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 처음 충격받은 20대가 교사 그만두고 시작한 일

조회수 2020. 9. 28.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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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는 핀란드에서 학생 가르치다 '자연 공기청정기' 만들었죠"

핀란드 청정 구역 라플란드에서 태어났다. 환경오염에 대해 모르고 자랐다. 20대 때는 교사였다. 나쁜 실내 공기 때문에 처음으로 호흡기 질환이 생겼다. 충격을 받은 그는 실내 공기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계가 아닌 자연을 활용한 공기청정기 ‘스마트 그린월’(smart greenwall)을 만들었다. 스마트 그린월은 식물을 통해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적정 습도까지 맞춰주는 장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키 소우둔사아리(Aki Soudunsaari·34) 나아바(NAAVA) 공동창업자. 아키는 2011년 헬스테크 스타트업 나아바를 설립했다. 독일·영국 등 유럽과 미국·캐나다를 거쳐 작년 한국에 진출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었다. 2018년 한국 매출은 2억8000만원. 한국을 뺀 나아바 글로벌 매출은 50억8500만원이었다. 그가 교사를 그만두고 자연 공기청정기 시장에 뛰어든 사연이 궁금했다.

출처: 나아바코리아 제공
아키 소우둔사아리(Aki Soudunsaari·34) 나아바(NAAVA) 공동창업자.

-회사를 창업한 계기는.


“원래 사람은 바깥에서 이동 생활을 했다. 농업·산업 혁명을 거쳐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지금은 24시간 중 90% 이상을 집·회사·학교 등에서 보낸다. 실내 공기엔 눈으로 볼 수 없는 해로운 화학물질이나 불순물이 들어 있다. 우리는 매일 공기 1만리터가량을 실내에서 들이마신다.


기계가 아닌 자연을 활용해 공기질을 개선하고 싶었다. 공동창업자 니코 자르비엔(NIKO JÄRVINEN)은 생물학 분야에 지식이 있었다. 그와 의기투합해 투자자 2000여명으로부터 1000만유로(약 132억원)를 유치해 나아바를 세웠다.”


-스마트 그린월의 원리가 궁금하다.


“먼저 그린월이 오염된 실내 공기를 빨아들인다. 식물 뿌리에서 자라는 미생물이 공기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을 분해한다. 정화한 공기는 기기 상단 팬을 통해 다시 내보낸다. 제품 한 대당 최대 60㎡ 공간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흙에서 자라는 식물 4000~6000개의 정화 능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잎이 공기를 정화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잎은 먼지를 거르는 필터 역할만 한다. 공기정화는 뿌리 미생물이 한다. 그래서 공기정화 효율을 높이기 위해 흙을 쓰지 않는다. 대신 구멍이 많은 자갈을 넣은 배양지를 쓴다. 배양지에서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 흙을 쓰면 곰팡이가 필 수도 있다.”

나아바코리아 제공

-어떤 식물을 그린월에 쓰나.


“필로덴드론과 콤팩타를 쓴다. 필로덴드론은 열대아메리카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공기정화 능력이 있는 식물로 유명하다. 콤팩타는 백합과 식물이다.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등 유해 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금까지 120종 이상 식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린월에 더 적합한 식물을 찾기 위해 지금도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제품에 쓸 식물은 또한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식물은 극히 일부다.”


-다른 제품과 비교할 때 나아바의 장점은.


“스마트 그린월은 공기정화뿐만 아니라 가습 기능도 있다. 또 일반 공기청정기와 달리 소음이 없다.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직장인도 기계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다른 회사에서 만든 그린월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인테리어 소품이다. 또 우리 제품은 흙이 아닌 자갈류 위에 식물을 심는 공기순환 방식을 쓴다. 공기정화 효율이 높고 관리도 쉽다. 급·배수 시설이 필요 없다. 전기만 공급해주면 된다.”


-주기적으로 물과 영양제도 줘야 하지 않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24시간 원격으로 그린월의 상태를 확인한다. 제품에 달린 센서가 실내 환경을 측정한다. 또 바깥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급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기기 하단부에 물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물을 채워 넣으면 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양을 조절해 물을 준다. 추가 요금을 내면 전문가가 제품 점검을 하면서 물까지 주기적으로 채워준다.


한 마디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인공지능이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식물은 살아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줘야 한다. 회사 서비스팀 소속 식물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고객을 방문한다. 또 필요한 영양제도 공급해준다.”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


“에스티 로더·포시즌스·힐튼·IBM·JCDecaux·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삼성 등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쓴다. 지금까지 3000여개 공간에 그린월을 설치했다. 집·사무실·회의실 등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를 원하는 사람이 모두 잠재 고객이다.”


-그린월이 사람의 건강에 어떻게 도움을 주나.


“하버드대학에서 실내 공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뇌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내놨다. 스마트 그린월은 고객들의 인지 능력을 높여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피로·두통·호흡기 질환 등 오염된 실내 공기를 마셔 생길 수 있는 증상을 줄여준다.”

나아바코리아 제공

-앞으로 계획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게 최종 목표다. 누구나 실내에서 신선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한국은 이미 미세먼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시장에는 최첨단 기술을 썼다는 공기청정기가 많다. 하지만 자연 방식으로 공기정화를 하는 제품은 없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나아바에 대해 알리는 게 단기 목표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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