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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평대 아파트 살면서 가난한 척 했다? 확인해보니…

가난이 상품인가요. 가난마저 사고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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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관광하는 투어 상품 인기
쪽방촌에서 숙박하는 체험 프로그램
가난 패션화한 명품 브랜드 상품

밴드 잔나비 보컬 최정훈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짠한 뮤지션의 일상을 보여줬다. 그는 상가 화장실에서 호스를 연결해 차가운 물에 샤워하고 싱크대에서 머리를 감았다. 세탁기가 없어 이불 빨래를 둘둘 말아 코인 빨래방을 가기도 했다. 작업실 겸 자취방은 지하에 있어 환기도 어려웠다. 방송에서 ‘짠나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의 자취 환경은 넉넉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는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 꾸며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아버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부잣집 아들이지만 ‘가난한 뮤지션’을 콘셉트로 일부러 힘든 생활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실제로는 분당 8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급하게 연습실을 구해 촬영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확인 결과 소재지는 분당이 아닌 경기도 용인시였으며 공급면적도 59평인 것으로 드러났다. 

MBC 나 혼자 산다 캡처

그가 일부러 가난한 척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방송에서 나온 짠한 모습이 자수성가형 밴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점이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며 시청자의 호감도도 상승했다. 최정훈은 방송 출연 후 섭외 전화만 100통 넘게 온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4월 발표한 신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역주행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실시간 차트 2위에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2019 백상예술대상 축하 무대에 서기도 했다. 가난함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의 동정과 호감을 사기 쉽다. 동정과 호감은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다. 가난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빈민가 여행하는 슬럼 투어


돈을 주고 가난한 빈민가를 관광하는 투어 상품도 있다. 가이드와 함께 슬럼을 둘러보는 ‘슬럼 투어’다. UN은 슬럼을 ‘삶의 질이 낮으며 오염되어 있는 도시’라고 정의한다. 슬럼가 체험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호싱야에서 처음 시작했다. 호싱야는 남미에서 가장 큰 슬럼 중 하나다. 호싱야를 투어하는 사람은 연 4만명에 달한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당시에는 50만명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였다. 25파운드(약 3만7000원)만 내면 3시간 동안 호싱야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아시아 최대 빈민촌인 인도 뭄바이에도 슬럼 투어가 있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인 다라비(Dharavi)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주민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이 투어를 찾는 사람은 연 1만5000명이다. 투어 가격은 2시간 반 기준 900루피(약 1만5000원)다. 슬럼 투어를 운영 중인 여행사 ‘리얼리티 투어’는 다라비 출신의 인도 청년이 외국인과 세운 사회적 기업이다. 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되도록 사진 촬영은 자제하도록 안내한다. 투어의 기본 원칙이 지역 주민들은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리얼리티 투어는 투어 수익의 80%를 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한다. 

(왼)다라비 슬럼가, (오)야외 빨래터 도비 가트

출처클룩 제공

이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타운십,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등도 인기 있는 슬럼 투어 장소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2010년 LA 뒷골목을 관광상품으로 한 ‘LA 갱 투어’가 등장했다. 갱 투어는 전·현직 갱단원들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 LA 지역 갱의 역사를 알려준다. LA 갱 투어의 CEO 알프레드 로마스는 “투어 수익금으로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갱 투어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가난을 상품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호싱야 지역연합(UPMMR) 회장 레오 호드리게스는 “여행객들이 호싱야가 아니라 호싱야를 착취하는 여행사 사장들을 돕고 있다”며 슬럼 투어를 비판했다.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기만족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관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거주자 동의 받지 않은 쪽방촌 체험


한국에서도 가난 체험 프로그램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인천 동구청은 2015년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외부인이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인천 괭이부리마을은 국내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반드시 부모를 동반해야 입실할 수 있으며 하루 숙박을 위한 체험료는 1만원이다. 구는 타 지역 아이들과 부모가 쪽방촌이라는 옛 생활공간을 경험하도록 계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지자체가 쪽방촌을 관광지로 만들어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든다며 반발했다. 또 주민 동의도 얻지 않고 조례를 입법예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쪽방 주민 300명 중 160여명은 체험관 건립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고 결국 구는 이 사업을 철회했다.


인천 괭이부리마을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쪽방촌 체험이 또 등장했다. 2017년 서울시 중구청이 대학생 쪽방 체험 프로그램인 ‘캠퍼스 밖 세상 알기-작은방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 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쪽방촌에서 2박 3일간 지내며 주민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공감하자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쪽방촌 주민들 대부분은 사업을 진행하는 줄도 몰랐다. 이 사실을 안 누리꾼들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회사 들어갈 때 이력서에 한 줄 쓰려는 것이 아니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출처조선DB

가난을 패션 소재로 활용한 명품 브랜드


이탈리아 명품 운동화 브랜드 골든구스는 낡고 찢어진 운동화를 고가에 판매해 비난을 받았다. 골든구스는 구제를 콘셉트로 낡고 해진 신발을 디자인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돈 받고 판매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낡은 운동화를 출시해 논란이 일었다.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덧댄 운동화를 출시해 가난을 모욕했다는 지적이다. 닳아서 버려야 할 것 같은 상태의 운동화 가격은 530달러(약 59만원)다. 누리꾼들은 골든구스가 가난을 조롱했다며 빈곤을 패션 스타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골든구스는 “패션의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인 디스트레스트 룩(Distressed look·찢어지거나 구멍 난 옷감을 써서 가난함을 연출하는 것)을 활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가난을 미화하는 것이 언제부터 트렌드였냐”며 꼬집었다.


프랑스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는 2017년 4월 찢어진 하이탑(발목까지 올라오는 스타일) 운동화를 출시했다. 운동화 겉면을 칼집으로 흠집 내 노란 안감이 다 드러날 정도다. 이 운동화의 가격은 1425달러(약 161만원)다. 

(왼) Superstar taped sneaker, (오) Future destroyed high-top sneaker.

출처노드스트롬 홈페이지

명품 브랜드가 ‘가난한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낡고 해진 것도 명품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난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부여했다는 점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행태가 가난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낡고 해진 운동화를 고가에 사는 소비자가 가난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돈으로 무엇이든, 심지어 가난까지 살 수 있다. 이들은 이런 현상을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에 덧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1975년에 나온 이 소설은 가난을 이용하는 부자 계급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가난 체험에 나선 부잣집 대학생 상훈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자들이 가난을 탐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에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 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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