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웃찾사' 폐지 후 앞길 막막했던 SBS 공채 개그맨 3명, 지금은..

조회수 2020. 9. 28. 14:4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30대 남성이 "엄마 나 클럽 가도 돼?" 묻는 영상이 인기 있는 이유
유튜브 채널 '배꼽빌라'
김승진·유룡·이재훈 함께 시작
"배꼽크루 만들고 싶어"

"엄마 나 숙제 다했는데, 클럽 가도 돼?"

"숙제 다했는데 왜 안 돼?"


엘리베이터에서 한 남자가 전화로 엄마한테 클럽을 가도 되는지 허락을 받는다. 통화를 듣던 사람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유튜브 채널 ‘배꼽빌라’에 올라온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328만회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노래 가사로 대화하기, 재벌 2세 등 다양한 몰래카메라가 있다.


배꼽빌라는 흔히 일어나지 않을 법한 상황을 연출해 몰래카메라를 촬영해 올린다. SBS 공채 개그맨 세 명 김승진(31)·유룡(31)·이재훈(30)씨가 함께 만들었다. 2017년 SBS 예능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폐지 이후 유튜브로 의기투합한 이들을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길거리에서 만났다.

출처: jobsN
배꼽빌라 멤버들. (왼쪽부터)유룡, 이재훈, 김승진씨

웃찾사에서 유튜브로


김승진, 이재훈씨는 어렸을 때부터 코미디언을 꿈꿨다. 고등학교 졸업 후 소극장 생활을 거쳤다. 이후 S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해 웃찾사에서 코미디언 생활을 시작했다. 유룡씨는 연기자를 꿈꿨다. 그러나 희망하는 대학에 불합격하고 선생님의 권유로 코미디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졸업반 때 치른 S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다.


세 명은 SBS 공채 개그맨 12, 13, 14기 선후배로 만나 함께 프로그램을 꾸렸다. 남자의 심장, 우리의 소리, 충무로 손 등으로 통해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던 중 2017년 SBS에서 웃찾사를 폐지했고 많은 개그맨이 직장을 잃었다. 김승진, 유룡, 이재훈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와 유씨는 막막했다고 한다. 반면 이씨는 슬프지만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이상 TV에 나오지 못하는 건 섭섭했지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 셈이었어요. 동기들은 다른 장점을 살려 사업을 하고 방송국 작가로도 재취업한 친구들도 많았죠." 청춘을 개그에 바쳤던 세 명은 다시 코미디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뭉쳤다. 선후배 사이가 아닌 형, 동생으로서 만난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유튜브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2018년 8월 방송에서 유튜브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출처: jobsN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난 배꼽빌라 멤버들.

셋이 모여 유튜브 시작


유튜브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가진 것이 없었다. 사무실은 물론 촬영할 카메라도 없었다. 주위 사람들도 '6개월 하다가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때 개그맨 선배 손헌수씨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사무실은 물론 편집할 컴퓨터, 스튜디오 촬영 카메라 등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했다. 김승진씨는 "아무것도 없던 우리에게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은인 같은 선배"라고 말했다.


‘개꼴통TV’로 이름을 짓고 활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콘텐츠는 동료들의 응원을 받는 영상이었다. 유튜브를 막 시작하는 새내기로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선배들인 엔조이 커플로 알려진 개그맨 임라라·손민수씨, 고장환씨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과 응원을 듣는 것이다. 이재훈씨는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성공의 발판으로 삼지 못했습니다. 당시 조회 수가 30회 정도였어요. 실수로 눌러도 100회 정도는 나올 텐데 실망스러웠죠. 반응도 '웃찾사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것)들이 또 뭐하네'가 대부분이었어요. 콘텐츠의 중요성을 느끼고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름도 배꼽빌라도 바꿨습니다. 웃기는 콘텐츠니 '배꼽'을 넣고 동네 골목마다 있는 빌라처럼 사람들이 찾는 콘텐츠 곳곳에 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배꼽빌라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배꼽빌라를 알린 몰래카메라


