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번호판에 떡하니 적힌 '하'·'허'·'호'..여기서 힌트 얻었죠

조회수 2020. 9. 28. 11: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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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독서비스' 제공하는 '더트라이브'..리스, 장기렌트와 다른 점은?

2018년말 기준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2300만대에 달한다. 2014년 2000만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2005년 1.2%였던 외제차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늘어 2018년엔 9.3%를 기록, 조만간 1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가구 당 자동차 대수가 1대를 넘어설 정도로 자동차가 보편화되면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점차 다양화해졌다. 과거에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자동차를 살 수 있었지만 할부 방식이 생겨났고, 리스와 장기렌트 방식을 통한 자동차 보유도 가능하다. 옛날보다 훨씬 쉽게 자동차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리스와 장기렌트로 자동차를 보유할 경우 보통 3년 정도 기간을 정해 계약을 맺는다. 점차 자동차 교체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다소 긴 기간이다. 게다가 장기렌터카일 경우에는 번호판에 ‘하’나‘허’,‘호’ 글자가 붙기 때문에 렌터카인게 다른 사람에게 여지없이 드러난다. 내 차가 아니더라도 내 차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단점이다.


2016년 12월 문을 연 모빌리티 스타트업 ‘더트라이브’를 운영하는 전민수(37)대표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해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쉽게 말해 6개월~1년사이의 단기 자동차 렌트 서비스다. 최소 계약 기간이 리스나 장기렌트에 비해 짧기 때문에 단기간 여러 대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렌터카와 달리 일반 번호판을 쓰기 때문에 렌터카 표시도 나지 않고, 자동차 보험료를 별도로 내야하는 리스와 달리 구독서비스는 보험료가 구독료안에 포함돼있어 이용자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더트라이브는 오는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예정이다. 전 대표를 만나 자동차 구독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전민수씨 제공
5월 30일 디캠프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인 '디데이'에 참가한 '더트라이브' 전민수 대표

-더트라이브는 어떤 회사인지 말씀해주세요
“더트라이브는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한국에서 최초로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 스타트업 회사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평균 연식이 3년 정도 된 중고차를 단기 대여해주는 ‘중고차 구독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일반 신차의 경우 감가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우선은 신차처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고차를 사업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고객께서는 리스나 장기렌터카와 같은 방식으로 달마다 정해진 ‘구독료’를 내시고 자동차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취등록세나 보험료도 따로 내실 필요 없이 구독료 안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2016년 12월 초기자본 5000만원으로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더트라이브는 온라인 차량 구입 중개 플래폼을 운영해왔습니다. ‘트라이브’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와 자동차 딜러를 이어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다 작년 4월 피봇팅(Pivoting·기존 사업 아이템을 변경해 다시 시장성을 검증하는 것)을 통해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새로 정하고 1년 간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8월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가 가기 전에 총 300대 정도 구독계약을 맺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고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서는 사업성을 인정받은 아이템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자동차 구독서비스가 시작돼 이용자가 3만명을 넘어섰고, ‘페어(Fair)’같은 스타트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드로버(Drover)’를 필두로 자동차 구독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포르쉐나 볼보 같은 유명 자동차 제조사 역시 직접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유 경제가 유행하면서 자동차 역시 한 두시간씩 잠깐 잠깐 빌려쓰는 시대가 됐습니다만,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 소유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차량 공유서비스가 가진 편의성과 함께 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고,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의 주요 타겟 고객은 누구입니까?
“아무래도 50대 이상은 자동차를 직접 소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 초년병인 30대와 40대까지가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차를 보유하는데 큰 목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젊은 고객층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빠른 주기로 차량을 교체하고 싶어하는 욕구 또한 젊은 층에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출처: 전민수씨 제공
'더트라이브' 직원 회의 모습

-사업에 필요한 차량 조달은 어떻게 하는지요?
“사업 초기에는 저희가 직접 중고차 상사를 설립해 상태좋은 중고 차량을 매입하고, 이 차량을 이용해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 자체적으로 매입한 차량 뿐 아니라 다른 중고차 상사에 있는 중고차 매물도 구독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예정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그랜저, 제네시스 같은 고급 국산세단과 메르세데스 벤츠 C·E클래스, BMW 3·5시리즈같은 프리미엄급 외제차량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점차 차량 종류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로 피봇팅한 이후 외부 투자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까?
“지난해 하반기 현대자동차로부터 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지원해 6억원을 지원받았구요. 한 엔젤클럽에서 1억 4000만원, 한국벤처투자협회에서 1억 6000만원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벤처캐피탈(VC)로부터 프리시리즈A 단계 투자 유치 중입니다. 그리고 최근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설립한 디캠프(D·CAMP)의 지원으로 선릉에 있는 디캠프 건물에 사무실 입주를 확정지었습니다. 지금은 과천에 사무실이 있는데 7월 8일 디캠프 건물로 이사 갈 예정입니다.


투자금을 유치할 때는 기존 통계나 지표 같은 게 없어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구독서비스가 한국에서 처음이니까요.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숫자가 없기 때문에 1년간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사업적 가치가 충분히 있고, 소비자들의 분명한 니즈가 있다는 확신이 섰고, 이를 투자자들께 잘 전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규모가 어느 정도 큰 회사에 가면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회사가 굴러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소수의 인원이 회사의 모든 업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하루가 굴러갑니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 역시 대표의 몫이기 때문에 이 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합니다. 사업이 잘 안될 때는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처: 전민수씨 제공
최근 서울 근교로 단합대회를 다녀온 '더트라이브' 직원들

-기업 운영에 있어서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원칙이나 신념이 있는지요.
“팀원과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회사의 비전을 저 혼자 제시하는게 아니라 같이 하는 팀원들이 함께 비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팀원들 모두가 고생하고 있지만 사업이 잘 자리잡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하고 건강한 회사’가 되길 소망합니다.


-더트라이브를 창업하기 전에 다른 직장을 가진 경험이 있나요?
“네, 미국 오하이오주 주립대학에서 경영학 학사를 마치고 롯데 계열의 광고회사에서 4년간 근무했었습니다. ‘처음처럼’ 소주와 IBK기업은행 광고 등을 기획했어요.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기나 소프트’라는 인도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기나 소프트는 우리나라의 ‘SK엔카’ 같은 곳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소비자와 자동차 딜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2014년 기나 소프트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국 지부를 설립했고, 저도 그 기회에 이직을 한 것이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회사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인도 본사로 가서 근무할 수도 있었지만 창업이 하고 싶어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일했던 경험들이 지금 사업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나 소프트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수 있었고, 보다 쉽게 자동차 업계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따로 홍보 외주를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광고 업무를 하고 있어요. 광고를 기획 단계서부터 직접 제작합니다. 비용절감이죠.”


-학창 시절에는 레슬링 선수 생활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레슬링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세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대회에서 레슬링 동메달을 딴 전해섭 선수가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레슬링을 시작했고, 레슬링 선수가 되고 싶었죠. 레슬링 훈련에 매진하는 와중에도 아버지께서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고 공부를 포기하면 안된다. 공부도 잘하는 운동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기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했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때 팔에 개방성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레슬링 선수의 꿈은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훈련 과정에서 배운 인내와 극기는 지금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자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늘 뒤에서 지켜봐주세요. 든든한 버팀목이죠.”


-창업을 꿈꾸는 예비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제가 아직 ‘이렇게 해야한다’고 조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평소 가진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대다수가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왕 창업을 했다면 과감히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이 실패한다고 인생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없이 최선을 다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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