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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립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이 기자들에게 한 말

조회수 2020. 9. 28.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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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봉준호 감독이 기자들에게 한 말은?
영화 ‘기생충’과 ‘어벤져스’ 감독이 말한 스포일러
스포일러의 기준과 홀드백(Holdback)
진화심리학에 기반한 스포일러의 심리

“실례를 무릅쓰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캡처

봉준호 감독이 5월말 칸 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을 처음으로 공개할 때 한 이야기다.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스포일러(spoiler)란 영화나 소설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는 것이다.영화의 주요 내용이나 결말, 반전 등을 미리 알려 예비 관객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영화계 종사자들은 스포일러에 민감하다. 예비관객들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주요 정보를 알면, 영화관을 찾아 직접 볼 가능성이 줄 수밖에 없다. 스릴러나 추적 영화의 경우 스포일러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영화 속 범인의 정체가 궁금해서, 반전을 보는 맛에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영화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출처: 톰 홀랜드(@tomholland2013) 인스타그램 캡처
감독 몰래 영화의 부제를 스포했던 톰 홀랜드(Tom Holland).
출처: Facebook 'marvel.kr'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캠페인 영상에서 테이프로 입을 막고 등장한 톰 홀랜드(Tom Holland).

심지어 ‘어벤져스’ 등장인물들도 결말을 몰랐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톰 홀랜드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까지도 결말을 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마블의 ‘스포일러 관리법’이었다. 톰 홀랜드는 5월 미국 ABC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어벤져스4'의 후반부 장면이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결혼식이라고 해 그렇게 알고 있었다"라고 했다. 제작진은 톰 홀랜드에게 전체 대본이 아닌 맡은 역할 대사만 주기도 했다.


또한 ‘헐크’의 마크 러팔로는 “영화의 엔딩을 여러 개 촬영했다. 그 중 하나는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반스가 결혼하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 결말은 달랐다. 제작진들이 배우들에게 영화에 쓰지 않을 장면들을 촬영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마블은 출연 배우에게까지 결말을 숨기며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애를 썼다.  

출처: '어벤져스' 중국 웨이보
‘어벤져스4’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과 마블 스튜디오 사장인 케빈 파이기의 '노 스포일러' 캠페인.

‘어벤져스4’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도 봉준호 감독처럼 직접 스포일러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루소·조 루소 감독은 인스타그램에 ‘어벤져스4’ 개봉 전 "기억하세요. 타노스는 여전히 당신의 침묵을 요구합니다"(Remember, Thanos still demands your silence)”라는 글을 올렸다. 조 루소 감독은 5월5일 “스포일러 금지가 6일 풀린다”며 공식적으로 스포일러 해제 시점을 알리기도 했다. ‘스포일러 주의’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어벤져스4’는 누적 관객 수 1384만9054명(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아 역대 국내 개봉 외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 영화 재밌더라”는 말도 스포일러일까?


스포일러의 기준은 무엇일까. 개봉한 지 10년도 더 지난 영화의 결말을 말하는 것도 스포일러일까. 내용이 아닌 ‘재밌더라’라는 후기를 전하는 것도 스포일까.

출처: Facebook 'marvel.kr'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배우들의 '노 스포일러' 캠페인 영상.

일각에서는 스포일러의 기준을 홀드백(Holdback)의 기간으로 본다. 홀드백이란 한 영화의 부가 판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영화의 경우 극장 상영 기간이 끝나고 VOD 서비스를 하기까지 약 한 달을 말한다. 방송은 실시간 방송 이후 VOD 서비스가 되기까지 약 1시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송의 경우 홀드백이 거의 없다. 인터넷을 통해 거의 동시에 방송을 보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OTT(Over The Top) 사용자들은 방송이 전파를 타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라는 현실적인 기준을 제안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영상물을 불법 유통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상물의 내용을 거론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법률사무소 서담의 최은미 변호사는 “스포를 한다고 해서 형사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민사상 손해배상도 어렵다”고 했다. 현재 스포일러를 규정하는 법이나 스포일러를 처벌하는 법규는 없다. 만약 처벌 규정이 있다고 해도 영화사가 감독이 스포일러를 실제 고소, 고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스포일러도 고객 혹은 관객이기 때문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식당에 붙은 스포일러 자제 공지문.

스포일러에 대한 두려움은 19세기


“식사중에 영화 스포일러 자제 부탁드려요. 다른 손님이 들으세요”

영화관 근처 식당에 붙은 공지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스포일러’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떤다. 스포일러를 한 사람이 집단구타를 당하거나 심지어 살해 협박을 받는 사건도 있었다.  

출처: 교보문고 홈페이지
책 '흰옷을 입은 여인'.

스포일러란 말이 처음 나온 시기는 언제일까. 영국 엑스터 대학 영문학 강사 제임스 그린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라고 말한다. 그린은 BBC와 인터뷰를 하면서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1859년 미스터리 소설 '흰옷을 입은 여인'을 예로 들었다. 이 소설의 결말을 두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결국 윌리엄 윌키 콜린스는 비평가들에게 "책의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시작은 책이었지만 지금은 영화가 스포일러에 주로 피해를 본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캡처

“영화 ‘OOO’에서 ‘XX’가 범인이야” 진화심리학에서 본 스포일러를 하는 이유


스포일러들은 왜 영화 속 중요한 반전이나 결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걸까. 정신의학전문가들은 스포일러들의 심리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은 진화론을 기반으로 인간의 심리를 풀이한다.


정보를 선점하면 권력을 쥘 수 있다. 스포일러들은 정보를 선점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며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정보를 선점한 ‘내가 우월하다’는 자기만족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포일러들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지적한다. 최은미 변호사는 “스포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말했다. 법대로 해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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