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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스토어' 들어갔더니 껌을 팔고 있었어요..무슨 일?

조회수 2020. 9. 28.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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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마존이 남미 아마존 인근 8개국과 싸운 이유

집집마다 주소가 있는 것처럼 인터넷에도 주소가 있다. 숫자로 쓴 IP(Internet Protocol) 주소를 기억하기 쉽게 영어로 표현한 ‘도메인’(domain). 한국 홈페이지임을 나타내는 ‘.kr’처럼 맨 끝에 오는 주소를 ‘최상위 인터넷 도메인’(TLD·top-level domain)이라 한다. 나라를 구분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부 회사는 상품이나 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TLD로 쓰기도 한다.


5월15일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가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TLD ‘.amazon’ 사용권을 주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1998년 만든 아이칸은 도메인 사용권을 감독·관리하는 기구. 아이칸이 2012년 기업과 기관 이름도 TLD로 쓸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자 아마존은 곧장 도메인 사용권을 신청했다.


아마존의 사용권 신청에 남미 열대우림 아마존과 가까운 나라들이 반발했다. 브라질·볼리비아·페루·에콰도르·콜롬비아·베네수엘라·가이아나·수리남 8개국이 모인 아마존공동협력조약기구는 “아마존은 지리적 이름이라서 특정 회사가 도메인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8개국 연합은 도메인을 공동 관리하자고 아마존에 제안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칸은 아마존의 손을 들어줬다. 남미 8개국과 벌인 도메인 분쟁에서 미국 아마존이 7년 만에 이겼다.

출처: 홈페이지 캡처
(위)line.co.kr, (아래)line.me 도메인 검색 결과.

삼성 갤럭시, 네이버 라인도··· 사용권 악용하는 사람도


삼성전자는 1월 '갤럭시스토어닷컴'(galaxystore.com) 도메인을 두고 분쟁을 벌였다. 사용권 소유자가 갤럭시 브랜드 이름를 악의적으로 썼다며 아시아도메인이름분쟁해결센터(ADNDRC)에 조정 신청을 했다. ADNDRC는 아이칸에서 승인 받은 민간 기구다. 우리나라 인터넷진흥원 산하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도메인 조정 업무를 한다.


갤럭시스토어닷컴 도메인 소유권은 미국 광고 회사 ‘어포더블 웹호스팅’(Affordable Webhosting)이 갖고 있다. 이 주소를 치면 금연 껌을 판매하는 홈페이지로 넘어간다. 삼성전자는 도메인이 ‘갤럭시’라는 이름과 상관 없는 사이트로 연결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ADNDRC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이 갤럭시를 출시한 건 2009년. 2004년 도메인 소유권을 얻은 광고 회사에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삼성 갤럭시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핸드폰과 관련이 없는 물건을 판매하는 사이트로 연결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재팬이 2011년 출시한 메신저 프로그램 라인(LINE). 라인은 2014년 한국에 상표권을 등록했다. 도메인 주소로는 ‘line.me’를 쓰고 있었다. A씨는 도메인 ‘line.co.kr’ 사용권을 갖고 있었다. A씨는 2014년 11월 이 주소를 쓰면 경쟁사인 카카오 홈페이지로 넘어가도록 설정을 바꿨다. 그 전까지는 차선도색협회 카페 주소로 쓰고 있었다.


네이버는 2015년 1월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네이버는 도메인 말소 판정을 얻어냈다. 하지만 A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라인을 상대로 ‘도메인 말소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도메인은 다시 차선도색협회 카페 주소로 쓰이고 있다.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장난 삼아 도메인 연결 사이트 바꾸기도


유머로 회자되는 도메인 사건도 있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 유저 제인(Zeiin)은 2018년 9월 ‘playdiablo4.com’ 도메인 사용권을 얻었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디아블로 시리즈는 3편까지 나왔다. 블리자드는 ‘playOOO(게임이름).com’을 도메인으로 쓴다. 제인은 이 주소를 다른 PC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시켰다.


블리자드 법무팀에서 제인에게 메일을 보냈다. 도메인을 다른 게임 홈페이지에 연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블리자드는 제인에게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도메인 사냥)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이버스쿼팅이란 유명한 회사나 단체 등의 이름과 같은 도메인을 투기나 판매 목적으로 남보다 먼저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칸은 사이버스쿼팅을 불법 행위로 보고 도메인 등록을 취소하거나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사용권을 넘기고 있다.


제인은 블리자드로부터 메일을 받았다는 소식을 레딧에 올렸다. 네티즌들은 블리자드가 “장난 삼아 한 일을 두고 법적 조치를 운운한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제인은 “블리자드를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블리자드도 내 행동이 장난인 걸 알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삭제를 요청한 것”이라고도 했다.

출처: 구글 캡처
'playdiablo4.com'을 입력하면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창이 뜬다.

제인은 블리자드의 메일을 받고 도메인 연결 페이지를 구글 ‘phone’ 이미지 검색 결과 창으로 바꿨다. 블리자드 팬들을 위해 열린 축제 ‘블리즈컨 2018’에서 나온 회사 관계자의 발언을 비꼰 것이다. 행사장에서 블리자드는 “다음 디아블로는 모바일 버전(디아블로 이모탈)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팬들은 PC판 출시 계획이 없냐고 물었다. 사측은 “어떤 계획도 없다”고 했다. “당신들은 핸드폰도 없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금도 playdiablo4.com을 입력하면 핸드폰 이미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도메인 분쟁 건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또 “아직까지 분쟁 당사자인 피신청인들 측에서도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했다. 위원회는 “도메인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있는 개인을 상대로 규모가 큰 회사가 악의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역무단점유’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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