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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졸 학력, 이혼, 암투병…그리고 전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알코올의존증·우울증 벼랑 끝에서 저를 살려 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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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성공패키지 성공 사례 ①
초졸·이혼·암투병 등 온갖 악조건
집중 상담·심리 치료·취업 알선 등 종합 지원

이경재(42·가명)씨는 2012년 모든 걸 잃었다. 이혼 후 충격을 이겨낼 새도 없이 병마가 찾아왔다.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희귀난치성 환자로 치료를 받으며 간신히 삶을 이었다. 이혼에 건강 문제까지 겹친 그는 점점 무기력에 잠식됐다. 첫 시작은 소주 한 잔이었다. 한 잔이 두 잔, 두 잔이 세 잔이 되더니 어느새 잠도 안 자고 소주 3병을 마실 만큼 술에 의존했다. 알코올의존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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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남편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혼자 세 아이를 책임져야했지만 학벌 콤플렉스와 이혼, 자녀들의 무시로 자존감은 바닥을 모르고 내려갔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암의 위협은 잠자리에 들 때면 가난의 무게와 함께 그를 내리눌렀다. 그러면 다시 술을 찾았다. 그렇게 4년. 이씨가 변한 것은 한주미 상담사를 만나고나서다.


2016년 1월 지역고용센터에 들렀다가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한 경재씨는 3개월 만에 구직에 성공했다. 취성패란 정부가 취업취약계층의 구직 활동을 돕는 제도다. 구직 활동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한다. 한주미 상담사는 한 달에 2~3번씩 경재씨를 상담하며 구직 활동을 도왔다. 덕분에 경재씨는 무기력과 우울함을 떨쳐낸 것은 물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 금천구에 있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제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요


한주미 상담사가 회상하는 경재씨의 첫 모습은 귀신 같았다. 화장기 하나 없고 퉁퉁 부은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등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는 방치 상태. 숱이 많아 붕뜬 가르마에는 흰머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경재씨는 ‘수급이 끊길까’ 두려워 고용센터에 방문했다. 조건부수급자란 근로능력이 있다 보고 일하는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주는 대상을 말한다. 약 20명 정도 조건부수급자들이 모인 취성패 오리엔테이션(OT) 날이었다. 이름이나 나이 같은 기본 인적 사항은 잘 적었지만 경재씨의 손은 더이상 내려 가질 못했다. 종이에 ‘희망직종’, ‘희망근무지역’, ‘고용형태’, ‘임금’이라 적힌 항목은 빈칸으로 두었다. 그는 OT가 끝날 때까지 종이를 내지 않고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주미 상담사가 경재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경재씨는 빈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를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OT 이후 한 상담사와 단둘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경재씨는 좀처럼 맘을 열지 못했다. 무슨 질문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한 상담사는 경재씨의 막내딸 주은이(가명) 얘기를 꺼냈다. “저도 주은이 또래 딸이 있어요. 중학생이라 말을 안 듣는 시기 같아요. 주은이는 어떤가요?” 경재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했다. “우리 주은이는 4학년이고 결석이 잦아요.” “주은이가 엄마 속을 썩이는구나. 혼내줘야겠어요.” “제가 애를 잘못 키워서 그런 것 같아요.” 주은이 이야기를 하며 잠시 미소를 띠던 경재씨는 다시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한 상담사는 손짓, 발짓, 온갖 몸짓을 동원해 경재씨와 친밀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한 상담사는 “신뢰관계가 없으면 심리 상담도 무용지물”이라며 “무조건적인 긍정과 관심, 공감이 중요했다”고 했다.


경재씨의 무기력함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알코올 의존도와 우울증이 평균 이상이었다. 동사무소 직원이 경재씨 집을 방문했을 때 밥솥에는 퍼런 곰팡이가 슬었고 집안에 바퀴벌레가 득실거렸다고 했다.


경재씨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몰랐다. 기본적인 인터넷 검색도 할 줄 모를 만큼 사회생활에 미숙했다. 그렇다고 한 상담사가 경재씨의 흥미과 관심사부터 직업까지 골라줄 수는 없었다. 경재씨의 인생이었다. 한 상담사는 취성패 참여 여부, 직업 훈련 여부를 경재씨가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한 상담사는 “작은 희망은 경재씨가 스스로 취성패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경재씨와 자신의 관계를 리어카에 비유했다. “경재님, 제가 노력하는 건 30%고, 경재님이 나머지 70%를 해주셔야 해요. 경재님이 리어카를 앞에서 끌면 제가 뒤에서 밀어드릴게요.”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 집중 상담 단계에서 하는 '직업심리검사'.

