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치 시급 2600만원 감수하고..이 행동을 한 이유

조회수 2020. 9. 28. 13: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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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때문에 우승컵 박탈.." 논란 부른 축구 세리머니

5월29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우리나라 18세 이하(U-18) 축구 대표팀이 2019 판다컵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판다컵은 청두에서 매년 5월 각국 18세 이하 대표팀을 초청해 여는 대회. 개최국인 중국 외 3개국이 참여해 4개국이 리그전을 치른다.


논란은 대회가 끝나고 일어났다. 한국 대표팀 주장 박규현이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일종의 세리머니(ceremony·의식)였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한국 국가대표팀이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비난했다. 웨이보 등 SNS에서는 “한국은 축구보다 예의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출처: 웨이보 캡처
박규현이 우승 트로피에 발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

 판다컵 조직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와 U-18 대표팀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또 한국에 수여한 우승 트로피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자 김정수 U-18 대표팀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 내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다음날 대한축구협회도 “어린 선수들의 실망스런 행동에 대해 중국축구협회와 중국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피파(FIFA·국제축구연맹)는 종교·정치·상업적 의미를 담고 있는 세리머니를 금지한다.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스포츠 경기에 특정 국가나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 제5조에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대회가 열리면 세리머니로 논란을 모으는 선수들이 있다. 세리머니 때문에 벌금을 물거나 출장 금지 처분을 받기도 한다.


자존심 긁은 상대팀 감독에 복수··· 정치적 세리머니로 징계도


3월21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FC)는 외설적인 세리머니로 벌금 2만유로(약 2600만원)를 부과받았다. 같은 달 13일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호날두 혼자 3골을 넣어 유벤투스가 3대 0으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호날두는 관중을 마주 보고 양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사타구니를 향해 내리 찍는 세리머니를 했다. 1차전 때 유벤투스를 2대 0으로 꺾은 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이 했던 세리머니였다. 호날두가 상대편 감독에게 보복성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KINGJJ10 유튜브 캡처

유럽축구연맹은 앞서 시메오네 감독의 세리머니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벌금 2만유로를 부과했다. 호날두는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세리머니를 했다. 호날두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챔피언스리그는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호날두 팬은 “2600만원은 호날두의 5시간 30분치 시급”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호날두는 자신의 팬들을 위해 그랬을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세리머니 때문에 징계를 받은 선수도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우리나라는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땄다. 올림픽 축구 경기에서 딴 사상 첫 메달이었다. 박종우(31)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승리 세리머니를 했다.


피파뿐만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종교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세리머니를 금지한다. 박종우 선수는 메달은 받았지만 세리머니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또 벌금 약 400만원과 A매치 두 경기 출장 정지 처분도 받았다.


골 넣고 동양인 비하 ‘눈 찢는 제스처’···인종차별도 빈번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담은 세리머니로 비판을 받는 선수도 있다. 동양인을 비하할 때 서양인이 자주 쓰는 ‘눈 찢는 제스처’가 대표적인 인종차별 세리머니다. 2017년 6월 우리나라에서 피파 U-20(20세 이하) 월드컵이 열렸다. 우루과이 대표팀 소속 페데리코 발베르데 선수는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득점한 뒤 두 손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했다. 발베르데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사람에게 보라고 한 제스처였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발베르데는 트위터에 한글로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절대 그 어떤 부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출처: 트위터 캡처
발베르데가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

2009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이탈리아 출신 페데리코 마체다는 동점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서서 양쪽 귀를 쥐고 혀를 내밀며 원숭이 흉내를 냈다. 유럽에서는 동양인을 비하할 때 ‘옐로우 몽키’(yellow monkey)라는 말을 쓴다. 또 원숭이 흉내도 낸다.


마체다의 돌발 행동에 동료 라이언 긱스가 달려와 세리머니를 저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제스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2011년에는 기성용 선수가 원숭이 세리머니로 비판을 받았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기성용 선수. 그는 손으로 얼굴을 긁으며 원숭이 흉내를 냈다. 일본 네티즌들은 아시아축구연맹에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후 SNS에서 “관중석에 있는 욱일기를 보는 내 가슴에선 눈물이 났다”며 원숭이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밝혔다. 별 다른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일본 축구팬들의 비판은 이어졌다. 일각에선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원숭이 흉내를 한국 선수가 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누워서 침 뱉기”라는 반응도 있었다.

출처: 엠빅뉴스 유튜브 캡처
원숭이 세리머니를 하는 기성용 선수.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판다컵 세리머니가 논란을 모은 이유로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과 동양 문화의 특수성을 꼽았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우승컵에 발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선수들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로 논란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예의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와 중국의 반한 감정이 겹쳐 선수들이 과한 비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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