‘한 번도 화를 낸 적 없는 남자를 화나게 해보자’, ‘단 한 번도 매운맛을 못 느껴본 남자를 만나보자’ 등 콩트 콘텐츠를 만들었다. 어떤 음식인지 맞추는 ASMR 먹방도 시작했다. 그중 지금의 배꼽빌라를 독자들에게 알린 콘텐츠는 바로 몰래카메라다.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콘텐츠다. 첫 몰래카메라 영상 ‘휴대폰 빌려서 바닥에 던지기’는 유튜브 조회수 38만회를 기록했다. 김승진씨는 이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동시에 욕도 많이 먹었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핸드폰을 빌리고 통화하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몰래카메라였습니다. 통화하는 척하면서 재빨리 공기계로 바꾸는 게 포인트였어요. 촬영을 다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조회 수 100만회 가까이 나왔습니다. 당시 콘텐츠 중에 조회수 1000회가 넘는 게 없었는데 신기했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저러다 맞아 죽겠다’, ‘저게 무슨 몰래카메라냐’, ‘이런 거 할 거면 찍지 마라’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았으니 유쾌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기로 했죠.”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빌려 재벌인 척 통화하는 ‘재벌 2세 몰카’, 멤버 두 명이 모르는 사람 옆에 다가가 가사로 대화하는 ‘노래가사로 대화하기’ 등 영상을 찍었다. 두 영상 모두 조회 수 100만회를 넘으면서 SNS서 화제였다. 누리꾼들은 ‘몰래카메라 당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재밌다’, ‘당하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웃을 수 있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꼽빌라는 촬영 후 당사자에게 가서 영상을 써도 되는지 허락을 받는다. 허락하면 영상을 바로 쓰거나 모자이크를 하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촬영 후 기분이 나빴다는 분들에게는 영상을 지우고 바로 사과를 한다고 한다. 유룡씨는 “찍는 저희도 재밌고 몰래카메라 주인공들도 웃을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공연도 오르고 콘텐츠도 만드는 배꼽크루 만들고 싶어”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구독자 31만명, 조회 수 300만 이상을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로 자리 잡았다. 시작할 때 만 해도 5개월 동안은 수입도 없었다. 유룡씨는 예비 신부에게 용돈을 받았고 김승진씨는 차를 팔고 집 보증금을 빼서 생활했다. 김씨는 “돈이 떨어질 때쯤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면서 “전에는 짜장라면 6봉지 사서 세 명이 나눠 먹었는데 지금은 저녁에 치킨도 시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훈씨는 수입도 수입이지만 촬영 및 아이디어 회의에서도 의견이 맞지 않아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초반에는 많이 싸웠습니다. 고집도 세서 의견 충돌이 많았죠. 돈도 없는 상태에서 싸우기만 하니까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 싸워서 스파크가 생기면 누군가는 그걸 빛으로 알아봐 주지 않을까 싶어서 싸우면서도 열심히 했습니다. 영국 전설의 밴드 퀸도 싸우는데 우리라고 별수 있나요.”


생활고와 의견충돌을 이겨내자 많은 분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유룡씨는 재밌게 봐주는 구독자 모두가 기억에 남지만 최근 받은 장문의 메일이 가장 감사하다고 했다. “우울증이 심한데 배꼽빌라가 큰 위로가 되고 있다는 메일이었어요. 우리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저희가 힘을 받았습니다.”


이런 배꼽빌라의 목표는 배꼽크루를 만드는 것이다. 후배 및 동료와 함께 ‘배꼽00’ 시리즈 팀을 만들어 여러 곳에서 활동하는 코미디언 커뮤니티를 꾸리고 싶다고 한다. 또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서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코미디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남에게 행복을 준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코미디언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죠. 한국 코미디 시장이 예전 같지 않지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버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MBC는 개그맨을 뽑지 않고 SBS는 웃찾사를 폐지했지만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유튜브, 아프리카, 트위치 등 길은 더 많아졌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도전하다보면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마지막으로 ‘강한 사람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오래 남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초심 잃지 말고 끝까지 가면 빛을 볼 것입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