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으로 기어서 골인한 25살 여성 마라토너가 남긴 한마디

조회수 2020. 9. 28.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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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끝 달리는 마라토너

4월28일(현지시각) 런던. 제39회 런던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헤일리 카루더스(25)는 42.195km 풀코스 완주 직전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경주에 지쳐 다리 힘이 풀린 것. 그녀는 무릎을 땅에 대고 기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34분3초. 카루더스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웠다.


카루더스의 직업은 방사선사. 그는 전일제 직장인으로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선수였다. 프로에 뒤지지 않는 투지와 열정을 보여줘 대중의 응원을 받았다. 카루더스는 대회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내 자존심을 빼곤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내일도 평소대로 출근할 것”이라며 “체력 배분을 위해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The Telegraph 유튜브 캡처

우승 위해 용변 참고 달리는 선수도


1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경기 도중 화장실에 가는 대신 계속 달리기를 선택한 선수들도 있다. 4월21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국제하프마라톤. 우 샹동 선수는 1시간6분16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인 중에서 1등이었다. 상금 1만위안(약 172만원)도 받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그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라고 말했다.


하프코스(21.0975km) 경기에 참여한 그는 10km 구간을 지나던 중 변의를 느꼈다. 복통은 점점 심해졌다. 화장실에 들르면 기록은 포기해야 했다. 결국 계속 달리기로 결심한 우씨. 용변을 보면서 결승선까지 달린 끝에 중국인 부문에서 우승했다.

global fun 유튜브 캡처

우씨는 “달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 나란히 달리던 아프리카 선수를 이기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씨는 또 “모든 것을 배설한 뒤부터 더 힘이 났던 것 같다”고 했다. 복통만 아니었다면 전체 우승도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은 “냄새 나는 마라톤”이라며 SNS에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달린 그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용기 있게 완주한 우 샹동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2005년에는 여자 마라톤 세계 기록(2시간15분25초) 보유자 폴라 래드클리프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런던국제마라톤대회 도중 복통이 찾아온 것. 래드클리프는 “참을 만큼 참았고, 화장실을 찾아봤지만 없었다”고 했다. 결국 ‘마라톤 스타’인 그를 찍고 있던 중계 카메라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주저앉아 용변을 봤다. 래드클리프는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 뒤에는 “그 사건이 내 경력을 그늘지게 할까봐 걱정했다”고 회고했다.

출처: EricCart71 유튜브 캡처
길거리에 주저앉은 폴라 래드클리프.

장거리 선수가 흔히 겪는 증상··· 다른 스포츠에서도 나타나


장거리 마라톤 선수들은 경기 도중 종종 변의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을 뜻하는 ‘달리기 선수의 설사’(runner’s diarrhea)라는 용어도 있다. 호르몬 분비 변화·압박감·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달리는 동안 장이 흔들려 소화가 빨라진다는 의견도 있다.


대회 전 먹은 음식과 상관 없이 설사를 하는 선수도 많다. 중국인 우씨도 경기 전 빵 한 조각과 물밖에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 대부분 길거리에 용변을 보기 전 기록을 포기하고 화장실에 가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끝까지 완주하는 이들에게는 비웃음보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더 많다.

출처: Lee Phelps 유튜브 캡처
게리 리네커.

마라톤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가 맞붙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16강전. 스포츠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영국인 게리 리네커는 상대편 선수에게 태클을 걸다가 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태클 도중 자신도 모르게 설사가 나온 것.


사태를 파악한 그는 경기장에 주저앉아 땅에 엉덩이를 문질렀다. 그가 다쳤다고 생각해 다가온 심판과 동료한테는 “괜찮다”고 말하며 돌려보냈다. 이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일어나 다시 경기를 뛴 리네커. 그는 “당시 밤이었고, 비 때문에 유니폼이 지저분해서 티가 안 났다”고 했다.

1ApolloOne 유튜브 캡처

2011년에는 미국프로풋볼(NFL·National Football League) 경기 도중 갑자기 경기장 밖으로 달려나간 선수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담겼다. 샌디에이고 차저스 닉 노박 선수가 동료들이 앉아 있는 벤치 쪽으로 뛰어간 것. 그는 스포츠 음료 박스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용변을 봤다. 그의 옆에 있던 구단 관계자는 수건을 펴 노박을 가려주려 했다. 하지만 관계자의 배려는 관중들의 이목을 더 모았을 뿐이다.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달릴 것인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이들은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선택했다. 자존심에 상처가 나고 그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평생 얼굴이 달아 오른다. 이들은 모든 것을 감수하고 끝을 봤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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