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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기서.." 최악의 비극 현장 놀러가 속옷 인증샷까지

조회수 2020. 9. 28.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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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구경거리 된 최악의 참사 현장

“#체르노빌에서#원자력사고#상처를바라보며”


체르노빌에서 사진을 찍은 한 인스타그램 유저의 해시태그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뜻밖의 관광지가 ‘핫’하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과 프리피야트는 1986년 원전폭발 사고 이후 유령도시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방사능이 구조 및 진화작업을 벌이던 직원과 소방대원을 덮쳤다. 이후 해체작업을 벌인 노동자 5700여명과 민간인 2500여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도 인근거주자 약 43만명이 암·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출처: HBO 공식 홈페이지
HBO 드라마 체르노빌 포스터.

20세기 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 현장에 최근 관광객이 늘었다. 우크라이나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체르노빌 관광객은 전년대비 2배 늘어난 15만명”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에 밝혔다. 이유는 드라마 때문이다. 미국 방송사 HBO는 드라마 ‘체르노빌(Chernobyl)’을 올해 5월부터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의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률은 52%. ‘왕좌의 게임’ 시즌 8 최고 시청률인 46%를 훨씬 넘어섰다. 유명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IMDb에 올라온 체르노빌 평점은 9.7점이다. 역대 미국 영화·드라마 별점 중 최고점이다. ‘왕좌의 게임’, ‘아바타’ 등을 제쳤다.


체르노빌 드라마 작가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 기억해달라”

출처: 인스타그램( @nz.nik) 캡처
논란이 일었던 체르노빌에서 촬영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사진.

체르노빌 관광객이 급증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종 투어상품을 내놨다. 관광객들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약 12마일(20km) 떨어진 기숙사 같은 호텔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다. 현지 가이드 안내를 받고 빈 건물을 구경하고 폐쇄 원자로 주변을 살핀다. 기념품으로 ‘방사선 아이스크림’ 장식의 냉장고 자석과 ‘체르노빌 공기 통조림’ 등을 가져가기도 한다. 관광상품 가격은 80~300달러대다. 소셜미디어에는 체르노빌에 방문한 관광객들의 각종 인증사진이 올라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고 25주기였던 2011년 본격적으로 이 지역의 관광을 허용했다. 다음 해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노리고 체르노빌의 관광지화 방침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내 많은 지역의 방사선 수치가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전문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투어 전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미리 서명을 해야만 한다.

출처: 인스타그램(@chernobyltour) 캡처
우크라이나 관광업체들은 방사능 수치가 정상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편 체르노빌 참사지역을 즐기는 문화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체르노빌을 배경 삼아 속옷차림으로 사진을 찍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나 우스꽝스러운 자세나 포즈로 참사현장을 조롱하듯 촬영한 관광객도 있었다. “여러분이 체르노빌을 방문했다면 부디 그곳에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 고통받았던 모든 사람들을 존중해달라.” 드라마 체르노빌 각본가 크레이그 마진(Craig Marzin)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당부했다.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 극본가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의 트위터

체르노빌처럼 재해나 전쟁 등 비극적 사고를 겪은 지역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구경하는 것을 ‘다크투어리즘’이라 한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난징의 난징 대학살기념관 등이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지역이다. 우리나라에는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고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이승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사는 “매년 70만명 이상 방문하는 역사적 공간”이라고 KTV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1월 설명했다.


관광상품 적극 홍보하는 일본정부 “수산물 문제없다”


연간 외국인 방문자 10만명 정도가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1945년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현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이 원폭투하로 최대 16만6000명의 일본인이 사망했다. 비극이 벌어진 지역이지만 70년 지난 지금은 관광명소다. 2017년 기준 히로시마는 일본 10대 관광지 중 9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벌인 영향이 크다.

출처: '트래블 후쿠시마(Travel Hukushima)' 캡처
후쿠시마 관광을 홍보하는 웹사이트.

유자키 히데히코 히로시마현 지사는 2016년 12월 한국에 방문해 관광상품을 적극 홍보했다. 유자키 지사는 "히로시마 원폭돔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했다. "히로시마가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 사용자가 선정한 가고 싶은 일본관광지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히로시마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굴과 사케를 꼽았다. 또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야외레저 활동이 매력적이라며 트레킹·사이클링 등의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을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는 작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재난을 당한 땅 후쿠시마를 부흥의 땅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마사오 지사는 밤·야생버섯·담수어 등 일부를 빼면 농수산물의 방사선 수치가 지난 3년간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2036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완전히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2013년 가을부터 ‘후쿠시마 원전 관광지화 계획’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 가이드북 캡처

일본 관광청은 ‘안심하고 안전하게 일본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이라는 가이드북을 내고 일본의 식품·대기·온천 등에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각종 연구결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 일본 외국인 방문객은 사상 최대인 3119만2000명. 올 1~4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는 264만7400명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중국인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다. 이 가운데 일부는 원자력이 빚은 참혹한 현장을 찾는다.


아우슈비츠 인증샷으로 ‘나치 포즈’ 올린 10대


보통 관광을 떠나는 이유는 즐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다크투어리즘은 추모하는 마음으로 떠난다. 동시에 과거의 실수를 마음에 새기고 역사의 교훈을 배우는 학습 여행이다. 교훈을 얻기 위해 찾는 대표적 여행지가 바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다.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1940~1945년 운영했던 강제 수용소다.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있다. 나치가 유대인·소련군 포로·나치즘에 반대하는 자들을 대량살상한 장소다. 나치 독일이 세운 강제수용소 중 최대 규모다. 1945년 기준으로 유럽 거주 전체 유대인 인구의 80%(약 600만명)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정부는 1947년 아우슈비츠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개방했다. 매년 210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다.

출처: 아우슈비츠 트위터(@AuschwitzMuseum)
아우슈비츠 박물관은 트위터 계정에 "아우슈비츠 선로 위 말고도 균형감강을 뽐낼 수 있는 장소는 많다"고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향해 비판했다.

이런 비극의 현장에서 경박한 행동을 해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이 있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은 지난 3월20일 공식 트위터로 "아우슈비츠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당신이 100만명 이상이 학살당한 장소에 와 있다는 걸 기억해 달라"라고 했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의 파월 사위키(Pawel Sawicki) 대변인은 "기차선로 위에서 포즈를 잡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철도 말고도 사진 찍을 곳은 많다"고 했다. "아우슈비츠 희생자들에 대한 존엄과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박물관이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문제가 되진 않지만 이곳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촬영했으면 한다."

출처: 아우슈비츠 트위터(@AuschwitzMuseum)
나치 포즈를 취해 논란이 됐던 폴란드의 10대 청소년.

작년 10월에는 이곳을 방문한 10대 폴란드 여학생 3명이 나치 경례를 하며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현지 당국이 수사에 나선 사건도 있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10월9일(현지시각) 폴란드 아우슈비츠 박물관을 방문한 10대 여학생 사건을 보도했다. 이들 3명은 '죽음의 문' 앞에서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쭉 뻗는 나치 경례를 하는 사진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여학생들은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을 짧은 시간 올려놨다 곧 삭제했다. 그러나 아우슈비츠 추모 박물관 측이 해당 사진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해외 네티즌은 이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홀로코스트와 전체주의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사위키 대변인은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교육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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