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병 때문에 시작한 사업, 이제는 1000명 이상의 환자들과 함께

조회수 2020. 9. 28.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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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 때문에 시작한 사업, 이제는 1000명 이상의 환자들과 함께
잇마플 김현지·김슬기 대표
콩팥병 환자 위한 저염식 정기 배송
안전하고 맛있고 쉬운 음식 제공

저염식(低鹽食). 나트륨이 적게 들어간 음식으로 고혈압이나 골다공증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먹는 즐거움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나트륨 함량이 적어 맛이 없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잇마플이 이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잇마플은 '잇츠 마이 플레져(Eats My Pleasure)'의 줄임말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마음놓고 즐기라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신체적, 사회적인 제한으로 인해 식사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염식이지만 일반식과 같은 맛이 나는 음식을 배송한다. 그 첫 번째 브랜드는 콩팥병 환자를 위한 저염식을 만드는 ‘맛있저염’이다. 잇마플은 콩팥병을 앓고 있는 김슬기(32)대표와 그의 동기 김현지(33)대표가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출처: jobsN
김슬기, 김현지 공동대표

대학원에서 만나 잇마플 창업


두 공동대표는 카이스트 사회적기업 MBA 동기다. 김슬기 대표는 공유 배달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이스트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시작했다. 김현지 대표는 IT 회사 CSR팀에서 일했다. 그러나 IT분야를 깊게 아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분야로 가고 싶었다. 다른 기업에 취업을 할까 고민하다 평소 관심 있던 사회적 기업을 직접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음식을 좋아해 먹거리 관련 사업을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잇마플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슬)입대 전 신체검사를 하다 콩팥병 진단을 받았어요. 나트륨과 인, 칼륨 등을 적게 섭취해야 해서 식단관리를 했지만 대학 생활 하면서 흐지부지됐죠. 사업을 하면서 수치가 악화됐어요. 그동안 콩팥 수치를 그래프로 만드니 안 좋아지는 게 확 보이더군요. 식단 관리를 시작했고 저염식 업체에서 시켰는데 맛이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음식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 하던 사업을 접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현)김슬기 대표가 식단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직접 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침 요식업 관련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었고 의미도 좋아 함께 하자고 했죠."


-병원에서는 식단 관리법을 알려주지 않았나요?


"(슬)나트륨과 인 하루 섭취량을 소금과 간장 기준으로 알려주는 것이 전부였어요. 당시에는 병원에서 식단 교육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출처: 잇마플 제공
맛있저염 배송 식단. 5~10분 이내로 조리가능하도록 모든 식재료를 손질 후 진공포장해서 배송한다.

무작정 병원 찾아가 몇시간 기다리기도


창업을 결심하고 LH소셜벤처 육성사업에 신청서를 냈다. 김현지 대표는 “아이디어만 있었고 실현할 자금이 없던 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때 받은 지원금으로 작은 주방을 얻어서 잇마플의 첫 번째 브랜드 맛있저염을 시작했다.


-두 대표 모두 식품영양학 전공이 아닌데 어떻게 식단을 짜고 공부했나요.


"(현)관련 논문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또 임상영양사, 교수, 요리연구가 등을 찾아다니면서 자문했어요. 이 과정에서 콩팥병 환자 식단이 정말 까다롭다는 걸 알았죠. 모든 식재료의 미세 영양 성분(나트륨, 탄수화물, 단백질, 칼륨, 인 등) 함유량까지 따져서 식단을 짜야 하기 때문이에요. 임상영양사 선생님들께서도 정말 필요한 서비스지만 실행하기 어려울 거라고 하시더군요.


(슬)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병원에 무작정 찾아가서 기다린 적도 있고 몇시간씩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 적도 많았어요. 그래도 취지에 공감해주신 호텔 영양사 선생님들, 주치의 선생님 등 많은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식단은 어떻게 짜나요.


"(현)그동안 모은 식재료 영양 성분 데이터를 보고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닭도리탕에는 닭고기, 당근, 감자 등이 들어가죠. 이때 식재료 데이터를 보고 닭고기 50g, 양파 30g 등에 들어가는 미세 영양 성분을 따집니다."


-데이터대로 계산한 음식이 정말 저염식이었나요.


