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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들은 보험, 보험설계사를 불신할까? 그래서 시작했죠

조회수 2020. 9. 28. 17: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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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에서 5년 일하고 나니 뭐가 문젠지 알겠더라고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가입한 보험상품을 찾아봤어요. 겹치는 상품이 많았는데 해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보험업계에서 일한 저도 이런 경험을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온라인 보험 유통 플랫폼을 지향하는 보맵(BOMAPP). 가입한 보험상품을 한 눈에 확인하고 상품 가입과 보험금 청구까지 할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에서 5년 동안 상품개발과 심사를 맡았던 류준우(40) 보맵 대표.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하고 난 뒤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서비스를 기획했다.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만 130억원. 누적 다운로드 150만건을 달성했다.

출처: jobsN
류준우 보맵 대표.

-간단한 이력을 말해달라.


“2005년 서울보증보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겠다 싶어 2010년 퇴사했다. 잠깐 컵케이크 사업을 했지만 오프라인 시장은 확장성이 떨어졌다. 또 베이커리는 나와 연결고리가 없는, 쉽게 말해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었다. 내 전공인 보험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고객과 보험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문제라고 봤다. 보험에 가입했는데 언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모르는 고객이 많았다. 대형 보험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들은 오프라인 영업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시장에서는 해결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모바일 시장이 낯설었다. 또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먼저 이 분야 생태계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광고대행사 모비데이즈에 취업했다. 자회사를 직접 운영해보고 개발자·기획자·마케터의 업무도 간접적으로 경험해봤다.”


-3명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모비데이즈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함께 일할 직원을 구하려고 수소문을 했다. 김옥균 부대표는 지인 소개로 만났다. 아이디어를 얘기하자마자 같이 하겠다고 했다. 나는 보험시장도 잘 알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김 부대표는 보험사에서 일했고, 창업 경험도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개발·재무회계 전문가다. 전 직장에서 만난 사이다. 그가 퇴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합류를 제안했다. 흔쾌히 승낙해 3명이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43명이 보맵에서 일한다. 이중 27명이 개발·기획·디자인을 맡고 있다. 일부러 보험사 출신을 뽑지 않았다. 편견 없이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나머지 10명은 보험 전문가들이다. 보험사 출신 손해사정인 등이 합류했다. 손해사정인은 사고로 손해가 났을 때 손해액을 결정하고 보험금을 공정하게 산정하는 일을 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억원 정도다.”

보맵 제공

-가입한 보험을 볼 수 있는 서비스는 다른 회사에서도 제공하는데.


“토스·뱅크샐러드 등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력 사업은 보험업이 아니다. 가입한 보험을 보여주고 간단한 보험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보험 상품을 추천할 때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건강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 활용한다. 유전자정보 분석업체 제노플랜과 제휴를 맺고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고객이 간암에 걸릴 확률이 40% 이상이면 간암 관련 보험에 가입하라고 추천하는 식이다.


우리는 보험만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송금이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면서 보험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어떤 상품을 운용하고 있나.


“보험설계사를 만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한 비대면 상품을 운용한다. 앞으로 보험시장에선 손해·생명보험처럼 다치거나 죽을 때를 대비해 가입하는 상품보다 일상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 수요가 늘어날 거다. 휴대폰 액정 파손보험, 비행기 연착보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스키 보험처럼 일회성·단기 보험 수요도 증가할 거라고 본다. 이런 상품을 보맵을 통해 간단히 찾아보고 가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보험설계사도 보맵을 이용한다고.


“비대면 상품은 수익이 크지 않아 보험설계사들이 안 판다. 많은 사람이 ‘보험’ 하면 실비·종신보험 등을 떠올린다. 이런 대면 상품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해야 한다. 보험을 가입할 때 설계사에게 설명을 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명해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상품 구조 자체도 복잡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추천하기도 어렵다.


대면 상품이라도 지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해당 상품을 잘 알고 있거나 가장 많이 판 사람이 믿음이 가지 않나. 설계사용 앱을 따로 만들어 이들에게 월 사용료를 받고 고객과 연결해주고 있다. 보맵 회원들이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이들이 관리하면서 보험금 청구 등을 도와주는 거다. 보험설계사들에게 평점을 매길 수 있어서 고객들은 검증받은 설계사를 추천받는다. 설계사는 앱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난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4만건 정도. 실제 사용하는 보험설계사는 1만5000~2만명이다.”

보맵 제공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 자체를 불신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또 보험 산업은 규제가 많다. 미국은 보험사로 등록하지 않은 스타트업도 대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선 보험사로 등록해야 하는데 자본금이 3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30억원 자본금을 보유한 회사를 스타트업이라 보긴 어렵지 않나.


일본에서는 메신저 프로그램 라인(LINE)으로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는 보험 약관이 없다. 약관을 모두 이미지로 제작해 소비자가 쉽게 계약 조건이나 혜택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보험 약관을 간소화해야 한다. 다행히 금융위원회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나라 보험 산업 규모는 세계 7번째다. 전 세계 대형 보험사들이 본사를 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그만큼 아시아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보험 상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보험상품을 잘 만들어 파는 공급자 역할을 할 생각이다.


올해까지는 국내 시장을 선점하는 데 힘쓰려 한다. 우리나라는 전 연령대가 고루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하기에 좋다. 한국에서 보맵 서비스가 통하면 해외 진출도 문제 없을 거라고 본다. 최근 태국 보험사로부터 합작벤처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다. 내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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