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정한 '로또'다..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뛰어든다는 일

조회수 2020. 9. 28. 13: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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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사진 한 장에 38억원"..이젠 방탄소년단 사진도 팝니다

“태어날 때부터 날 따라다녔어요. 어딜 가든 항상 ‘그들’이 있었거든요. 가끔은 정말 힘들었지만 덕분에 강해졌습니다”

출처: 패리스 힐튼(@parishilton) 인스타그램 캡처
셀카 찍는 패리스 힐튼( Paris Whitney Hilton).

5월30일 방한한 힐튼 그룹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KBS ‘연예가중계’에서 ‘그들’을 언급했다. 스타가 있는 곳엔 항상 ‘그들’이 있다. 바로 파파라치다. 패리스 힐튼은 그간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때문에 스캔들에 시달렸다. 비밀스러운 데이트 현장, 21억짜리 약혼반지, 애완견, 심지어 민망한 노출 장면까지 전세계에 퍼졌다.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 파파라치


파파라치(Paparazzi)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찍어 돈을 받고 파는 사진사들을 말한다.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뜻한다.

‘파파라치’라는 단어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 처음 등장했다. 이 영화에서 끈질기게 남을 따라 다니는 사진기자의 이름이 파파라초(Paparazzo)다.

영화 '달콤한 인생' 포스터 캡처

파파라치는 유명인의 사생활 담은 사진을 언론사에 판매해 돈을 번다. 또 파파라치와 언론사,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주는 에이전시가 있다. 예를 들어 파파라치 에이전시 A사는 타블로이드 신문(보통 신문의 1/2 크기 신문) B사, C사 등에 사진을 제공한다. 수수료를 받고 파파라치와 잡지사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언론사와 파파라치는 공생관계다. 언론사들은 파파라치가 찍어 온 유명인들의 사진을 내 회사의 이름을 알린다. 또 금전적 이익도 본다. 파파라치는 이들로부터 돈을 받는다. 파파라치와 스타도 마찬가지다. 어떤 스타들은 돈을 주고 일부러 사진에 찍히기도 한다. 자극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사진 한 장에 무려 30억원, 유명인 사진은 ‘로또’


스타들의 사진 한 장만 잘 찍으면 바로 돈방석에 오른다. 1997년, 영국 다이애나 스펜서 전 왕세자비가 애인과 요트에서 밀회 즐기는 모습을 찍은 파파라치는 30억원을 받고 사진을 팔았다.  

출처: 미국 피플지 표지
2006년 6월호 피플지 표지를 장식했던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딸 샤일로.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 누벨의 사진은 무려 320만달러(약 38억원)에 팔렸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이었다. 두 사람은 파파라치의 불법 사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부부는 두 번째로 태어난 쌍둥이 녹스 레온과 비비안 마르셀린의 사진은 1100만달러(약 130억원)라는 거액을 받고 잡지사에 공식적으로 팔았다. 이들 부부는 사진을 팔아 얻은 수익금을 졸리·피트 재단을 포함한 여러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파파라치와 짜고 연출 사진을 찍은 메건 마클의 아버지인 토마스 마클.

작년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한 미국 배우 출신 메건 마클의 아버지는 파파라치와 짜고 연출 사진을 찍어 논란이 일었다. 메건 마클의 아버지인 토마스 마클은 파파라치에게 돈을 받고 ‘로열웨딩을 준비하는 신부 아버지’ 콘셉트의 사진촬영을 했다. 또 딸의 사진을 판매했다. 대가로 받은 돈은 10만 파운드(약 1억4500만원)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마클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배우 올랜도 블룸과 시에나 밀러의 키스 사진은 3만5000파운드(약 6억4000만원)에 팔렸다. 이 사진을 찍은 경력 7년의 베테랑 파파라치 찰리는 MBC ‘W’에서 “나에게 사진은 로또”라고 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길거리를 전전하며 스타들의 뒤를 쫓은 결과였다.

'밋더페이머스(Meet the famous)' 홈페이지 캡처

파파라치,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대박’을 노리고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파파라치에 뛰어든다. 누구나 쉽게 파파라치에 도전할 수 있는 사이트도 등장한 적 있다. 2009년 생긴 '밋더페이머스(Meet the famous)’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다. 스타들의 사진을 찍어오면 언론사에 대신 팔아준다. 휴대전화와 카메라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잠재적인 파파라치였다.


1명이 볼 때마다 0.005달러(약 5.9원)을 받았다. 조회수가 20만이라면 1000달러(약 118만원)를 받는다. 사진이 언론사에 팔리면 한번에 많은 돈을 받는다. 팔린 금액의 50%를 가져간다. 4400달러(약 522만원)에 팔린 사진이라면 파파라치는 2200달러(약 261만원)를 손에 쥔다.