출처워크넷 직업심리검사 화면 캡처

과제 내주고 흥미 유발·격려···조금씩 보이는 변화


한 상담사는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냈다. 경재씨에게 상담 때마다 과제를 내줬다. 생각하면 즐거운 일, 잘할 수 있는 일 등을 적어오라고 했다. 긴 머리를 단정히 묶고 오라는 부탁도 했다.


한 상담사는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자기효능감이라 하는데, 경재씨는 자기효능감이 없었다”며 “무기력함을 떨쳐내고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자 경재씨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상담사와의 만남에 등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왔다. 표정도 한결 밝았다. ‘생각하면 즐거운 일’ 과제 답변으로 ‘화장하기’, ‘미용실에서 머리하기’ 등을 종이에 또박또박 적어왔다.


집단상담도 했다. 경재씨는 4일 동안 취업희망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0~15명 정도 인원이 모여 자신감을 회복하고 취업 계획을 세우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구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일자리 알아보는 게 너무 무서워요.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와요.”


하지만 더이상 무기력할 수 없었다. 세 아이의 가장이었다. 막내 주은이는 경재씨 영향으로 소아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취업장애요인을 없애기로 했다. 경재씨는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주은이도 심리상담을 받았다.


점차 경재씨는 눈에 띄게 변했다. 십몇년 만에 립스틱을 발랐다. 얼굴에 표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당당히 의사표현을 했다. “직업훈련보다는 바로 일을 하고 싶어요. 일을 바로 해서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싶습니다.” 집에서 30분 거리, 생산직, 월 140만원 이상, 하루 8시간 근무를 목표로 구직 활동을 하기로 했다.


한 상담사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고 면접 때 동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재씨가 술에 의존하지 않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근로자가 되었다고 상상해보세요. 두 아들과 딸도 엄마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많은 배울 거예요.” 경재씨는 활짝 웃었다.


그는 다음 상담에서 스스로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찍어왔다. 손으로 적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갖고 왔다. 상담사는 경재씨와 의논해 이력서·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이제 구직 활동을 해도 무리가 없었다. 취업알선 단계였다. 한 상담사는 경재씨에게 신문 벼룩시장과 구인구직사이트 워크넷에서 구직 정보를 알아보는 법을 알려줬다. ‘한 달에 2건 이상 구직활동을 해 상담사에게 알려달라’는 이전보다 난이도 높은 과제도 줬다.

“경재님 조금이라도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꼭이오.”


무한 긍정과 지지 보낸 덕분에··새 삶 사는 경재씨


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의료용품 기기제조 업체 구인공고를 발견했다. 한방침을 만드는 일이었다. 입사 지원서를 내니 일사천리였다. 면접을 보러 와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경재씨는 막상 면접을 보려니 망설였다. 한 상담사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작지만 가깝고 탄탄한 회사예요. 또 경재씨 혼자 면접 보지 않고 제가 같이 들어갈 거예요. 한번 면접을 보면 어떨까요?”


경재씨가 면접을 보는 날은 봄기운이 짙어지던 4월이었다. 두 사람은 면접 보기 2시간 전에 만났다. 한 상담사가 도와 1시간 동안 화장을 하고 머리를 했다. 거울을 본 경재씨는 세련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뻤다.


면접 보러가는 차안에서 경재씨는 어느때보다 활기찼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어요. 봄 햇살도 따뜻하고 기분 좋아요. 동네 친구 만나 자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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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장에 함께 들어간 한 상담자는 자신이 면접을 보는 것처럼 심장이 벌렁거렸다. 30분 동안 면접에 임한 경재씨 모습은 한 상담자가 놀랄 만큼 자신감 있고 차분했다. “면접 어떠셨어요?” “엄청 떨렸어요. 그래도 선생님이 옆에 계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면접을 보고 3일 뒤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경재씨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 편에는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한 상담사는 끝까지 격려했다. “첨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여기까지 노력해서 왔잖아요. 경재씨가 할 수 있다고 믿어요. 화이팅입니다.”


한 상담사는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경재씨에게 전화해 어려운 점이 없는지를 물었다. 한 상담사의 체계적인 상담과 노력 덕분에 경재씨는 언제 알코올에 의존하며 우울한 삶을 살았냐는 듯 털고 일어났다. 세 자녀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한 상담사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수급에 안주하는 경향이 높다”며 “경재씨는 취성패를 통해 학벌, 이혼, 자녀들의 무시, 암판정 등 악조건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자립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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