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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세워 1조 매출 꿈꾸는 어느 중국 기업의 추악한 민낯

조회수 2020. 9. 29. 1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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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써져 있으면 한국기업 아니야?" 엉뚱한 곳에서 한국 행세하는 짝퉁기업들

#1. “한국 라이프스타일 소품샵 무무소가 에콰도르에 1호점을 오픈한다. 무무소는 전 세계 40개국에 진출한 한국의 세계적 생활용품 유통 전문점이다” - 2019년 4월17일 에콰도르 언론사 인포머르카도(InfoMercado)


#2. “한국 생활용품샵 무무소는 2022년 중반까지 인도에서 1000억 루피(약 1조6380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무소는 한국에서 만든 액세서리, 문구, 소형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한국 기업이다.” -2019년 3월10일 인도 언론사 타임즈오브인디아(timesofindia)

무무소를 한국기업이라고 소개하는 현지 언론 기사들

무무소(Mumuso)를 검색하면 나오는 최신 외신기사다. 기사 내용과 달리 무무소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중국인 시아 춘레이(夏春雷)가 2014년 설립한 중국 기업이다. 본사는 상하이에 있다. 중국 기업인게 명백한데도 한국기업 행세를 한다.


춘레이 회장은 태국·러시아 등과 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태극기를 걸어두고 사인을 했다. 또 오픈식에서 직원들은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파는 물건에도 전부 한국어 설명이 쓰여있다. ‘실리콘 오일없다’, ‘마사지 따라 적당한 때까지 니몸 가죽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식의 문구다. 번역기로 돌려낸 것이라 앞뒤가 안 맞고 없는 단어로 빼곡하다. 하지만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속아 넘어간다.

출처: 무무소 홈페이지
태극기·한복 ·한글 등을 이용해 한국기업인 척 위장한 무무소.

2018년 초 무무소를 비롯한 일라휘(ILAHUI)·모지(MOJI) 등 해외에서 가짜 한국 기업 행세를 하는 유통 매장이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이런 업체들이 베트남에만 10개 이상 있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한국 기업 행세를 했다. 예를 들어 중국 화장품 유통 브랜드 일라휘 로고 옆에는 KOREA라는 단어가 세로로 적혀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에 영감받은 프리미엄 제품(premium Korean-inspired Products)’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들이 한국 제품을 파는 한국 기업으로 위장한 이유는 K팝·한국 드라마 등의 인기로 국내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는 짝퉁 제품에 관한 관리·감독 규제를 강화하자 인근 동남아 중동 국가로 진출했다. 이들은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의 국가 법망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점, 해당 국가의 소비자들이 중국보다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을 노렸다.

출처: 조선DB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한류 편승 기업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관리 당국이 진상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작년 베트남·태국 경찰은 한국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들을 단속했다. 태국 경찰은 소비자보호법상 규정을 위반한 물품 1300여점을 2018년 말 압수했다. 그러나 무무소를 비롯한 업체들은 인도·에콰도르·멕시코까지 진출했다.


정부는 5월8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해외 한류 편승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 해당 업체들이 한국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또 해외 8개국(15개)에 설치한 해외지식재산센터는 단속을 강화하고 한국기업이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가짜 한복·태극기 등으로 한국 행세를 하는 기업들은 해외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무무소 등 위장기업이 불량제품을 팔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무소·일라휘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한국 기업을 위장하는 해외 업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특허청 관계자는 “무무소 같은 기업들은 국내 특정 브랜드를 따라하기보다 한국의 이미지를 교묘히 따라한 경우가 많아 위법행위를 입증하기 힘들다”고 했다.


화장품


한국기업 위장 업체들에게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국내 중소기업들이다.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 코스토리는 중국·일본·동남아시아·유럽 등에 진출해 한국 화장품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코스토리 김한균 대표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파파레서피 제품을 베낀 유사품을 발견했다. 2018년 4월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 카피 제품 사진을 올렸다. 파파레서피의 ‘봄비 마스크팩’을 모방한 제품이었다.

출처: 파파레서피 홈페이지
한류 편승 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유사품.

파파레서피는 중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짝퉁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 중국 최대 역직구 플랫폼 ‘티몬 글로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특허기술을 적용한 QR코드 스티커를 부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정품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하지만 중국의 카피캣(다른 이의 특징을 따라 하고, 똑같이 흉내 내는 행동)을 방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유통 업체들에게 항의를 해봤지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베트남 등지에 ‘가짜’ 파파레서피 마스크팩을 유통하고 있는 매장은 무무소·미니굿·일라휘 등 베트남에 진출한 중국 위장 한국 기업들이었다. 코스토리 김한균 대표는 "이 업체들은 유사 제품을 아직까지 유통하고 있다. 내용 증명서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다. 유사품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굿즈 마켓


중국의 한국기업 위장 유통 브랜드 모지(MOJI)는 캐릭터 굿즈 등을 주로 취급한다. 채팅 애플리케이션 라인과 카카오에서 만든 이모티콘을 휴대폰 악세서리로 만들어서 판매한다. 라인 글로벌 영업팀 관계자는 “모지가 팔고 있는 캐릭터 굿즈들은 모두 허가를 받지 않고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또 방탄소년단 등 유명 아이돌의 사진이 담긴 부채·노트·달력 등도 2만동(한화 약 1002원)에 팔고 있다. 물론 소속사나 아티스트 등에게 초상권을 논의하지 않은 상태다.

출처: MOJI 캡처
인기 캐릭터·연예인 사진 등을 허가 없이 2차 저작물로 만들어 유통하는 굿즈 유통회사 모지.

국내 캐릭터 전문 제작 중소기업 메세도 자사 제품을 따라한 중국 기업 때문에 피해를 봤다. 메세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데우는 핫팩인형을 대표 상품으로 판매하는 제조업체다. 안성준 대표는 “4년 전 중국에 핫팩인형을 판매할 때 짝퉁을 방지하기 위해 실용신안까지 등록했지만 북경·동북성 등 대형 유통 매장에서 카피 제품을 발견했다”고 했다. 현지 변리사를 고용해 내용 증명서를 보내고 소송을 준비했다. 그러자 유통 업체는 바로 사과하면서 그동안 유통해오던 1만5000개의 제품을 바로 철수시켰다고 한다.


안 대표는 “중국 내에서는 짝퉁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카피 제품을 만들어오던 제조업체들이 관련 법규가 상대적으로 약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티몰·징동 같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카피 제품을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절차가 까다롭다.”


국내 중소기업이 입고 있는 피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처벌하려면 현지 법률을 따라야 한다. 국내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 한국 업체인 척 영업하는 것 또한 불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동종 영업을 하는 자의 이익을 해치는 경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으로 이 같은 행위를 불법이라고 명시해놨지만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는 현지 법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관련 업체가 한국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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