인재들로 구성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입니다. 직원 모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감이 모여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LA와 방콕을 다녀온 해브앤비 직원들

◇최고 자산은 인재


젊은 조직이다. 직원 평균 연령이 33세가 안된다.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한다. 제조, 금융, IT, 디자인, 유통 등 다양한 배경으로 구성됐다. 화장품 업계에서 드물게 판매직군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 지사가 있어서 해외 근무 기회도 있다.


채용 심사 때 학력을 보지 않는다. 직무에서 얼마나 역량을 쌓았는지만 본다. “컨텐츠팀 영상제작 담당 직원은 영상 전공이 아닙니다. 다른 디자인을 전공했죠. 혼자 모션 그래픽을 공부해서 만든 영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했어요. 그 열정에 반해 채용했고 실제 일을 잘 해요. 컨텐츠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12명 인턴 채용을 하면서 신입 공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해브앤비 DNA를 가진 인재를 처음부터 육성해야 겠다는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나 개인 입장에서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입사하면 수요 교육 시간을 할애해 5~10분 정도 자기 소개를 해야 한다. 내용과 형식은 자유다. “아나운서 이력을 살려 야구 중계 스타일로 소개한 직원이 있고, 동영상을 제작해 자신을 표현하는 직원도 늘고 있습니다. 개성이 한껏 묻어나죠.” 이후 해브앤비의 문화코드를 정리한 Culture Book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도 한다. “전직원이 문화를 공유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인재를 최고로 여긴다고 했다. “우리 회사가 화장품 업계에서 인재사관학교로 통합니다. 직원들이 업계 대기업으로부터 영입 표적이 되죠. 교육을 첫째로 두는 복지 역할이 큽니다. 그래도 교육을 줄이지 않고 확대할 계획입니다. 직원과 조직이 함께 크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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