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결혼자격 얻은, 13시즌째 '보살팬' 이끄는 39살입니다

조회수 2020. 9. 28. 11: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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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화신(信)' 홍창화 단장이 말하는 "나의 청춘, 한화 이글스"

‘보살팬’.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팬들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오랜 기간 중하위권에서 맴도는 팀 성적에도 오직 ‘최,강,한,화’만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이글스 팬들에 대한 감탄의 의미가 담긴 단어다. ‘엘린이(LG 트윈스의 어린이 팬), ’두린이(두산 베어스의 어린이 팬)’같이 어린이 팬을 지칭하는 말은 있다. 하지만 구단 팬 전체에게 별명이 붙은 것은 한화 이글스가 유일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 믿고 기다려주는 의리. 보살팬이란 별명은 한화 팬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훈장인 셈이다.

출처: 홍창화씨 SNS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

13시즌 째 보살팬을 이끌며 한화 이글스의 응원을 이끌고 있는 홍창화(39) 응원단장. 그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야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한화생명이글스파크(대전구장) 응원단상에 오르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하위를 기록한 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홍 단장은 팀이 지고 있어도, 역전을 당해도 팬과 선수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늘 웃는 얼굴로 ‘최강 한화’를 외쳤다. 


유니폼 뒤에 ‘信(믿을 신)’이라는 글자를 새겨넣고 팬들에게 팀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부탁했다. 팬들은 이런 그에게 ‘창화신(信)’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창화신에게 한화 이글스와 보살팬은 어떤 의미일까.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한화 이글스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직접 만나 들어봤다. 


-한화 이글스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을 맡게된 계기가 있나요? 

“1999년에 한화 이글스가 한국 시리즈 우승할 당시 이글스 팬이었던 후배와 함께 호프집에서 경기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는거에요. 그때부터 한화 팬이 됐지만 사실 대전구장에 직관을 하러 자주 갈 정도로 열성 팬은 아니었어요.


제가 한국체대 재학 시절 응원단장을 했었어요. 군대를 다녀온 후 일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이 공석이라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래부터 응원하던 팀이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고, 응원단장으로 선발됐습니다. 운이 너무 좋았죠.  


저와 업무상 관계를 맺고 있는 이벤트 회사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2008년에는 SK와이번스 응원단장으로 잠시 옮겼었지만, 1년만에 다시 한화로 돌아와 이후 11시즌 연속, 총 13시즌 한화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출처: 홍창화씨 SNS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서 비롯된 창화신(信)

-창화신(信)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유래한 것인지요.

“2006년 처음 응원단장이 됐을 때 한화 이글스를 지휘하던 분이 김인식 감독님이셨어요. 김 감독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믿음의 야구’였거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선수들은 유니폼 뒤에 자기만의 고유 번호가 마킹되어 있잖아요. 그 당시만해도 응원단장이 입는 유니폼에는 대부분 팀의 우승 횟수가 마킹되어 있었어요. 팀이 지금까지 한번 우승했다면 올해도 우승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V2’를 새겨넣는 식이었죠. 그런데 저는 뭔가 다른팀과는 차별화 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제 이름인 ‘창화’ 글자 밑에 ‘믿을 신’ 한문을 크게 박아넣었죠.


다행히 팬 분들도 좋아해주시면서 감사하게도 ‘창화신’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야구장에 처음 오시는 팬분 중에는 ‘야신(야구의 신)’처럼 ‘신(神)’ 글자로 오해하시는 분이있는데, 아닙니다. 믿을 신입니다.”


-한화 이글스 응원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8회 공격마다 모든 팬이 일어나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최,강,한,화’를 외치는 ‘육성 응원’과 윤향기의 ‘나는 행복합니다’를 개사해서 만든 ‘행복송’입니다. 이 두가지 응원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육성 응원은 두번째 시즌이었던 2007년부터 시작했어요.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신문지 응원’이 있잖아요. 우리도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응원 구호를 만들고 싶어서 구단 스태프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게 육성 응원입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일사 분란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점차 팬분들이 열성적으로 호응해주시면서 대표 응원이 된 것 같습니다.


