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어려워지니까 학벌 좋은 순서대로 떠나더라고요"

조회수 2020. 9. 18. 14: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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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나니 학벌 좋은 순서로 회사 나가더라", 조직은 가족이 아니라 팀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들려주는 창업 성공비결 top5
위기 극복하고 성공가도 올라선 CEO 5인 인터뷰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과 직장인이 많습니다. 의심스럽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걸까? 성공한 창업가들은 어떻게 해서 성공했을까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가 실력을 보장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습니다. 디캠프의 까다로운 입주 또는 투자 심사를 통과했거나, 디캠프가 주최한 데모데이에서 수상한 스타트업들입니다.


‘팀이다, 가족이 아니다’


더웨이브톡(The.Wave.Talk)은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액체 속 바이러스나 미생물을 검출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입니다. 기존에 물, 음료 등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하려면 시료 채취 후 배양을 거쳐 측정해야 합니다. 많은 시간과 돈이 듭니다. 더웨이브톡은 레이저 파동을 통해 간편하게 바이러스를 검출함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습니다. 확장성이 좋습니다. 일반 수질검사는 물론 호프집에서 볼 수 있는 생맥주통이나 정수기에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수질을 파악해 교체나 세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소변 박테리아 측정에 활용하면 집에서 ‘간이 몸속 세균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더웨이브톡 김영덕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LG전자를 거쳐 리튬이온전지 업체를 창업해 지분 매각까지 성공한 바 있습니다. 잠깐 벤처캐피탈리스트를 거쳐 두번째 창업으로 더웨이브톡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디캠프 제공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첫번째 창업에서 얻은 교훈이 있나요.

“사업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아이템의 선택은 호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이요. 리튬이온전지 사업을 할 때 크게 고전한 바 있습니다. 용량이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 만들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8년 연속 회사가 적자를 보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자본이 잠식돼 빚만 50억원이 남더군요. 그러더니 공동 창업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고 저 혼자 남았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던가요.

회사가 어려워지면 악순환을 겪습니다. 좋은 사람은 떠나고, 열정 없는 사람만 남죠. 그러면 회사가 더 어려워져 월급 못 올려주거나 심지어 못주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나마 없던 근로의욕이 더 떨어지면서 회사가 더 몰락해 가는 그런 악순환이 생깁니다. 회사는 알고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월급 못주는데 뭐라 할말이 없어 직원 눈치만 보는 거죠.


-어떻게 극복했나요.

대형 전지는 접고 소형 전지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떠날 사람 있으면 나가라’고 선언했습니다. 남은 직원에 대해선 눈치 보지 않고 업무 강도를 높이겠다고 얘기했죠. 학벌 좋은 순서대로 떠나고 몇 남더군요. 여름엔 반바지 입으면서 사무실 에어컨 가동하지 않고, 출장 줄이고, 영업 다녀와서 생산 라인 들어갔습니다. 모든 직원이 비용을 아끼면서 멀티 플레이어가 돼 죽도록 일했더니 6개월만에 적자가 흑자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습니다. 직원끼리 뜻이 맞아야 합니다. 능력이 부족할지 몰라도 뜻맞는 사람만 남았더니 오히려 똘똘 뭉치면서 좋은 성과가 난 겁니다.

출처: 디캠프 제공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성공한 CEO의 모습은 뭔가요.

24시간 주 7일 일하는 거요. 그렇지 않으면 부족한 인력과 자금으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두개의 절벽 사이 외나무 다리를 건넌다고 상상해 보세요. 뒤에서부터 빠르게 불이 타들어와요. 죽도록 전력을 다해 뛰어야 겨우 삽니다. 그러다 넘어지면 불타는 다리 위에서 끝장나는 거구요. 성공한 CEO라면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엄격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늘 긴장 속에 살아가니까요. 항상 만족하지 못하죠. 잠깐의 방심으로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까칠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원래 성격이 그렇지 않다면 인간적인 고뇌가 들겁니다. 웬만한 일은 참고 넘겨 좀더 대범하고 여유있어 보이면 좋겠지만 힘이 듭니다.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모토 중에 ‘우리는 팀이다. 가족이 아니다’란 말이 있어요. 참 공감 가요. 직원들 사이에 온정 문화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필요해요. 팀원이 좋은 곳을 찾아 떠난다고 해서 비난하면 안돼요. 가족이 아니니까요. CEO는 좋은 직원이 계속 남아 팀이 유지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해요. 갈등 관리가 중요해요. 좋은 팀에서 생기는 갈등은 팀의 승리를 위한 것입니다. 좋은 전략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그걸 개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죠. 그 갈등을 조절하면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회사가 옳은 방향으로 갑니다.


