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으로 모은 1500만원이..쌍둥이에게 일어난 '드라마틱한 일'

조회수 2020. 9. 18.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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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건설현장 막노동하다 작년 매출 3억원 대박 난 쌍둥이 형제
나무앤미 정현 대표·정진 부대표
편백잎수액 제품으로 연 매출 3억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건강한 제품 만들겠다”

집안 사정이 어렵자 형은 배우의 꿈을 포기했다. 동생은 춤이 좋아 댄스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그만뒀다. 둘은 살아남기 위해 건설현장 막노동판에서 일했다. 돈을 모은 후 편백잎수액 제품을 만들어 대박이 났다. 중소기업 ‘나무앤미’의 정현 대표와 정진 부대표 이야기다. 둘은 1983년생, 36살 쌍둥이다.


이들은 주문생산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편백잎수액을 판다. 경남 남해의 편백나무에서 잎을 따서 정성껏 씻어 특허 받은 추출기에 통째로 넣고 압축추출한다. 이렇게 나온 수액을 병에 담는다. 다른 향료를 첨가하지 않는다. 피톤치드 성분이 가득 든 100% 원액이다. 탈취제, 가려움 완화, 항 곰팡이, 항균·살균 등의 용도로 사용 가능한 이 수액은 입소문이 나며 작년 한 해 동안 2만5000개가 팔렸다. 작년 매출액은 3억원. 4월17일 만난 정현 대표와 정진 부대표는 “사업이 잘 안 되면 다시 건설 현장으로 갈 생각이었다”며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출처: jobsN
정진 부대표(왼쪽)와 정현 대표. 둘은 "닮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일부러 좀 다르게 하고 다닌다"고 했다.

형은 배우, 동생은 댄스강사


형제는 예체능 쪽 장래를 꿈꿨다. 형인 정진 부대표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한 전문대 공연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아버지 사업이 휘청이며 집안 사정이 어렵게 되자 학교를 나왔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동생인 정현 대표는 춤이 좋았다. 특히 자신이 연마한 춤을 다른 이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좋아 대학 대신 댄스학원 강사를 시작했다. 집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형제는 치열하게 살았다.


형은 음식점 서빙, 술집 매니저, 헬스 트레이너를 거쳐 건설현장에서 3년간 막노동을 했다. 동생은 댄스학원에서 12년간 일했다. 정현 대표는 “번 돈 중 일부를 집에 보태느라 돈을 모으지도 못했고 하루하루 살아갔다”고 했다.


둘은 탈출구가 필요했다.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현 대표도 형을 따라 막노동판에 들어갔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한 지인이 편백잎수액을 직접 추출하는 사장님을 소개했다. 정진 부대표는 “그분을 만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며 “막노동을 해 모은 1500만원이 종잣돈이었다”고 했다.

출처: 나무앤미 제공
경남 남해 편백나무에서 딴 편백잎(왼쪽). 이것을 특허받은 추출기(오른쪽)에 통째로 넣어 수액을 짜낸다.

한 차례 실패 후 기사회생


형제는 편백잎수액을 접한 후 시장성을 검토했다. “피톤치드 좋다는 건 많이들 알잖아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냄새 나는 행주에도 뿌려보고, 땀띠가 난 허벅지에도 발라봤어요. 타제품과의 비교도 꼼꼼히 했지요. 탈취력, 항균력 등이 뛰어났고 안전해 시장에 충분히 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16년말부터 ‘나무앤미’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달렸다. 그전까지 어디서 물건 한번 팔아본 적 없었기에 서툴렀다. 정진 부대표는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 근처 미용실이나 헬스장을 찾아가 ‘여기에 놓고 팔아주면 안 되느냐’고 부탁했다”며 “당연히 안 팔렸다”고 했다. 정현 대표는 “오프라인이 안 되니 온라인에서 팔아보자며 지마켓에도 물건을 올렸지만, 하루에 1~2개 팔면 많이 파는 것이었다”고 했다.

출처: 나무앤미 제공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정현 대표 모습.

생활고는 가중됐다. 1년간 죽기 살기로 했는데 오히려 빚이 늘었다. 형제는 일단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현장에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사업에 실패하니 멘탈에 충격이 왔어요. 일단 후일을 도모하자고 의견을 나눴죠. 건설현장에 다니며 차 트렁크에 상품을 싣고 다니다가, 가끔 들어오는 주문은 편의점 택배로 배송하기로 했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기적 같은 연락 한 통을 받았다. 카카오메이커스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자는 제안이었다. 정현 대표는 “사업이 하도 안 되니 이곳저곳을 뚫다가 카카오메이커스에도 메일을 보냈던 것이 3개월 후에 답장이 온 것”이라며 “판매 2주 만에 2500개를 팔았다”고 했다.

/나무앤미 제공
출처: 나무앤미 제공
편백잎수액의 항 곰팡이, 항균, 유해물질검사 결과.

“요양원 계시는 어르신들이 피톤치드 경험하도록 기부도 하고파”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한 나무앤미의 편백잎수액은 금세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끌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MSDS, 항균력 테스트 FITI, 항 곰팡이테스트 KCL 등을 통과하며 안전성도 확보했다. 형제가 1년간 판 편백잎수액은 2만5000개다. 형제는 편백잎수액을 활용한 피톤치드 차량용 디퓨저, 샤워필터, 아로마 오일도 개발하며 상품군을 넓혔다.


언더텐달러샵 고양스타필드점, 강남 코엑스점 등 오프라인 10개 매장에도 진출했다. 정진 부대표는 “피톤치드의 긍정 효과는 워낙 많다”며 “사용하기에도 안전해 난 아침마다 수액을 얼굴에 뿌린다”고 했다. 나무앤미의 편백잎수액은 100% 원액을 고수한다. “100%라 다른 피톤치드 제품에 비해 향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출처: jobsN
정진 부대표(왼쪽)와 정현 대표.

형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6억~7억원이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티몰에도 진출할 계획이고, 상품을 납품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2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정현 대표는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형과 서로 의지하고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돼준 것이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정진 부대표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피톤치드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상품 기부도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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