‘행복송’은 2011년부터 시작된 응원가에요. 응원가는 각 팀 응원단장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과정에서 구단 스태프나 치어리더, 팬 분들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이런 곡이 있는데 좋더라. 한번 만들어 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많이 해주세요.


행복송은 그 때 당시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내가 사우나 가서 즐겨 듣는 곡인데 멜로디가 너무 신난다’며 알려주신 곡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응원가가 될 줄 몰랐는데, 참 감사하죠.”

출처: 홍창화씨 SNS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과 한화 이글스의 '보살팬'

영화 ‘인디아나존스’ OST를 활용한 정근우 선수의 예전 응원가처럼 유명한 선수 응원가도 많이 만드셨는데, 응원가를 만드는 노하우가 있는지요.
“응원가로서 가장 좋은 것은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곡이에요. 물론 신나는 곡이여야죠. 많이 알려진 곡이 아니더라도 한번 들으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중독성 있는 음악도 좋아요. 이런 음악들을 찾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


또 중요한 점이 선수마다 플레이 특색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어울리는 곡을 찾는 것입니다. 신인 선수들이나 발이 빠르고 안타를 많이 치는 선수에게는 밝고 경쾌한 음악을 쓰고, 김태균 선수나 최진행 선수처럼 거포 스타일에는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음악을 찾아 쓰고 있어요.


최근에는 저작인격권 문제로 예전에 만들었던 유명한 응원가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응원가 한곡을 만들더라도 저작권에 저촉이 되는지 확인해야합니다. 간단한 작업이 아니에요.”


-지난해 한화이글스가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팀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응원단장으로서 힘들지는 않았습니까. 팀이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팬들의 사기를 올리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지요.

“처음에는 힘들었지요. 저도 사람인데요. 응원하고 있는 팀이 지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야구장을 떠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을 보면 더 힘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지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팀이 경기에 지고 있고, 점수차가 크게 나 사실상 역전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는 팬분들에게 아예 전광판을 보지 말라고 할 때도 있어요. ‘점수판 보지 마세요. 자, 이 경기는 한국 시리즈 7차전 9회말 2사 만루, 점수는 1대 1입니다. 안타 하나면 우리가 우승하는 겁니다’라고 팬분들에게 자기 암시를 하라고 하는거죠. 그러면 팬분들도 힘을 내고 좋아해 주세요. 경기에 지더라도 경기장에 오신 분들은 즐거울 권리가 있습니다. 응원단장은 거기에 힘을 보태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한화 이글스가 우승권 성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지지가 계속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야구팀과 차별화된 한화 이글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한화는 ‘인간미 넘치는 야구’를 했다고 생각해요. 선수와 코칭 스태프, 프론트 직원까지 모두 정이 많고 거기서부터 이글스 야구의 원동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끝날 때 까지 끝나지 않은 야구’라는 특색이 더해졌습니다. 지고 있어도 ‘이대로 쉽게 질 것 같지는 않은데’란 생각이 들게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막판에 지고 있던 경기를 역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런 모습에 팬분들도 환호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출처: 홍창화씨 SNS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한화 이글스의 팬들