-앞으로 바라는 모습은요.

사실 첫째는 작은 성공이었구요. 두번째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성공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사업을 하는 건 세상에 잘난척 하고 싶어서에요. 가장 잘난 사람은 가장 많이 기부한 사람이죠. 가장 성공한 사업가가 되겠습니다.

출처: 핀즐 제공
핀즐 진준화 대표

CEO가 안하면 아무도 안한다


독일어로 ‘화풍’이란 뜻의 핀즐(Pinzle)은 한 달 1만9800원을(연간 정기구독 기준) 내면, 매달 한 장 씩 새 그림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합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은 외국 인기 작가를 섭외해 그의 그림을 프린트해서 보내줍니다. 구독 첫달에 액자를 보내주는데 여기에 그림을 교체해 걸고, 지난 그림은 보관하면 되죠. 1년이면 12장입니다. 작가를 인터뷰한 매거진도 함께 옵니다. 어떤 작가가 어떤 생각에서 그렸는지 알고 즐길 수 있죠. 진준화 대표는 대학 때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거쳐 핀들을 창업했습니다.


-핀즐 창업 전 경험으로 뭘 배웠나요.

“책임감이요. 카페 화장실이 막히면 사장이 뚫어야 합니다.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은 사장이 직접 해야 하는 거죠. 사장이 손놓으면 아무도 안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잊기 쉽고 중요한 교훈인 것 같아요.”


-사업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뭔가요.

“사업 초기 양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사업 초반 속도감이 있어야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면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창업 초반 우리 멤버들은 그 이해가 부족했어요. 좋은 작가를 찾아 좋은 콘텐츠 공급하는 걸로 충분하다 생각한거죠.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외연에 좀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어요. 제가 그랬다면 매출과 투자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거에요. 마케팅에 좀더 신경을 쓰세요. 저도 이제부터는 직원 더 뽑아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볼 생각입니다.”

출처: FAAI 제공
이지윤 FAAI 대표

내가 크는 만큼 회사도 큰다


파이(FAAI)는 의상 디자이너를 위한 생산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업체입니다. 회사 이름이 ‘패션AI’의 줄임말이죠. 패션업계 인공지능이 돼, 불편을 해소해 주겠다는 뜻입니다. 봉제공장과 생산 의뢰자를 연결하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하는데요. 생산 의뢰자가 앱에 희망하는 디자인, 수량, 납기 등을 등록하면, 파이 측이 해당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봉제공장을 연결해 제작해 줍니다. 의뢰자 입장에선 주문만 올리면 내 집이나 사무실까지 원하는 옷이 원하는 수량만큼 도착하니 편리하죠.


이지윤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고 모델 경험도 있습니다. 누구보다 의상 디자이너를 잘 알죠.


-함께 창업한 사람들은 아직까지 남아 있나요.

“아뇨. 저 혼자 남았어요. 회사가 변화하고 성장할수록 코파운더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와 대표는 같이 성장해요. 어떻게 보면 대표 성장 속도에 회사 성장이 맞춰지죠. 그런데 대표가 아닌 코파운더는 그 성장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는 코파운더도 나와 같은 속도로 성장할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코파운더는 그럴 필요를 못느끼죠. 냉정히 말해 내 것이 아니니까요. 결국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고, 동업 구조가 깨질 때가 많아요.”


-본인이 자부하는 최고의 경쟁력은요?

“디자이너들 고충 이해하는 거요. 실력있는 개발자 분들이 비슷한 플랫폼 만들었다가 잘 안된 경우가 많으세요. 디자인 업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래요.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말. 많이들 하시는데요. 정말 그래요. 우리 회사엔 경력 10년 넘는 디자이너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요. 이분들이 사용자 지향적 서비스를 만들죠. 현장 방문했다가 디자인 상담 해주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 어떤 플랫폼을 믿을까요?”


-사업하면서 드는 아쉬움은요.

