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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고, 펴고, 눕고…제발 죽이지 마세요” 그의 간곡한 호소

“애써 키운 식물, 아무렇지 않게 밟고 화단 들어가면 정말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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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과 식물원의 차이는 간단해요. 공원에서는 사람이 주인공이죠. 식물원 주인은 당연히 식물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식물원을 관광지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

6개월 시범 운영을 거쳐 5월1일 문을 연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온실 규모로는 전국 2위, 보유한 식물만 3100여종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아프리카 태생 바오밥나무, 줄기를 자르면 용의 피처럼 진액이 흐른다는 ‘용혈수’ 등 국내에서 쉽게 못 보는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임시 개방 기간(2018년 10월11일~2019년 4월30일) 서울식물원을 찾은 관람객은 240만명. 직원 36명 중 11명이 식물을 관리·연구한다. 이정철(49)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을 만났다.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달라.


“26년째 식물원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관상원예학을 전공했다.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온실과 생물 관리를 맡았다. 이후 구로 푸른수목원 등을 거쳐 2017년 7월부터 서울식물원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식물원은 서울시 산하 사업소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들어왔다. 임기 2년이 끝나면 연장 여부를 평가해 3년 더 일할 수 있다.”


-식물연구과에서 하는 일은.


“물 주기, 잡초 뽑기, 병해충 방제, 가지 치기 등 정원 관리에 대한 모든 일을 한다. 식물을 심고 거름을 주기도 한다. 또 희귀·멸종위기식물 증식 방법을 연구한다. 생태계 모니터링도 한다.


미세먼지와 공기질 연구도 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식물들이 있다. 소나무같은 상록침엽수나 은행나무처럼 잎이 조밀하고 바람이 잘 안 통하는 나무는 먼지를 막는 방풍림 역할을 한다. 어떻게 식물을 심으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한다.”

온실정원 내부 모습.

출처이정철 과장 제공

-서울식물원에는 어떤 식물들이 있나.


“식물 3100여종이 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있다. 지구에서 잎이 가장 넓다는 빅토리아수련도 있다. 또 열매가 대포알을 닮아 이름 붙인 ‘캐논볼 트리’(cannonball tree)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식물이 많다. 이밖에 줄기를 자르면 붉은 진액이 용의 피처럼 흐르는 ‘용혈수’도 있다. 우리나라 희귀식물도 많다. 깽깽이풀·미선나무·날개하늘나리 등 중요한 식물자원 대부분 서울식물원에서 볼 수 있다.


캐논볼 트리는 서울식물원에 있는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높이가 12~13미터다. 남미가 원산지인 캐논볼 트리는 바이러스와 균에 약해 검역을 통과하기 어렵다. 수입 과정에서 버려질 때도 많다. 서울식물원에 있는 나무는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거쳐 1년 동안 격리 재배를 한 끝에 온실로 들여왔다.”


-아마존, 호주,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식물을 들여왔다고.


“기후 조건이 비슷한 도시를 찾았다. 우리나라는 북위 32~38도 사이에 걸쳐 있다. 서울시와 자매 결연을 맺은 도시들 중 위도가 비슷한 미국 샌프란시스코·그리스 아테네·이탈리아 로마 등에서 들여왔다. 또 열대 지방 식물은 콜롬비아 보고타, 브라질 상파울루 등 식물 다양성이 높은 도시에서 가져왔다.”


-해외에서 어떻게 식물을 들여오나.


“대부분 배로 들여온다. 3주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식물을 운송해주는 특수 업체를 이용한다. 식물값이 1000만원이면 운송비도 1000만원 들어갈 정도로 비싸다. 또 식물원에 들여온 뒤에도 관리하기가 까다롭다. 온실에 있는 식물은 우리나라 기후대와 다른 지역에서 수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호종을 수집해 증식한다고. 어떤 식물들을 수집하고 있나.


“외국 식물 중에선 바오밥나무처럼 그 나라나 지역의 특산종을 수집한다. 지금은 날개하늘나리·큰바늘꽃·왕제비꽃·조도만두나무 등 국내 멸종위기식물 위주로 수집해 번식 연구를 하고 있다.”

이정철 과장 제공

-번식은 어떻게 하나.


“씨앗을 심어 번식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종자가 발아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 씨앗에 약품 처리를 해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가지나 잎을 잘라서 심는 ‘꺾꽂이’도 한다. 식물의 생식에 관여하지 않는 영양기관을 이용한 번식 방법이다. 식물은 흙에 뿌리를 내려야 성장한다. 꺾꽂이를 하면 뿌리를 잘 못 내린다. 어떻게 해야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지 관찰하고 연구한다. 꺾꽂이마저 실패하면 조직배양을 한다. 흰색 가운을 입고 무균 연구실에서 인공 영양물을 이용해 키우는 것이다.”


