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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저와 동생에게 2억 주시면서 하신 말씀이…”

SNS로 재밌게 환경보호 하길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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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재단이라면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만든 재단을 떠올린다. 그래서 거액의 기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자산가만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건 아니다. 젊은 나이에 공공의 목표를 위해 재단을 만들고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찌감치 금융권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이유리(34) 씨는 2012년에 환경 보전을 위해 W재단을 만들었다. 이후 재단 대표를 맡으며 세계 기후난민 구호 사업과 자연보전 캠페인을 하고 있다. W재단은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자문 기관 리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W재단과 W재단을 후원을 위해 만든 영리단체인 WGI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또 대학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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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함이 다양하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소개해달라.


“재단법인 W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환경 보호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익 재단입니다. 한양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도 맡고 있어요. 국제 경영학에 대해 강의를 하죠. 모교인 이화여대에서도 강사로 출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W재단의 환경보호 사업을 지원하는 영리법인 WGI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블록체인 W그린페이를 접목시킨 플랫폼 후시앱(HOOXI 앱)을 막 런칭했습니다.”


-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험이 많은 것 같다.


“사회생활을 무척 빨리 시작했어요. 중고생 때 외국에서 공부했고, 이화여대 국제학부를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졸업했는데, 졸업을 위한 학점도 3학년 때 이미 다 이수했을 정도로 사회생활을 빨리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은행원이셨는데, 부모님 영향 때문인지 국제금융 쪽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대학생 때는 투자은행 인턴을 했었고, 졸업하자마자 신한 맥쿼리 금융자문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23살이었으니 빠른 편이었죠. 그러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를 직접 목격했어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모두 짐 싸서 나가는 걸 봤습니다. 저도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짐을 싸서 회사를 나오게 됐죠.


저도 그렇게 회사를 옮겨서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비즈니스 영어와 프레젠테이션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2년 정도 강사로 일하다보니 회의감이 들었어요. 강의를 많이 해서 수입은 좋았지만, 실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다시 금융업계로 돌아갔습니다. 일본은행에서 입사해서 RM(Relationship Manager)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외국계 기업들을 담당하는 일을 했었죠. RM으로서 20대 나이는 무척 어린 편에 속했습니다.”


- 현재 공익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W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만든 재단법인이에요. W는 ‘Wisdom for future’의 첫 글자로 미래를 위한 지혜라는 뜻이에요. 저와 동생이 뜻을 모아 몇 해를 준비한 끝에 2012년 5월에 설립했어요.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연재해 등에 관심을 갖고 이에 따른 구호 활동이나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과.

출처이유리씨 제공

- 환경을 모티브로 공익재단을 만들게된 계기가 궁금하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어요. 지금도 집에 유기묘나 파양된 강아지를 포함해서 8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판다곰 마스코트로 대표되는 WWF(세계자연기금)를 동경했어요. 국제적으로 네트워크를 갖추고 동물 보호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후원도 하고 활동에도 참여해어요. 한국에도 이런 재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환경과 국제단체에 관심이 많던 동생이 재단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함께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익재단을 기반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투명성 있게 단체를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국제기구들과 함께 지구가 당면한 환경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 공익재단이라고 하면 흔히 많은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재단법인이라고 하면 흔히 돈 많은 자산가나 대기업이 만든 단체를 떠올려요.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의 기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외국을 보면 그렇지 않은 재단법인도 많아요. 개발도상국에 깨끗한 식수를 기부하는 ‘Charity Water’나 미국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Teach For America(TFA)’는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기획과 마케팅으로 큰 호응을 얻은 공익 재단이에요.


신발을 하나 사면 신발 하나를 기부하는 ‘탐스(TOMS)’의 특색 있는 캠페인도 호응을 얻고 있죠. 돈이 많지 않아서 큰 기부금으로 재단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작은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공익 재단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W재단은 어떻게 설립됐는지.


“저와 동생이 재단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어요. 저는 당시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죠.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만들고 관련 인사들의 추천을 받고 관련 정부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몇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해요. 허가를 위해서는 재단 자본금도 필요하죠. 자본금은 저희가 마련한 1000만 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고심 끝에 저와 동생의 뜻에 공감하셔서 초기 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 2억원을 부모님이 기부해 주셨어요.  그리고 ‘너희들 결혼 자금은 이제 없다’고 말씀해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설립 이후로 후원금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작년의 경우 10억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필리핀 하이엔 태풍 재난현장에서

출처이유리씨 제공

- 재단에서 제일 처음 했던 것이 스타들과 함께 캠페인 송을 만들었다고.


“재단을 설립하고 가장 먼저 필요했던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는 거였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제일 먼저 캠페인송을 만들었어요. 작곡가 윤일상 씨에게 찾아가서 작곡을 부탁했습니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 이야기를 들은 작곡가님이 흔쾌히 동참해주셨어요.


참여할 스타들도 기획사마다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섭외를 요청했어요. 그래서 수많은 W재단 홍보대사들의 재능기부로 2012년에 ‘Beautiful World’라는 첫 캠페인송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인순이, 조성모, JK김동욱, 이영현, 더 원, 걸스데이 등 많은 가수들과 배우, 운동 선수들이 참여해줬어요.


