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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은이 여기에 있다니..솥뚜껑 히트남, 또 35억 대박쳤다

조회수 2020. 9. 28. 11: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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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입자 들어간 기능성 치약 만들어 연매출 35억원 냅니다"
출처: jobsN
김기영 한국보원바이오 대표.

"금·은 입자 들어간 기능성 치약 만들어 연매출 35억원 냅니다"

김기영(55) 한국보원바이오 대표
치약 관련 특허 국내 11건, 중국 4건
중국·인도네시아 공략해 이름 알릴 것

금·은 입자가 들어간 치약을 만든다. 기능성 치약 제조법으로 등록한 특허만 11건. 중국에도 4건의 특허를 냈다. 시중에 나온 치약에는 12~17개 성분이 들어간다. 한국보원바이오에서 만든 ‘노블다움’ 치약은 금·은 입자를 포함 27가지 원료가 들어 있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알코올이나 화학 성분 원료는 뺐다. 대신 알로에베라겔·자몽종자추출물 등 자연 유래 성분을 더했다. 알로에는 세포 재생과 항균 효과가 있다. 자몽종자추출물은 구강 세균을 없애준다.


주력 상품은 금·은 입자를 넣은 ‘노블G플러스 금치약’과 ‘노블S플러스 은치약’. 또 바르기만 하면 2주 만에 치아를 희게 만들 수 있는 치아미백제 ‘프리미엄 화이트닝겔’과 일반 치약과 사용법이 같은 ‘투스홀 화이트 미백치약’도 판매한다. 한국보원바이오의 2018년 매출은 35억원. 제 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앞으로 중국·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싶다는 김기영(55) 대표를 만났다.


무쇠솥 사업으로 시작···2006년 치약으로 눈 돌려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 동안 직장에 다니다 그만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989년부터 자잘한 사업을 해보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1994년 서른 살 나이에 ‘매직슬로우’라는 상호를 걸고 유통판매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치약을 판매했던 건 아니에요. 무쇠솥과 솥뚜껑 등을 만들어 시장에 내놨습니다. 이게 히트를 쳤어요. 미도파백화점에 입점도 했죠. 1990년대 중반에 연 매출이 17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오래 누리진 못했다. 우후죽순 유사 상품이 나왔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매출이 떨어졌다. “업종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생활건강 분야로 눈을 돌렸어요. 그러다 기능성 치약으로 아이템을 정했습니다. 애매한 품질로는 대기업 제품과 승부를 보기 어려웠어요.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원료를 써서 차별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김 대표는 금·은 입자를 넣은 프리미엄 치약으로 콘셉트를 정했다. 은이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살균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해보니 금도 은과 같은 항균 기능이 있었다고 한다. “제품을 기획했던 2000년대 중반에는 금이나 은을 넣은 기능성 제품이 소비자에게 먹혔어요. 그래서 치약에도 이 콘셉트를 적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거죠.”


치약 연구개발 전문업체에 개발을 의뢰했다. 다른 치약 제조사에서 기술 이전도 받았다. “치약 액상에 은가루를 넣어 배합하는 기술이 핵심이었습니다. 은가루는 옅은 바람이 불어도 쉽게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요. 그래서 배합을 잘못하면 수제비처럼 은가루가 뭉치는 거죠. 2005년 1년 동안 연구해 2006년 식용 가능한 순도 99.9% 금·은 입자를 넣은 기능성 치약을 만들었습니다. 치약 하나에 금·은박이 0.91g 들어가죠. 한국콜마에 생산을 맡기고 판매를 시작했어요.”

출처: jobsN
한국보원바이오에서 개발·판매중인 제품들.

홈쇼핑 광고로 출시하자마자 연 200만개 팔려


문제는 판로였다. 좋은 제품이 있어도 물건을 팔 곳이 없었다. LG생활건강·애경·부광약품 등이 치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이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 매장에 입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제품을 출시한 2006년 김 대표는 케이블TV에 홈쇼핑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가 대박이 났다. “1년 만에 은 입자를 넣은 치약이 200만개 이상 팔렸어요. 제품이 잘 나가니까 홈플러스에서 먼저 입점 제안이 왔죠. 대형마트에 입점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꿈을 이룬 거죠.”


하지만 대기업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경쟁 대기업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폈다. 제품 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로 줬다. 또 제품을 홍보할 직원을 매장에 보내기도 했다. 한국보원바이오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1+1 프로모션을 하라는 압박도 들어왔다. “대기업과 1대 1로 맞붙으면 승산이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중국·동남아시아 등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많이 다녔어요.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 제품을 사 달라고 열심히 홍보했죠.”


2007년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 김 대표의 노력이 통했다. 직원들이 직접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제품 시연도 한 덕분이다. 백화점이나 규모가 큰 미용실에 매대를 설치하고 치약을 팔았다. 한 달 매출은 4000만~5000만원가량이었다.

한국보원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2008년 9월 중국에서 멜라민 사태가 터졌다. 화학물질인 멜라민은 수지(樹脂)와 만나면 불에 잘 견디는 성질이 생긴다. 멜라민 수지는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하면서 촉감이 도자기와 비슷해 식기로 주로 쓴다. 하지만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암이나 신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당시 중국산 분유에서 멜라민이 나와 영·유아 5만4000명이 신장결석으로 치료를 받았다. 또 네 명의 유아가 사망했다. 중국산 분유를 수입한 인도네시아 국민도 피해를 입었다. 이후 식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품질 기준이 엄격해졌다. 치약을 팔려면 품질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허가를 받는 데 2년이 걸렸다. 2011년 판매 허가를 받고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멜라민 파동 전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으니 수억원어치를 미리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안 팔리더라고요. 허가만 받으면 대박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요.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린 거죠. 물건이 안 팔리니 홈쇼핑 업체들도 안 받아 주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백화점 안에 매대를 들여놓고 물건을 팔았어요. 2013년쯤에서야 재고를 소진했죠.”

믿었던 지인마저 배신···그래도 해외 진출 포기 않는다


시련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왔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지인과 분쟁이 생겼다. “현지 법인을 만들려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었어요. 미리 상표를 출원하려고 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지인 회사 명의를 빌려 상표를 출원하고 법인 허가증이 나오면 넘겨받으려고 했죠. 그런데 막상 상표권을 넘겨달라고 하니 ‘이게 왜 네 거냐’고 하더라고요.” 김 대표는 10년 동안 발품을 팔아 홍보한 브랜드 ‘알 아따’(AL ATHAR·깨끗하다)를 그렇게 포기했다. 알 아따는 치약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 정했던 현지 브랜드 이름이었다. “당연히 억울하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다행히 협력사와 이야기가 잘 풀려서 새 브랜드 ‘하비비’(HABIBI·친구)를 론칭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제 김 대표는 현지에서 사업을 할 때 법적인 문제를 가장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한다. “앞만 바라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면 언젠가는 꼭 탈이 난다는 걸 알았죠. 호되게 당하고 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분쟁 소지가 있는 일이라면 제대로 알아보기 전까지는 시작하지 않습니다. 현지 법규를 잘 몰라도 코트라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재산을 남에게 빼앗긴 뒤에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는 걸 알았습니다.”


김기영 대표의 목표는 인도네시아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마트 48개 점포와 현지 편의점 체인 ‘알파마트’에 입점도 했어요. 2018년 매출은 5억원 정도였죠.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을 7개 정도 열 생각입니다. 벌써 3곳은 문을 열었어요. 내년엔 5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7000만명입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사람이 많은 나라죠. 생활건강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아마 7년 안에 상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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