-식물 관리 방법이 궁금하다.


“식물마다 광(光)·온도·습도·수분·토양 등 성장 조건이 다르다. 책으로 배운 지식 그대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식물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잎을 보면 식물의 건강을 알 수 있다. 직원들이 식물 하나하나를 관찰하면서 물이나 거름을 준다.


다른 나라 식물원도 마찬가지다. 식물원에는 다양한 기후대에서 자라는 식물이 모여 있다. 스프링클러같은 장치는 쓸 수 없다. 물 주는 시간이나 습도를 조절할 시간 등이 매번 달라진다. 계절마다 물 흡수량이 달라 컴퓨터로 처리하기 어렵다. 식물은 물만 잘 줘도 건강하게 자란다. 그 다음이 영양분 공급이나 가지치기, 잡초 뽑기 등이다. 그런데 물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역할 절반은 물 주는 일이다.”


-계절에 따라 전시하는 식물도 달라지나.


“야외 정원에는 오래 사는 다년생 식물이 많다. 잡초를 뽑고 물만 잘 주면 계속 그 자리에서 자란다. 그런 식물들은 겉모습이 화려하지 않다. 관람객을 위해 외관상 예쁜 식물들을 계절마다 전시하는 것이다. 봄에는 튤립과 수선화가 핀다. 5월 말부터는 백합 시즌이다. 6월엔 다알리아·모란·작약 등이 핀다. 6월 말부터는 연·수련 철이다.


여름은 식물이 꽃을 피우기보다 영양을 보충하는 데 집중하는 시기다. 꽃이 피어도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관람객도 적다. 식물원은 봄철 관람객이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여름 방문 비율은 10% 미만이다. 나머지가 가을·겨울 관람객이다. 가을이 오면 국화나 억새류 전시를 한다.”

서울식물원 야외 정원.

출처이정철 과장 제공

-서울식물원에서 꼭 봐야 하는 게 있다면.


“온실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온실 관람 비중이 60%가 넘는다. 가장 인기 있는 건 바오밥나무다. 또 화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파는 벵갈고무나무도 인기다. 꽃집에서는 작은 나무를 파는데 식물원에는 250년을 산 나무가 있어서 관람객들이 신기해한다. 온실도 좋지만 야외 정원도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 연세가 많은 관람객들은 햇볕 때문에 실내 관람을 선호한다. 자랑거리는 없지만 야외 정원도 예쁘게 잘 만들었다.”


-날파리 떼 때문에 관람이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올라갔다. 작년에는 겨울 기온이 높아 해충이 죽지 않고 번식했다. 봄이 오면 이 날파리 떼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서울식물원뿐 아니라 습지나 호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똑같은 상황이다.


친환경 방제를 하는 게 원칙이라서 농약을 거의 안 쓴다.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애쓰고 있지만 해충을 완전히 없애려면 농약을 쳐야 한다. 그러면 식물원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 아닌가. 해충을 유인해 망에 가둬 죽이는 포집기를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정철 과장 제공

-애로사항도 있나.


“우리나라 정원 문화는 수십년 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식물원을 관광지나 유원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렇지 않게 화단을 밟고 들어가 돗자리를 펴고 나들이를 즐긴다. 1년 동안 애써 키운 식물들이 사람에게 밟혀서 죽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관람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위험 시설을 빼곤 밧줄을 치지 않았다. 그런데 밧줄이 없으니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서울식물원을 찾는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말.


“관람객 대부분 꽃을 보러 식물원을 찾는다. 꽃도 좋지만 식물 자체를 좋아해주면 어떨까 싶다. 사람도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주기가 있지 않나. 식물도 잎이 성장하는 시기가 있고, 열매를 맺거나 꽃이 필 때가 있다. 식물 60%는 봄에 꽃을 피운다. 여름과 겨울엔 꽃을 보기 쉽지 않다. 또 꽃이 매년 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꽃이 없다고 식물원에서 ‘볼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몸살이나 병에 걸리듯 식물도 아플 때가 있다. 우리가 매일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겉보기에 이상하면 ‘관리를 잘 못해서 저렇다’고 한다. 식물이 아프면 우리도 속상하다. 또 사람과 달리 식물은 어디가 아프다고 말도 못하지 않나. 이런 점도 알아주면 좋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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