그 이후로도 2년마다 윤일상 작곡가님이 재능기부를 해주셨어요. 2016년에 만들어졌던 캠페인송 ‘Together as One’에도 많은 스타들이 참여했습니다. 한류 스타들이 모여서 만든 캠페인송은 실제로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국내외 환경 채널에서 캠페인송을 많이 틀어줬어요. 작은 후원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 회장님은 W재단 트위터에 올라간 캠페인송에 직접 트위터로 답장을 주시며 재단의 캠페인을 지지해 주셨어요.”

김병만과 토크콘서트 중

출처이유리씨 제공

- 구호 활동을 위한 재단의 구체적인 지원 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남태평양 식수 부족 국가 지원활동, 말라위에서 학교 물품 지원, 탄자니아에서 상수도 지원, 캄보디아에서 이동식 진료소 운영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대부분 해외 활동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후원을 받아 진행했죠. 자연재난에도 지원 활동을 했어요.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에 긴급 구호품을 지원했고, 네팔 지진이나 피지 사이클론 피해 현장에서도 지원 활동을 했어요. 최근에는 라오스 댐 사고로 인한 이재민을 위해 구호 물품도 전달했고, 얼마 전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에는 식수 지원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공익재단을 지원하기 위해서 영리법인도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서포트 하고 있는지.


“W재단에서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은 대부분 현지 지원을 목적으로 받고 있어요. 후원자가 직접 지정하는 지원 사업에 사용하죠. 재단 운영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후원받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원 인력 운용을 비롯한 재단 운영비로는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러던 도중에 후시앱과 식수 개발, 사후관리 등 중장기적인 모바일앱 사업을 추진하게 됐죠. 이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과 재단에 대한 후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 작년에 영리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공익 재단의 사업을 지원하는 컨설팅 및 프로젝트를 돕는 별도의 법인이에요. 영리법인에서 일정 수익은 W재단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 대표를 맡고 있는 WGI코리아에서 최근 출시한 후시앱(HOOXI 앱)은 환경 보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는데.


“후시(HOOXI)는 ‘숨 쉬다’라는 뜻으로 자연 생태계의 기본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최근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SNS 플랫폼 후시앱을 만들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요소들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회용품 줄이기, 겨울에는 커튼을 닫아서 열 손실 줄이기 등을 수행하고 사진 등으로 인증하면 보상으로 W그린페이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이를 통해 남녀노소 전 세계인 누구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어요. 환경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SNS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고 재밌게 후시앱 활동에 참여하기를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후시 베타서비스 출시 행사

출처이유리씨 제공

- 후시앱은 환경 보호 미션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 W그린페이를 도입했는데, 블록체인을 연계시킨 이유는.


“후시앱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미션을 수행하면 보상으로 지급되는 W그린페이는 전세계에서 자유롭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W그린페이는 후시앱에 있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서 현금화도 가능합니다. 블록체인은 2013년 외국계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보고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3년 전 ‘사회적 금융’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며 연구하던 중에 블록체인이 개발도상국 원조 및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 굉장히 바쁘게 사는 것 같다. 대학 강의는 어떻게 맡게 됐는지.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통합으로 4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국제 비즈니스 실무와 이론을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았나봐요. 졸업하자마자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어요. 처음 대학교 강의를 맡았을 때는 일주일에 9시간 강의를 한 적도 있어요. 최근에는 업무가 많아져서 강의는 많이 줄였습니다.”


- 공익재단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던데, 개인적인 수입은 어디서.


“W재단에서는 재능기부 해주시는 모든 분들과 동일하게 저도 무보수 재능기부로 일하고 있어요.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로 받는 수입이 있어요. 각종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되는 일도 많은데, 작년에는 국내외 10개의 콘퍼런스에 초청받았어요. 연사로서 받는 연사비도 제 수입 중 하나입니다.”

작년에는 국내외 10개의 콘퍼런스에 초청받았다.

출처이유리씨 제공

- 일하는 게 즐거워 보인다. 일과는 별개로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나 콘퍼런스가 많아서 밤낮없이 일하다 보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사무실에서 자곤 하죠. 그런데 일이 제겐 너무 재밌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일을 하고 관계도 맺고, 진행하는 일마다 성과를 쌓다 보면 일하면서 쾌감을 느낍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인적 자산이 되고 나타나는 결과 또한 소중한 자산으로 남는 것 같아 보람도 있어요.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키우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일이에요.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재단 사무실에서는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우고 있고, 집에서도 개와 고양이를 합해서 여덟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그중에는 유기묘도 있고 파양된 아이들도 있죠. 가족 같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취미에요.”


-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


“재단을 처음 만들 때부터 제가 계속 맡아서 이끌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임기를 두고 제 임기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재단을 발전시키고, 그다음 사람들이 이어가며 재단을 키워 나가는 것이 목표이자 다짐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외 단체들과 후시앱 확산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을 때 현지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술과 관련된 라이선스를 공유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재단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에 공감하고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후시 어플이 인스타그램처럼 활성화되고 그걸 바탕으로 환경 보호를 함께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제 꿈입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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