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내고 여행? 돈 떨어지는데 어떻게 가요" 퇴사선배의 충고

조회수 2020. 9. 28.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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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한가할 것 같다고요? 오히려 더 바쁩니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서메리 작가
브런치·유튜브 종횡무진하며 인기
홍보대행사-백화점-로펌 거치며 경력

“아, 나도 회사 그만두고 글이나 쓰면서 살고 싶다.”

많은 직장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언론이나 출판 쪽에 있는 지인들을 보고서 흔히들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실상은 전업 작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겠지만.


하지만 글쓰고 살기는 쉽지 않다. 일부 대형 스타급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작가라는 직업은 그리 돈을 많이 벌 수 없다. 번역가라고 다르지 않다. 꾸준한 수입을 위해서는 일거리가 꾸준하게 들어와야 한다. 타 프리랜서 직업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불안정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서메리(31·본명 서유라) 작가는 그런 편견과 현실과의 간극을 좁혀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도 멋드러진 웹툰과 재밌는 에세이로 재밌게 표현한다. 웹툰과 에세이를 곁들인 콘텐츠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는 최근 단행본으로도 나왔다.


서씨의 본업은 번역가다. 본업 이외에도 서 작가는 몇 가지 직업이 더 있다. 우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하고 있다. 서씨는 번역가로서 책 이야기와 국내파로서 공부한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인터넷 방송을 한다. 5개월 만에 구독자 2만7000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기고문을 쓰기도 한다. SBS의 온라인 뉴스에 ‘랜선북클럽’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문학작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늘날 현실을 바라보는 내용이다.


jobsN은 프로n잡러, 1인 사업가, 프리랜서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서 작가의 일상과 작업세계에 대해 물어봤다.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한다고 해서 서울 태평로 jobsN 사무실에서 만났다.

출처: jobsN
서메리 작가.

-당신은 누구인가.


“번역가다. 그리고 내 글도 쓴다. 퇴사 에세이를 많이 썼고 또 웹툰도 그렸다. 이와 별도로 칼럼도 기고하고 유튜브도 하고 있다.”


-처음부터 프리랜서를 꿈꿨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 나 역시 평범한 학생이었고, 또 직장인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막연히 ‘나는 어른이 되면 글쓰는 직업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학 때는 영문학(서강대 영미어문학과)을 전공했다.”


-첫 직장은 어디였나.


“인턴을 두 곳에서 했다. 한 곳은 홍보대행사였다. 번역이나 신제품 소개 자료 등을 담당했다. 음료 업체 담당을 했는데, 신제품이 나오면 글로벌 본사에서 내려온 자료를 번역하고 또 관련 자료를 찾았다.


두 번째는 채용전환형 인턴이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 백화점이다. 2010년 여름에 근무했는데, 인턴을 마치고 채용전환에 실패했다. 정규직으로 첫 직장은 대형 로펌이었다. 비서로 입사했고, 마지막 몇 년간은 기획팀에서 일했다.”


-백화점에서는 왜 채용전환에 실패했나.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지원한 탓이 크다. 졸업반이 되어 연봉과 복지가 좋다는 곳 위주로 지원했다. 백화점에는 상품기획자(MD)로 지원했는데, 정작 인턴으로서 부서 배치는 관리 파트로 됐다. 나는 서울에 있는 한 백화점 점포에서 의류패션팀 소속으로 남성정장 영업관리를 맡았다.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내 담당 분야의 실적 관리, 영업 관리, 그 외에 명절에 선물세트 특별판매나 백화점카드 영업 등이었다. 그런데 실적이 부진했다. 내 성격상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한다. 그리고 우리 층에 있는 매장 직원들에게 실적이 부진하다고 독려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못했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것 같다.”


-로펌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국내 한 대형 로펌에서 약 5년 근무했다. 처음 3년 정도는 비서로 일했다. 이후에는 기획팀에서 리서치와 자료분석을 주로 했다. 주로 변호사들의 소송에 필요한 해외 자료를 찾는 일을 많이 했다.”

출처: 미래의창 출판사 제공
독자들과 만나는 서메리 작가.

퇴사 후 번역아카데미 거쳐 번역가 입문…“몇 달치 생활비 미리 준비”


-퇴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유통업이나 홍보대행사, 로펌 기획 등 전혀 상관없는 분야들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조직’이 힘들었다. 내 성향보다 회사가 먼저고, 조직 내에서 이른바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나는 회사 자체에 대해 사회악이라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게 맞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리고 그 전부터 하고 싶었던 번역가로 일하려고 마음먹었다.”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이 만류하던가.