-한화 이글스 ‘보살팬’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팬분들 역시 정이 많아요. 가끔씩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는 오히려 팬분들이 저더러 힘내라고 외쳐주세요. 저도 사람인지라 정말 가끔씩 표정관리가 안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팽팽한 경기에서 우리 팀이 무사만루 찬스를 맞았어요. 마침 타순도 중심 타순인 거에요. 이 상황에서는 점수를 꼭 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삼진 나오고 이어서 병살타가 나오면 저도 힘들지요. 그럴 땐 응원석 주변에 앉아계신 분들이 ‘곧 역전할 거에요, 힘내세요’라고 외쳐주세요. 너무 고맙죠.”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특별히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 중 상당수가 남성분이세요. 10명 중 8명은 남성팬이시거든요. 그래서 여성 팬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면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죠. 10년전 쯤 여중생 두명이 제 팬이라고 해주셔서 ‘그럼 너가 팬 1호, 너는 팬2호 해라’라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 학생들이 각자 결혼해 아기를 안고 경기장을 찾아와줬어요. 너무 고맙고 행복했어요. 한편으로는 세월이 눈 깜짝 할 사이 흘렀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3시즌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6년 준우승 당시 한국시리즈 6차전 마지막 경기에요. 그 해 우리팀엔 류현진 선수도 있었고 야구를 너무 재미있게 했었어요.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가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만났었죠. 1승 1무 3패로 뒤져있던 6차전 경기에서 저희가 3대2, 1점차로 지고 있었는데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사 만루 찬스가 있었어요. 안타 한방이면 끝내기 역전이 가능해서 기대치가 엄청 높았었죠. 그런데 타석에 들어선 용병 클리어 선수가 내야플라이로 아웃돼 2아웃이 됐고, 이어 타석에 선 데이비스 선수가 삼진으로 아웃되면서 경기가 끝났어요. 응원단장으로서 첫 해였고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던 경기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출처: 홍창화씨 SNS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

-응원단장으로서의 하루 일과에 대해 시간대별로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주로 야간 경기를 하기 때문에 일반 팬분들과는 하루 시계가 조금 다를 거에요. 기상 시간은 9시 정도입니다. 아침먹고 정오까지는 개인 체력 단련을 하거나 여가 생활을 하는 편이에요. 점심먹고 오후 1시~2시 사이에 경기장으로 출근합니다. 그날 경기에서 할 응원 계획을 점검하고 오후 5시쯤 직원 식당에서 가볍게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보통 6시 반에서 9시 반정도까지 경기를 하고 밤 10시에 야식으로 허기를 달래죠.


경기가 없는 날에는 기업 체육대회나 레크리에이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프로야구가 열리지 않는 겨울에는 농구나 배구 같은 다른 종목 경기에 응원단장으로 뛰고 있습니다.”


-응원단장 직업의 보수는 얼마나 되는지요.
“보수는 한달에 한번 월급 방식으로 들어옵니다. 경기 수에 비례해서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는 편이에요. 구체적인 보수는 팀마다 다르고 경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습니다.”


-올해 만으로 서른 아홉입니다. 응원단장으로서 언제까지 한화 이글스와 함께 할 계획인지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을 말씀해주세요.
“영광스럽게도 한화 이글스의 응원단장으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응원단장으로 뛴 경기가 1000경기를 넘어 기념 시구를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체력이 닿을 때까진 응원 단상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화이글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작년에 오랜만에 가을 야구에 진출했는데 가을 야구 맛을 한번 보니까 우승하는 것까지 꼭 보고 싶습니다. 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5~6년 후에 한화 이글스의 신축구장이 개장될 예정인데 새로운 경기장에서도 꼭 응원을 펼쳐보고 싶어요.”

출처: 홍창화씨 SNS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

-아직 미혼입니다. 팀 성적이 안좋을 때 ‘한화 이글스가 가을 야구 진출하면 장가가겠다’고 팬분들과 약속하셨었는데, 작년 마침내 가을 야구에 진출했습니다. 결혼 계획은 있으신지요.
“이제 장가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셈입니다. 지금은 언제든 좋은 배필만 만나면 결혼할 생각이 있습니다. 갑자기 결혼 발표가 날 수도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한화 이글스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화 이글스는 제게 단순 직장을 넘어서 정말 많은 의미를 지닌 팀입니다. 굳이 한 단어를 꼽자면 ‘청춘’이 가장 어울릴 것 같네요. 20대 후반부터 30대 전부를 함께 한, 제 청춘같은 팀이 바로 한화입니다.


열심히 목이 터져라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는 정말 한분 한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에는 성적이 좋아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한 반면, 올해는 아직까진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찬스가 왔을 때 한화가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팬 여러분들도 조금만 더 힘내시고 지금처럼 열정적인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경기가 이기면 기분 좋고 신나지만 진정한 응원은 팀이 지고 있을 때, 성적이 좋지 못할 때 하는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에 해주시는 응원이 선수들에게 더 힘이 될 것입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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