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 갈고리에 냉동 고등어까지..신변 위협 많이 느꼈죠"

조회수 2020. 9. 18.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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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고등어 집어 던지는 사람도.." 원산지 단속 공무원은 이런 일 합니다
단속 초기에는 수산물 상인들이랑 많이 싸웠어요. 위험천만한 적도 많았죠. 장사하다가 우리를 보면 냉동 고등어를 집어 던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출처: jobsN
김영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전주지원장.

24억200만원. 2018년 수산물 원산지를 속여 팔다가 걸린 업체들이 챙긴 수익이다. 해양수산부는 작년 1만2013개 음식점을 단속해 원산지 표기 위반으로 818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일본산 참돔을 국산으로 속여 팔거나 일본 냉장명태로 만든 생태탕을 러시아산이라고 속여 팔았다.


수산물시장이나 음식점이 늘어선 거리를 누비며 원산지 단속을 하는 곳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 부산에 본원를 둔 수품원은 수산물 안전성을 조사하고 생산·가공시설, 수출입 수산물 검사도 한다. 직원 수는 250명으로 전국 14개 지역에 지원을 두고 있다. 전라북도를 관할하는 전주지원을 이끌고 있는 김영포(58)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전주지원장을 만났다.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달라.


“1981년 해양수산부 소속 수산과학원에 입사했다. 어촌 주민들에게 새로운 양식·어업 기술을 지도했다. 1995년 수품원으로 자리를 옮겨 수입 수산물을 검사하다가 1996년부터 주로 원산지 단속을 했다. 서울·인천지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부산 본원에서 자리를 옮겨 2018년부터 전주지원에서 일하고 있다.”


-원산지 표기 단속은 어떻게 하나.


“매달 계획을 짜서 현장 단속을 나간다. 한 주에 2번 정도 수산물도매시장·재래시장 등으로 출동한다. 단속 대상은 무작위로 선정한다. 단속할 때는 보통 2인 1조로 활동한다. 제보를 바탕으로 규모가 큰 단속 현장에 나갈 때는 4명이 출동할 때도 있다. 한 번 나가면 10~20개 업체를 돌아본다.


수산물을 구입한 시민이 원산지 표기가 이상한 것 같다며 신고를 할 때도 있다. 전주지원은 수도권보다 수산물 판매 업체가 적어 한 달에 2~3건 정도 신고가 들어온다. 적발하는 업체는 한 달에 1~2곳 정도다. 단속부터 수사 및 사건 처리까지 평균 1~2개월, 길게는 3개월 정도 걸린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공

-원산지 표기가 거짓인지 어떻게 아나.


“겉모습만 보고 원산지를 알아볼 수 있는 수산물이 있다. 갈치를 예로 들면 국산은 피부 색이 투명한 은빛이고 눈도 까맣다. 세네갈·인도네시아 등 상대적으로 더운 지방에서 잡은 갈치는 색이 탁하고 눈동자 흰자가 노랗다. 또 국산보다 머리가 크고 꼬리는 짧다.


먹어보면 국산 갈치보다 퍽퍽할 뿐만 아니라 고소한 맛도 덜하다. 또 인도양에서 잡은 갈치는 가시를 발라 먹다 보면 치아를 닮은 뼈 ‘이석(耳石)’이 자주 나온다. 국산 갈치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다. 소비자는 이석을 발견한 뒤에야 업체가 원산지를 속였다는 걸 안다.


외관상으로 판단이 어렵다면 업체 창고를 조사하거나 업주가 갖고 있는 거래명세표 등 서류 자료를 보고 원산지를 추적한다. 도매시장 입구에서 잠복하다가 생선 유통 차량을 따라가 물건을 공급받는 순간을 덮칠 때도 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시료를 수집해 유전자 분석을 한다.”


-수사권도 주어진다고 들었다.


“단속 공무원 대부분 특별사법경찰관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이란 수사권이 있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식품·보건·안전사고 등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주어진다. 강제수사·계좌조회·긴급체포 등을 할 수 있다. 수산물조사 공무원증을 보면 업체의 창고나 서류 등을 열람하고 조사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소비자단체에서 추천받은 사람들 중 수품원장이 임명하는 명예감시원도 있다. 이들은 단속 권한은 없지만 올바른 원산지 표기법을 알리고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산물시장에서 홍보 활동을 하다가 의심스러운 업체를 발견하면 기관에 알려주기도 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공

-가장 흔한 위반 사례는 무엇인가.


“소비자 대부분 국산 수산물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획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싼 편이다. 수입산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생선의 몸집도 크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상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 국산·세네갈·중국·일본산 수산물을 나란히 진열해놓고 국산 생선 앞에만 원산지를 써 놓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국산이라고 써 놓은 글씨만 보고 옆에 있는 수입산 생선도 국산일 것이라 짐작하고 구입한다.


원산지 표기법에 따라 상인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물건 앞이나 뒤에 원산지를 일일이 적어놔야 한다.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생선을 조리해 먹다가 맛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신고할 때가 많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1993년 원산지 관련법 제정으로 1994년부터 단속을 해왔다. 초창기에는 상인들과 많이 싸웠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도 많았다. 수산물시장 상인들은 업장에서 생선을 옮기거나 토막낼 때 날카로운 갈고리와 식칼을 쓴다. 물건이 잘 안 팔려서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신 뒤 장사하다가 단속 공무원을 만나면 이런 칼을 들고 위협하는 사람도 있었다. 뾰족한 냉동 고등어를 집어 던지는 사람도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예전보다 상인들의 반발이 줄었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상인과 대립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아무리 정당한 절차를 밟았더라도 단속에 반발하는 상인과 싸워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거세게 항의하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현장을 피한다. 어시장 관리사무실에 가서 담당자에게 업체 주인을 불러오게 해 면담을 한다. ‘당신이 소비자라면 원산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생선을 사겠느냐’면서 설득하고 단속 절차를 이해시킨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나와도 부드럽게 타일러야 단속 공무원과 상인 모두 다치지 않는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공

-일 하면서 힘든 점은.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 우리는 원산지 단속뿐만 아니라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조사도 한다. 다른 급한 업무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도 곧바로 출동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단속 전담 인력을 늘려서 원산지 허위 표기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소비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수산물을 구입할 때 원산지가 의심스럽다면 수품원에 연락해달라. 어떤 점을 보고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가까운 관할 지원에서 근무하는 직원한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적은 곳이 있다면 바로 신고해달라.”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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