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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끝나고 남은 이 깐풍기 때문에…전 이렇게 됐습니다

”어머니 장례식장이라도 전화 안 받으면”···재외공관 직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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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남은 깐풍기 어디 갔나. 찾아내라.”

“뇌 어느 쪽이 고장 나서 일을 그렇게 하나.”

“네가 전화를 안 받아도 괜찮은 순간은 죽었을 때밖에 없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재외공관. 대사관·영사관·대표부 등이 재외공관에 속한다. 전 세계 재외공관 수는 183곳. 1965년 35개에서 55년 만에 5.2배 늘었다.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행정직원은 2017년 기준 3095명. 행정직원은 공무원이 아닌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다.


외교부가 2017년 공개한 ‘재외공관 행정직원 이직 현황’을 보면 2013~2016년 퇴직한 행정직원은 2992명. 이직률은 19.7%였다. 이직 이유는 공관장의 사적 업무 지시나 욕설 등 ‘갑질’ 행위가 가장 많다. 재외공관 행정직원들이 당한 갑질 사례를 알아봤다.

Stone Musi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구두 닦게 하고 사적 심부름 시킨 무관···“집사나 가정부처럼 부려”


A 준장은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무관이다. 무관은 주재국 군사 정보를 수집하고 군사 관련 외교를 담당한다. 6월11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은 A 준장이 5월 말 한국으로 불려가 국방부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현지 행정직원 B씨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고 폭언을 했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B씨는 A 준장이 평소 직원들에게 자주 욕을 했다고 폭로했다. A 준장은 B씨에게 구두를 닦으라고 지시하는 등 업무와 관련이 없는 심부름도 시켰다. 또 B씨는 베이징에 살고 있는 무관 부인의 운전기사 노릇도 했다. B씨는 “A 준장은 마치 집사나 가정부처럼 직원을 부렸다”고 했다.


A 준장은 갑질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부임 초기인 2018년 부득이하게 직원에게 현금 인출 등을 두어 번 부탁한 게 전부”라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낯선 외국에 나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A 준장은 “사적 심부름이 아니라 공적 업무에 해당하는 합당한 지시였다”고 해명했다.

(왼)SBS 유튜브 캡처, (오)조선DB

행사 끝나고 남은 깐풍기 행방 캐물은 대사


지난 3월 몽골 한국대사관에서는 ‘깐풍기 대첩’이 있었다. 정재남 주몽골 대사는 3월 29일 금요일 오찬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8시쯤 정 대사는 행정직원 C씨에게 전화해 “행사 끝나고 남은 깐풍기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C씨는 “아르바이트생이 가져간 것 같다”며 “월요일에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정 대사는 “그 말에 책임지라”고 했다. 통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깐풍기 행방을 거듭 확인했다. 


C씨는 월요일 오전 출근해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몽골인 직원이 깐풍기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C씨는 정 대사에게 사실대로 보고했다. 그러자 정 대사는 “왜 허위로 보고했느냐”며 화를 냈다. ”책임진다고 했으니 책임을 지라”며 폭언도 했다. C씨는 깐풍기의 행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고했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썼다. 이후 C씨는 1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정 대사는 깐풍기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요리사가 음식 준비를 많이 해서 깐풍기 재료가 남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산 음식 재료가 없어졌으니 그 경위를 파악해 보라고 시킨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5월 말부터 정 대사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다.


총영사가 비서에게 “개보다 못해” 폭언하기도


2018년 10월 한혜진 전 삿포로 총영사는 상해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씨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공관 비서에게 수십 차례 폭언과 폭행을 했다. “개보다 못하다”, “머리가 있나 없나”, “뇌 어느 쪽이 고장 났나”와 같은 말을 했다.


한씨의 갑질로 비서 D씨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렸다. 현지 병원에서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외교부는 2017년 9월 한씨의 폭언·폭행을 검찰에 고발하고 11월 그를 해임했다. D씨는 한씨의 폭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파일 개수는 40개, 녹음 분량은 20시간에 달했다.

YTN NEWS 유튜브 캡처

어머니 장례식장이라도 전화 받으라는 영사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영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인 직원에게 폭언 등 갑질을 했다. 현지인 직원 E씨는 작년 초 영사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외교부에 제출했다. E씨는 탄원서에서 “자동차 와이퍼를 교체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자 영사가 월급을 깎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현지인 직원은 영사의 폭언도 고발했다. E씨는 영사가 “어머니 장례식장이라도 내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괜찮은 유일한 순간은 네가 죽었을 때”라고도 했다고 한다. E씨는 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는 이유로 영사로부터 퇴직도 강요받았다고 고발했다.


비정규직인 행정직원들은 재외공관에서 가장 갑질에 취약하다. 상사의 보복이 두려워 잦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도 꾹 참고 일하기도 한다. 이런 재외공관 갑질을 줄이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투명한 조직 운영 방식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부매일에 실은 칼럼에서 “직원들의 업무 배치와 근무 상황을 외부에서 알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직적인 공직 체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갑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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