“(현)가장 처음 만든 음식은 돼지고기 배추 볶음, 오코노미야키, 닭가슴살 요리 등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수치를 공부해서 만들었는데 일반 저염식보다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검사를 맡겨봤어요. 우려한 것보다 칼륨과 인 함유량이 안전한 수치로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메뉴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잇마플 제공
직접 짠 식단으로 만든 맛있저염 메인 메뉴

저염식 맞냐고 의심하기도


-시장조사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슬)2017년 6월쯤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에서 시식 겸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맛은 어떤지, 가격은 적당한지를 물었습니다. 다들 맛있어서 저염식이 맞는지 의심하셨습니다. 메뉴도 보기에 고염식인 찜닭, 탕류 등이어서 더 의심하셨죠. 영양성분 하나하나 계산을 했고 검사에도 안전한 수치가 나왔다는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저염식인데 일반식과 같은 맛이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된장, 간장, 고추장 등 모든 곳에 나트륨이 들어가는데 병원에서는 소금이나 간장 기준으로 알려줍니다. 콩팥병 환자는 소금을 기준으로 5g(2000㎎)이 하루 나트륨 권장량입니다. 이를 세끼에 나눠서 먹어야 하니 맛이 없을 수밖에 없죠. 소금 1g에 나트륨 400㎎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된장 10g, 진간장5g 등에 들어있는 양과 같아요. 소금 대신 다양한 재료를 써서 나트륨 함량은 줄이고 맛은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죠."


-언제부터 정기 배송을 시작했나요.


“(슬)2017년 말부터 시작했어요. 주 1회 4일 치를 보냅니다. 이용자는 한 달에 16끼를 받게 되는 셈이죠. 메인요리 하나와 반찬 두 가지를 보냅니다. 다음 달부터는 주 2회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자신의 수치 정보를 유선으로나 웹상으로 알려주시면 그에 맞게 식단을 짜서 보내드립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현)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신청자가 많았습니다. 저염식단이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죠. 또 이용자 대부분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양이 적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원래 적게 드셔야 맞는 건데 어디에서도 제대로 설명해주는 곳이 없어서 잘 모르셨던 겁니다. 그래서 처음 주문하시는 분들에게는 식사요법 가이드를 만들어 보냈습니다.”

출처: 잇마플 제공
콩콩콩 스쿨 진행 모습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데이터 수집 과정은 물론 2017년에는 여름 살충제 계란 파동이 문제였다. 계란을 처분하는 것은 물론 힘들게 짠 식단을 다시 수정해야 했다. 지금까지 맛있저염의 식단을 받아본 이용자는 1200명이다. 현재 한 주에 약 160명이 이용 중이다. 식단 정기 배송 서비스 외에 건강 리포트, 교육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건강 리포트와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현)이용자들의 건강 상태를 웹에 입력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발중 입니다. 환자들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이게 쌓이면 직접 수치를 확인하고 관리를 할 수 있는 리포트가 될 겁니다.


(슬)작년 8월 콩콩콩스쿨 1기를 진행했습니다. 저도 콩팥병 진단을 받았을 때 막막했습니다. 심지어 병원에서 교육해준다는 사실을 8년 만에 알았죠.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영양 교육, 컨설팅 그리고 쿠킹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오셔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연 1회 진행할 예정이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장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콩팥병 환자 위한 저염식 말고도 개발 중인 식단이 있다고…


“(현)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한국 에자이와 갑상선암 환자를 위한 저요오드 식단을 개발 중입니다. 한국 에자이 한 직원이 갑상선암 절제 수술을 받고 식단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사내 공모전에 저요오드 식단 개발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과 비슷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창업 후 힘든 점은 무엇인지.


“(현)전에는 잘 몰랐는데 명절이나 여름에 식재료 물가가 오릅니다.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소량으로 구매하기도 하고 또 물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업이다 보니 이렇게 식재료 값 오르는 것에 민감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슬)단순히 식사를 배송하는 회사를 넘어 헬스케어 업체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곧 제공할 건강 리포트 기능으로 고객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 콩팥병뿐 아니라 만성질환, 암 등 식단을 관리해야하는 모든 사람들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업이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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