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제압하는 147명뿐인 직업..연봉과 처우는?

조회수 2020. 9. 29. 1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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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병 휘두르는 전자발찌 착용자, 온몸 던져 막는 게 우리입니다

3089명. 2019년 2월 기준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 수다.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전자발찌는 특정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었다. 피착용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알아내는 데 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까지 4개 유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범위가 늘었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을 감시·관리하는 곳은 법무부 보호관찰소.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가거나 귀가 명령을 거부하는 피착용자가 있으면 24시간 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무도실무관이 그 주인공. 2013년 법무부가 전자발찌 피착용자를 관리하고 이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무도 3단 이상 보유자 30명을 무도실무관으로 뽑았다. 지금은 147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보호관찰소 3년차 무도실무관 박성식(35) 주임을 만났다.

출처: jobsN
박성식 주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달라.


“무도실무관은 법무부 소속 근로자다. 보호관찰관을 도와 경보가 울리면 현장에 출동한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들이 장치를 버리고 도망갈 때가 있다. 또 위치추적 신호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보호관찰관이 팀장, 무도실무관은 팀원 역할을 맡아 2인1조로 출동한다. 이밖에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출소자에게 직접 발찌를 채우기도 한다. 부착 기간이 끝나면 회수한다. 언제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항상 출동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무도실무관을 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을 꿈꿨다.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순경 공채시험을 준비하다가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알았다. 내 가치관과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 2016년 2월 지원했다. 3월17일부터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출동하나.


“서울보호관찰소에서는 보호관찰관 1명이 피착용자 16명을 관리한다. 잘못 울린 경보를 포함한 장치 훼손 경보는 한 달에 3~4건 정도. 피부착자가 공사장이나 지하 등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가면 울리는 신호 실종 경보는 하루 5건 이상이다. 또 어린이집·학교 등 출입금지 시설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경보도 5건 정도다.


하루 3~5명 피착용자를 대상으로 출장 면담도 한다. 피착용자마다 급수가 다르다.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1급은 한 달에 3~4번, 2급은 2~3번, 3급은 1~2번 정도 한다.”

조선DB

-출동하지 않을 때는 무슨 일을 하나.


“전자발찌 위치추적 프로그램 유가드(UGuard)를 이용해 피착용자 위치를 모니터링한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외출 제한을 명령받은 피착용자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집 밖에 나올 수 없다. 술을 못 마시거나 범죄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없는 피착용자도 있다. 이들이 준수 사항을 위반하지 않는지 감시한다. 또 전자발찌는 스마트폰처럼 하루에서 이틀 간격으로 충전해야 한다. 피착용자가 충전하지 않으면 전화나 문자를 해서 충전하라고 한다.”


-처우와 수당은.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주간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야간 근무자는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에 퇴근한다. 월급은 250만~260만원이다. 호봉제가 아니라서 연차가 달라도 급여는 비슷하다. 다만 야간 근무를 자주 하면 한 달에 13만원 정도 더 받는다. 얼마 전부터 근속 수당을 받고 있다. 2년 이상 일한 무도실무관에게는 한 달에 3만원씩 더 준다. 5년차부터는 6만원을 받는다.”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처음에는 무도실무관을 기간제근로자로 뽑았다.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2년 이상 일하고 근무평가를 잘 받은 사람에게는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채용할 때부터 무기계약직으로 뽑고 있다.”

출처: 박성식 주임 제공
현장 출동 모의 훈련 장면.

-보통 어떤 사람들이 이 일을 하나.


“전직 군인이나 경찰시험을 준비하다가 온 사람들이 많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평균 연령대는 30대 초중반이다.”


-무도실무관을 하기 위한 자격은.


“태권도·검도·유도·합기도 4가지 무도 중 한 종목에서 3단 이상 단증이 있어야 한다. 3단보다 높은 단증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일부는 대회 입상경력이 있는 선수 출신이다. 체육관 관장으로 일하다가 온 사람도 많다. 또 운전면허 1종보통 자격증도 필요하다.”


-선발 절차가 궁금하다.


“서류 심사와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체력 시험은 안 보지만 범죄 이력이나 건강상 문제가 없어야 한다. 정원이 비면 상시 채용한다.”


-업무 특성상 위계 질서가 엄격할 것 같은데.


“신입과 6년차 직원이 하는 일이 같다. 위계 질서는 없는 편인 것 같다.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일한다.”

출처: MBC 뉴스데스크 캡처
방검복을 입고 있는 박성식 주임.

-위험한 순간도 있었나.


“정신병력이 있거나 술을 많이 마신 피착용자와 대면할 때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술에 취한 상황에서는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 욕설은 기본이고 주변에 보이는 흉기를 들고 위협하기도 한다. 계속 명령을 듣지 않으면 경찰과 함께 출동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할 수도 있다.


맥주병을 들고 함께 출동한 팀장을 위협했던 사람이 있었다.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자주 어기는 사람이었다. 그 날도 술에 취해 있었다. 현장에서 귀가 지도를 하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경찰까지 나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가 흥분해 맥주병을 집어 들었다. 누가 다치기 전에 맥주병을 빼앗았다.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 보호장구·수갑·전기충격기 등을 지급받지만 쓴 적은 없다.”


-애로사항은.


“범죄에 가장 취약한 시간이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다. 밤 10시부터 미귀가자들에게 전화해 집에 들어가라고 한다. 외출제한 준수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귀가하지 않으면 출동하지만 아닌 경우라도 전화해서 귀가를 권한다. 전화를 할 때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한다며 폭언·욕설을 하는 사람이 많다. 폭언 수위도 높다. 또 상급 기관이나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협박도 한다. 매일 이런 폭언과 욕설을 들어야 한다.


기관에서도 전자발찌를 찬 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일을 하거나 가족모임에 참석했다가 귀가가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가족이나 친구가 전화를 대신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화를 하면 보호관찰소라고 말하지 않고 ‘서울이다’, ‘사무실이다’와 같이 둘러말한다.”


-무도실무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다. 그래도 나를 비롯해 동료들 대부분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재범을 막아 가족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게 우리 일이다. 일 하면서 위험한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는 분들 중 무도실무관에 뜻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원했으면 좋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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