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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교 1등’ 쌍둥이 아빠가 실형 받으며 판사에게 들은 말

“자식을 위해서라면”···입시비리 저지른 부모들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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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인 보노보는 자식 사랑이 끔찍할 정도다. 최근 독일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선 보노보의 자식사랑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노보 암컷은 자식(수컷)의 보금자리를 미리 잡아놓는다. 아들이 열매가 많은 나무에 머물도록 해 암컷들의 환심을 살 수 있게 돕는다. 아들이 결혼해 살아갈 좋은 집을 미리 준비해두는 엄마인 셈이다. 또 아들이 점찍어둔 며느리와 짝짓기에 들어가면 보초를 서기도 한다. 주변에 다른 수컷이 오지 못하게 지키는 것이다.


“딸이 일반인 상식을 뛰어넘는 천재일 가능성밖에 없다."


전직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2)씨.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판사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5월23일 현씨의 업무방해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 /조선DB

현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작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다.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이공계 1등을 했다. 현씨는 총 5회에 걸쳐 시험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에게 알려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아버지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뿐"이라고 부인했다.


사회 곳곳에서 입시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자식에게 짝짓기 터를 마련해주고 다른 경쟁자를 내쫓아버리는 ‘극성맘’ 보노보가 떠오를 정도다. 입시비리를 저지르는 부모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녀의 진로를 책임진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는 의혹과 시선은 개의치 않는다. 대학교수·변호사·기업 대표 등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대학 교수들의 잇따른 자녀 논문 비리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모 교수는 자녀 입시용 논문작성에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5월10일 이모 성균관대 교수를 업무방해·사기혐의로 구속했다. 이 교수는 딸 A씨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대학원생들을 입시 준비에 동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4회 2013년 국제청소년학술대회 논문 발표를 위한 자료도 이 교수에게 교육받던 대학원생이 만들었다. 당시 고3이던 A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과학자상을 탔다. 덕분에 2014년 서울 주요 사립대의 ‘과학인재특별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다.

2014년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자한 인워은 485명이었다. 이모 교수의 딸 A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출처자료 교육부

이 교수는 2016년에도 대학생 딸 A씨의 연구과제를 위해 대학원생 10여명에게 동물 실험을 지시했다. 그녀가 한 일은 그해 7~9월 동물 실험을 단 3차례 지켜본 것이 전부다. 논문 실험기간이었던 9월에는 캐나다 교환학생으로 떠났다. A씨는 이 논문의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려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연구과제상, 대한면역학회 우수포스터상 등을 수상했다. A씨는 논문·수상 경력 등을 실적으로 내세워 2018년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의학대학원 보낼 수만 있다면···국립암센터·서울대학교 교수 연루


국립암센터 김 모 교수도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딸의 이름을 논문에 공동저자로 올렸다. 김 교수 외 저자 4명은 방사선치료로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2013년 발표했다. 저자 5명 중 4명은 국립암센터 소속이었다. 하지만 1명은 미생물 전공 학부생이었다. 바로 김 교수의 딸 윤모씨였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몰라 딸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러 해 함께 실험하고 연구한 공동저자들은 윤씨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입장이다. 당시 김 교수의 딸 윤씨는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다.

국립암센터 김 모 교수가 딸 윤 모씨의 이름을 공동 저자로 올린 논문.

출처출처·Public Library of Science

논문 발표 2년 뒤 딸 윤모씨도 국내 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입시 전형에 참여하지도 않은 논문을 제출하고 자기소개서에도 기록했다. 국립암센터 측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김 교수에 대한 징계·연구비 환수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은 서울과학기술대 공과대학 이 모 교수(62)를 5월27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 교수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니는 아들에게 성적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상비밀누설 및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2014년6월부터 9월 세 차례에 걸쳐 같은 학과 동료교수에게 강의록과 과거 시험문제 등 강의 포트폴리오를 제공받았다. 그는 `외부 강의에 필요하다`며 자료를 요청해 아들에게 건넸다. 이 교수의 아들은 다음 학기 A교수 강의 2과목을 수강했다. 시험문제의 절반 이상은 자료에서 다시 나왔다. 아들은 두 과목 모두 A+의 성적을 받았다.


또 이 교수의 아들은 앞서 서울과기대에 편입해 아버지 강의를 8과목 수강하기도 했다. 역시 모두 A+의 성적을 받았다. 검찰은 편입학·채점 과정 등에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관련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YTN 캡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도 조카 입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5월29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이 교수의 비리 의혹 수사를 의뢰했다. 이병천 교수 조카 2명이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서울대 수의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아들도 지난 3월 수의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이병천 교수 아들 입학건과 관련해선 경찰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이 교수가 사전에 입학 신고를 했고 입시 출제 문제를 직접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교수들은 본인이나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 입학 지원 사실을 반드시 학교 측에 신고해야 한다. 이 교수는 조카들에겐 규정을 어기고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올해 입학한 아들은 사전 신고했다는 점에서 수사를 피했다.

강남역 인근의 한 의전원 입시학원. 한 강의당 3~4시간씩 이어지는데도 수강생들은 강사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받아 적기 바빴다.

출처조선DB

미국은 입시비리 부모 실명·얼굴 공개···직장에서 해고도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고 싶은 열망을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현하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대형 ‘입시 비리 스캔들’이 벌어졌다. 입시비리를 저지른 부모들은 제약회사 대표·대형로펌 변호사·유명배우 등으로 직업도 다양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들의 실명과 얼굴, 직장 등을 전부 공개했다. 부모 돈으로 명문대에 부정입학한 자녀들의 정보도 전부 밝혔다.

대형 입시스캔들에 가담한 아버지 자오타오와 딸 자오위쓰.

출처바이두 캡처

중국 제약사 부창(步長)제약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자오타오(趙濤·53).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를 보유한 재력가로 싱가폴 부호 순위 15위에 올랐다. 그는 2017년 입시 컨설턴트 윌리엄 릭 싱어에게 650만달러(약 76억원)의 뒷돈을 건넸다. 딸 자오위쓰(趙雨思)를 스탠퍼드대 요트 특기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거액을 썼다. 자오위쓰는 요트를 타 본 경험이 없다. 그러나 경력을 꾸며 스탠퍼드대 요트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스탠퍼드 측은 자오위쓰의 입학을 취소했다.


미국 ABC 방송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던 펠리시티 허프먼과 인기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왔던 로리 로플린도 입시비리를 저질렀다. 법조계 인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뉴욕 글로벌 로펌 `윌키 파&갤러거` 고든 캐플런 공동대표 변호사는 싱어에게 7만5000달러를 건넸다. 기업체 최고경영자도 마찬가지였다. 포장 디자인 회사(International Dispensing Corp) 그레고리 애벗 대표, 글로벌 사모펀드사 TPG 빌 맥글래션 주니어 이사, 부티크 마케팅업체 제인 버킹엄 대표 등도 싱어에게 막대한 돈을 줬다.

왼쪽부터 배우 펠리시티 허프만, IDC 창업자 그레고리 애벗 대표, 사모펀드사 TPG 맥글래션 주니어 이사.

출처CNN·ABC 뉴스 캡처

이번 사건은 연방검찰이 적발한 입시 비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언론은 “최근 8년 동안 부유층 학부모와 입시 브로커, 대학 코치 등이 주고받은 뒷돈 규모는 2500만달러(약 283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비리를 저지른 학부모들은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회사에서 줄줄이 해고당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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