“창업한 지 햇수로 7년인데 이 정도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시작한건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냉정하게 나를 꺼내놓고 바라본 적이 있어요. 잘하는 게 말이 안되더라구요. 경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 밤새 고민하고 책 파헤치거나 자문 구하면서 대처했는데요. 그 정도로 만만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저같은 청년 창업자라면 아마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일 거에요. 사회적 능력과 각종 경영지식이 중요합니다. 조직 생활하면 길러지는 능력들이죠. 결론은 경험 쌓고 창업하란 얘기입니다. 얼마간이라도 조직 생활 해보고 창업하면 좋았겠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물론 늦게 창업하신 분들은 빨리 하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좀더 늦게 했다면 좀더 수월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출처: 핏펫 제공
고정욱 핏펫 대표

안면마비도 마다않는 열정


핏펫은 반려동물 소변으로 아픈 곳이 없는지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 ‘어헤드'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검사지에 소변을 묻힌 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검사지를 촬영하면, 당뇨병·요로결석·간질환 등 10가지 질병 징후가 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죠. 비용이 1만5000원에 불과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핏펫 고정욱 대표는 대학 때 쇼핑몰 운영 경험이 있습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문과를 나왔지만 코딩을 공부해 IT개발자 신분으로 삼성SDS에 들어가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과 관련된 시스템 개발을 했습니다. 신생 P2P금융회사 ‘펀디드'의 초기 멤버를 거쳐 반려동물을 키우던 본인의 경험을 살려 핏펫을 창업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공비결이 뭔가요.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창업해 본 분은 아시겠지만, 사업 초기 대표가 해야 할이 정말 많아요. 산더미 같죠. 그걸 안미루고 다 처리했어요. 제품 출시 직전 안면마비가 왔고, 스트레스 때문에 피부 속 혈관이 터져 손가락이 파랗게 변했어요. 그런데도 무식하게 참고 일했어요. 끈기 있게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은 게 아직까지 제 비결입니다. 창업 전 스타트업에 참여해서 마케팅과 투자 유치를 해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구요.”


-창업 전에 좀더 준비하고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부분이 있나요.

“더 많이 창업을 해봤을걸. 하는 아쉬움이요. 학생 때 쇼핑몰 하고, 삼성 나와 스타트업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계약서 보는법, 좋은 거래 상대방 선별하는 법 부터 마케팅, 연구개발 등 뭐 하나 버릴 경험이 없어요. 쇼핑몰할 때 ’이거 분명 대박나겠네'하는 아이템을 올렸는데 거의 안팔린 적이 있었어요. 그걸 계기로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게 모여 창업자 각자의 인사이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 쇼핑몰만 하지 않고 다른 창업도 해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때 시간이 정말 아까워요. 작은 창업부터 해보세요. 성공 확률이 확 올라갈 겁니다.”

출처: 어라운드어스 제공
김성진 어라운드어스 대표

팀 구성하고 시작하라


‘어라운드어스’는 예능인 등 프리랜서를 위한 구인구직 플랫폼입니다. 개인 소개 프로필, 소셜네트워크, 구인구직 플랫폼을 하나로 융합했습니다. 구직자는 프로필을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구요. 구인 기업은 구인공고를 하거나 구직자 프로필을 검색해 사람을 뽑을 수 있습니다. 사이트에 등록한 구직자와 구인 기업들은 서로 친구를 맺어 인맥을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김성진 대표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합니다. 영자지 기자를 거쳐 MIT 슬론경영대학원을 나와 LG디스플레이와 구글에서 일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을 박치고 나와 어라운드어스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업 시작하기 전 좀더 준비했으면 좋았겠다는 점이 있나요.

“팀 셋업이요. 지금 팀 만드는 데 2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팀 셋업을 미리 해놓고 나왔다면 무척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IT기반 기업을 꿈꾼다면 코파운더로 개발자를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추천합니다. 개발 업무를 외주 맡기거나 단순 고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UI를 개발하고 품질 높은 사후관리까지 하려면 반드시 책임있는 개발자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초반에 그렇지 못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외주 맡겼더니 허술하게 만들어 와 엎고, 관리 안돼 또 엎고. 이런 일을 피하려면 꼭 정도로 가야 합니다. 정규팀을 만들어 승부하는 거죠.”


-창업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회사 뛰쳐나갈 때 사업성조사, 시장조사, 서비스 기획이 완료돼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업성과 시장 조사는 웬만큼 됐지만, 서비스 기획은 안된 상태에서 나왔어요. 3가지 중 하나라도 완벽하게 안돼 있으면, 혼자 착각에 빠졌다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사업 과정에선 여러 사람에게서 피드백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델을 완성시키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시작하면 춥습니다. 저는 시작하고 지금까지 집에 돈 한 푼 못갖다 줬습니다. 신념과 확신이 흔들려선 안됩니다. 끝까지 유지하십시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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