“그렇다. 하지만 만류하는 포인트가 조금씩 달랐다. ‘지금은 네가 젊지만, 회사 밖은 춥고 만만하지 않다’는 조언을 하는 부류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만두면 후임자를 채용하기가 번거로워서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분들은 내게 ‘기술도 없는데 왜 퇴사냐’라며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부모의 반응은.


“엄청 반대가 심했다. 심지어 다시 파트타임 리서처를 할 때는 ‘드디어 네가 정신을 차렸구나’는 말씀도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많이 응원해 주신다.”


-퇴사 후 여행을 갔나.


“많은 퇴사자들이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수입이 없어지는데 여행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퇴사 후 첫 여행은 단기 일거리가 몇 개 들어오고, 이후 다른 로펌에서 파트타임을 겸하던 2016년에야 갔다.”


-번역가로 일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2015년 6월 퇴사했다. 이후 번역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번역가라는 직업을 준비했다. 다행히 영문학을 전공했고,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일거리가 잡히는 것은 아니었다.”


-일거리는 어떻게 잡았나.


“초짜 번역가에게 단행본은 주어지지 않는다. 일단은 ‘리뷰’부터 했다. 리뷰란 영어 원서를 읽고 10페이지 내외로 한글 요약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출판사에서 모든 원서를 읽고 번역 섭외나 출간 등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요약본이 필요한데, 그걸 초짜 번역가들이 한다. 1편에 15만원 정도 받는다. 리뷰 한 편에 내 기준으로는 5일 걸렸으니, 정말 돈이 적었다. 이후에는 단행본 번역이 들어왔다. 첫 단행본은 2016년 5명이 공동번역한 ‘이코노미스트 세계 경제 대전망’이다. 2017년부터는 단행본 번역이 한두 개씩 들어왔다.


나는 번역 에이전시와 계약을 했다. 나 스스로가 영업을 해서 번역거리를 수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에이전시에서 주는 물량을 받아서 하고, 수수료를 줬다.”


-지금은 수입이 얼마나 되나.


“일반 직장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루 일과는.


“하루 종일 글만 쓰면 머리가 막히는 것 같았다. 화목은 번역하고, 월수금에는 글을 쓴다. 그리고 철저히 나인투식스(9-6)를 지키려고 한다. 나는 프리랜서지만, 출판사 등 내 고객사 담당자들은 직장인 아닌가.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전화했는데 잠이 덜 깬 목소리라면 믿음이 안 가지 않겠나.”


“프리랜서가 목표돼서는 안 돼…구체적으로 계획 세워야”


-이 책을 쓴 이유는 뭔가.


“직장에 다닐 때부터 늘 퇴사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나만의 결론이 떠오르지 않았다. 퇴사는 하고 싶지만, 그래서 ‘내 퇴사의 결론은 뭔데?’ 하면 답이 없었다. 어느 순간 번역가로 자리를 잡고 또 웹툰이나 유튜브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나 역시 남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프리랜서는 하나에 목 매지 않고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수능→대학→취직의 루트 외에 다른 길도 많다’는 것이다.”

/미래의창 제공

-본명 대신 필명 ‘서메리’를 쓴 이유는.


“내 이야기를 쓰기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남들이 알아보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어릴 적 천주교계 유치원에서 썼던 이름(세례는 받지 않음)인 마리아에서 따서 메리라고 지었다.”


-웹툰 그리는 것은 어디서 배웠나.


“배운 적은 없다. 연습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그래도 디지털로 그리면 ‘실행취소’ 기능이 있어 연필이나 펜보다는 쉬운 것 같다.”

출처: 서메리 작가 브런치 캡처
서 작가의 웹툰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의 일부.

-퇴사는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건가.


“우선 감정에 치우친 퇴사는 안 된다. 그리고 취업할 때보다 10배 이상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표를 내는 그 순간까지 꾸준히 자문(自問)해야 한다. 그리고 퇴사 계획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무슨 기술을 배울지, 어떤 분야를 개척할지, 여행을 갈지 등을 이성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당장 프리랜서가 되면 신용카드에 제약이 있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안 된다. 4대보험도 어려움이 많다.”


-인터뷰를 해 보니 프리랜서가 직장인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직장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


“없다. 나는 번역가 겸 유튜버로서 내 커리어를 쌓고 싶다. 하지만 업체들과 콜라보레이션이나 프로젝트성 협업 등은 하고 싶다. 전업 직장인만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프리랜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프리랜서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다양한 길이 있고, 창업이나 취업 외에 프리랜서가 있다는 점을 고려는 해볼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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