파파라치는 새로운 산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KBS ‘W’ 방송에서 세계적인 파파라치 에이전시인 ‘빅 픽쳐스’ 대표 대런 라이온스는 “파파라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라고 했다. 또 영국 유명TV에서는 일반인을 파파라치로 훈련시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영국 다이애나 스펜서처럼 죽어도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


유명스타와 파파라치들 사이에 충돌은 잦을 수 밖에 없다. 지키고자 하는 자와 파헤치려고 하는 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파파라치는 스타의 은밀한 부분을 알고자 한다. 더 자극적이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은 대중의 관심을 산다. 

출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영국 다이애나 스펜서 전 왕세자비의 생전 모습.

파파라치가 가장 크게 논란이던 적이 있다. 영국 다이애나 스펜서 전 왕세자비의 사망 사건 때였다. 1997년 8월, 애인과 함께 차에 탔던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파파라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영국 신문불만처리위원회(PCC)는 5개항으로 취재 및 보도 규제안을 발표했다. 오토바이로 따 라붙거나 미행과 추적 등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들로부터 사진을 입수한 언론사 편집인들은 엄격한 검열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 이미지
스칼렛 요한슨(Scarlett Ingrid Johansson).

지난 4월 할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파파라치에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나섰다. 스칼렛 요한슨은 자신의 차량을 뒤따라오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위험에 처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다이애나처럼 죽어도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누군가는 그처럼 죽거나 혹은 다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할리우드 배우 주드로, 린제이 로한, 팝스타 저스틴 비버, 래퍼 카니예 웨스트, 권투선수 타이슨 등은 파파라치의 도가 지나친 행동을 참치 못하고 폭행을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젠 방탄소년단 파파라치까지 등장


스타가 있는 곳에 파파라치가 있다. 최근 해외 파파라치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우리나라 그룹도 있다. 방탄소년단이다. 지난 4월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방탄소년단을 선정했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그룹 최초 수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기획사 매출을 제외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5조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방탄소년단(BTS)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그 인기를 증명하듯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파파라치 매체 중 하나인 ‘스플래시 닷컴’에 자주 등장한다. ‘스플래시 닷컴’에서 ‘BTS’를 검색하면 2033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요즘 방탄소년단은 파파라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속사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티스트 보호에 힘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파파라치로 키워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파파라치라는 단어가 조금 다른 뜻으로 쓰인다.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쫓는 것보다는 일반인의 범법행위 장면을 찍어 정부에 신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정부 보상금을 타내기 위해 움직인다. 개파라치(반려견에게 목줄과 입마개 안 시킨 견주), 카파라치(교통위반 차량), 쓰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 학파라치(학원 불법 영업), 쇠파라치(수입 쇠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 영파라치(영화 불법 업로드), 식파라치(음식물) 등 다양한 종류의 파파라치가 생겨났다.

조선DB

5월 국세청은 5억원 이상 해외은닉재산 미신고자를 적발하는 파파라치에게 최고 20억원의 포상금을 준다고 했다. 선거 파파라치들은 작년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 때 활발하게 활동했다. 최대 5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견주를 신고한 일명 개파라치들은 최소 20만원에서 맹견의 경우 최대 300만원까지 포상금을 받는다.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파파라치 학원까지 생겼다.


”파파라치인가요” “사진작가인데요”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톱스타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보도하는 매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1월 1일,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톱스타 김태희와 비의 데이트 사진을 찍어 보도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연예인의 만남에 대중들은 큰 관심을 가졌다. 이후 유명인들의 열애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해 보도하는 매체들이 늘고 있다.

출처: 레인컴퍼니
김태희와 비.

파파라치는 윤리적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사생활 침해’인가 ‘대중의 알 권리 충족’인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다. 파파라치들은 "우리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파파라치들에게 원치 않는 사진을 찍히는 스타들은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할 사생활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한 것”이라고 한다.


여러 톱스타들의 데이트 장면을 포착해 보도해 온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자신들은 ‘파파라치’가 아니라고 한다. 디스패치 김용덕 사진팀장은 MBC TV '시사매거진 2580'에서 "외국 파파라치들은 사진을 찍어서 판다는 판매의 목적,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을 팔지도 않는다. 탐사보도를 해서 확인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보어드판다(Bored Panda) 캡처
1960년 10월 20일 활과 화살을 들고 파파라치를 마주한 영화배우 아니타 에크베르그(Anita Ekberg).

연예인을 포함한 이른바 공인들을 어디까지 보호 받을까. 정확한 답은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법무법인 다온의 정재환 변호사는 파파라치 보도에 대해 “연예인들은 공인이다. 일반인들보다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법적인 제재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도 내용이 허위 사실이 아닌 이상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체 특정 부위가 보이는 사진이나 영상 등은 법적 문제로 삼을 수 있다. 또 내용상 대중의 알 권리를 넘어 심각한 사생활 침해나 안 좋은 모습이 부각된 경우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변호사는 “파파라치 사진의 처벌 기준은 추상적이다. 때문에 재판부가 판례를 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파파라치가 연예인의 신체 노출 사진을 찍었더라도, 연예인 본인이 그동안 스스로 노출을 추구했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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