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그만두고 돌연 아프리카에서 사업, 뭘 파나 봤더니..

조회수 2020. 9. 28.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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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그만두고 나이지리아에서 화장품 팝니다
푸라하 대표 고유영씨 인터뷰
나이지리아-한국 오가며 사업
KOTRA와 CSR 사업 진행도

아프리카 하면 많이들 갖는 편견이 있다. 위험하다. 가난해서 사람들이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흑인은 피부가 좋아 관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하나씩 깨면서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개척하는 한국인 사업가가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화장품 중개 플랫폼 겸 한국 화장품 판매를 하고 있는 고유영(30) 푸라하 대표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마스크팩 한 종류로 현지 대형마트 위주에서 판매만 하고 있고, 아프리카 전시회 전시대행과 현지 코디네이터, 여행사 등의 부대사업을 함께 해 연 매출 1억원 선의 초기 단계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항구도시 라고스에 현지인 직원 3명을 두고 있고, KOTRA와 함께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뷰티스쿨을 운영하는 등 꽤 관심을 받고 있다.


jobsN은 5월 22일 서울 용산역 비즈니스센터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출처: jobsN
고유영 대표.

-아프리카에서 창업을 하게 된 이유는.


“남들과 똑같이 직장 다니면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평생 일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젊을 때 내 꿈을 추구하고 싶었다. 2016년 1월 회사(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F&B팀)를 그만뒀다. 그리고 바로 아프리카로 떠났다. 킬리만자로 사막 등을 3개월 정도 돌아보고는 귀국해 바로 사업을 준비했다. 이후 건국대 창업선도대학 교육 프로그램에서 10개월짜리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2016년 9월 26일 국내 사업자를 내고 정식 창업했다. 나이지리아 현지에서는 주식회사 형태로 법인을 운영한다.”


-뷰티로 사업 아이템을 잡은 이유는 뭔가.


“사업 구상 단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리고 앱결제와 홈페이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세웠다. 하지만 건국대 창업선도대학의 멘토들로부터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문화’나 ‘현지 결제 시장’ 등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실제로 아직 나이지리아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쓰지만, 모바일 결제는 잘 하지 않았다. 다각도로 검토 끝에 화장품으로 범위를 좁혔다.”


-아프리카 화장품 시장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우선 해외 화장품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들어온다. 관세가 얼마인지, 이윤은 얼마가 붙는지 소비자는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재고가 쌓이면 유통기한을 속이는 ‘스티커 덧대기’가 성행하기도 한다. 판매량이 적은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판매도 없고 월급도 적다’면서 시큰둥하기 일쑤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성비 좋은 화장품을 갈구한다. 백인을 기준으로 만든 선크림을 발라 놓고, 정작 클렌징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는 사람도 꽤 있다. 얼굴에 유분이 많아 번들거림이 심한 사람도 많다.”


현지인 피부에 맞춤 마스크팩 만들어 대형마트 납품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매출은 연 1억원 가량 나온다. 국내 매출이 3000만~4000만원 사이다.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 코디네이터, 참가 준비 대행, 신혼부부 대상 여행사 등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주보건대 비즈니스센터에 사무실이 있고 직원 1명이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연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난다. 라고스 시내 사무실에 직원 3명이 있다. 화장품 판매와 현지를 찾는 한국 업체들을 위한 현지 코디를 겸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버는 돈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단계다.”


-현지에서 어떤 화장품을 판매하나.


“국내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생산한 마스크팩을 현지 대형수퍼인 ‘허브마트’ 등에서 판매한다. 현지 여성의 니즈(needs)에 맞춰 끈적임이 없고 청량감과 수분감을 강조해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허브마트 인스타그램 캡처

-창업 초기인 2017년 결혼을 했는데.


“한국에 유학 온 나이지리아인 마비스와 결혼했다. 2017년 12월 나이지리아에서 결혼을 하고, 국내에서는 이듬해 11월 식을 올렸다. 남편 마비스는 내 사업에 현지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편은 별도로 나이지리아와 한국을 중개하는 무역업을 하고 있다.”

출처: 본인 제공
고유영 대표의 결혼사진.

-아프리카에서 아직 사업이 자리 잡힌 것도 아닌데 CSR 활동에 적극적이다.


“그렇다. 단순히 사회공헌 좀 하려고 CSR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칸이 되자’는 것이 내 주된 사업목표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젊은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고, 같이 크고 싶다. 그래서 뷰티스쿨을 나이지리아와 탄자니아에서 진행했다. 현지 여성들에게 올바른 피부관리법이나 화장품 사용법을 교육하는 한편, 수강생 중에서 인재를 발굴해 채용도 한다.”


아프리카 사업 경험 담아 책 펴내기도


고 대표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이자,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은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담은 보고서 같은 책이다. 

/슬로디미디어 제공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


“인내심이다.”


-얼마나 인내해야 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10분 뒤 도착’이라는 말이다. 10분이 하루가 될 수 있다. 나는 미팅이 있으면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편이다. ‘오늘 당신과의 미팅을 고대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리고 도착 전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할 것 같은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등이다. 그래도 제 시간에 안 오면 조금 더 기다리고 ‘20분이나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돌아갑니다’ 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만일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 때라도 빨리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동안 이렇게들 살아왔다. 자신을 기다려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일상을 무작정 욕할 수는 없다.”


-안 위험한가.


“물론 한국보다는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밖에 나갈 때 자동차를 타고, 운전사 겸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남편도 함께 움직인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부자들은 영국에서 피자를 시켜먹기까지 한다.(2019년 4월 1일 비즈니스인사이더 남아프리카판에 따르면, 아우 오그베 나이지리아 농림부장관은 국회 발언에서 ‘런던에서 영국항공으로 피자를 시켜서 나이지리아에서 받아다 먹는 부자들이 있다’면서 ‘이런 짜증나는 일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서민들이 부자를 혐오하고 납치까지도 한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수칙을 잘 지킨다면 괜찮다. 5가지가 있다. ① 밤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② 길에서 타인의 사진을 함부로 찍지 않는다 ③ 현지인을 무시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 ④ 혼자 다니지 않는다 ⑤ 나이지리아에 도착하면 대사관에 도착여부를 보고한다 등이 있다.


또 나이지리아는 외국인 여성에게는 매너가 좋은 편이다.”


-길에서 돈을 요구하는 걸인들이 많은데.


“그렇다. 하지만 큰 돈이 아니다. 100나이라(약 330원) 정도씩 주면 된다. 합쳐도 모금함에 돈 내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고 대표는 2019년 9월 쯤 나이지리아로 돌아간다. 2019년 11월 라고스에서 열리는 ‘웨스트 뷰티 아프리카’ 전시회 참가 준비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씨는 한국 화장품을 위탁 전시하고, K-뷰티 홍보를 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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