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여성 경호원이 직접 밝힌, 연봉과 처우

조회수 2020. 9. 18. 15: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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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을 꿈꾸던 국내 1호 여자 경호원

경호원이라면 건장한 체격에 강인한 인상이 먼저 생각난다. 쉽게 말해 상남자다. 그런데 경호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경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호의 대상이나 범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여성 경호원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용주(39) 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설보안업체 ADT 캡스에 여성 경호원으로 입사했다. 현재는 경호팀장이 되어 경호팀 전체를 관리하는 위치에 오른 그를 만나 여성이 경호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국내 1호 여성 경호원 이용주씨

- 보안전문기업에서 경호팀장을 맡고 있는데,경호팀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경호팀이 하는 일을 구분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돼요. 먼저 경호를 요청하는 의뢰인들의 신변보호,콘서트나 콘퍼런스 같은 행사장의 시설 경비,시험지나 유물 등을 옮기는 호송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늘어나서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을 찾아 호신술 강의도 합니다. ”

- 국내 최초의 여성 경호원이라고 들었다.

“제가 2003년도에 ADT 캡스에 입사하기 전까지,국내 보안업체에 여성 경호원은 없었어요. 제가 1호인 셈이죠. 당시만해도 경호원은 덩치가 크고 강한 남성 위주로 선발했습니다. 실제로 의뢰인들도 그런 경호원을 선호했었구요. 하지만 점차 경호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여성 경호원이 필요해졌습니다. 저를 시작으로 여성 경호원을 많이 선발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ADT 캡스 전체 경호원 중 여성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 경호원이란 직업을 언제부터 꿈꾸기 시작했는지.

“고등학교에 막 입학할 때 까지만 해도 제 꿈은 음악인이었어요. 초등학교때부터 플룻 레슨을 꾸준히 받으며 음대 진학을 꿈꿨는데, 고등학교 때 슬럼프가 와서 플룻 연주를 잠시 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경호원을 봤어요. 한국 경호원 대표들이 세계 대회에 나가서 경연를 펼치는 장면이었는데,인상적이었습니다. 저걸 내가 해보면 어떨까 처음으로 생각해봤어요. 고등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이 여러 번 육상 선수를 해보라고 할 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있었어요. 진로를 고민하다 체육 선생님의 소개로 경호학과가 있다는 걸 알았고,결국 경호원의 꿈을 품고 용인대학교 경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출처: 이용주씨 제공
2008고르바초프 방한 경호

- 당시만해도 여성 경호원이 없던 시절이었는데,어떻게 경호원이 됐는지 궁금하다.

“경호원을 꿈꾸며 경호학과에 진학했는데,4학년이 되자 진로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선배들 중에 여자가 경호원으로 채용된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교사를 목표로 교육대학원도 생각해보고,여군 장교를 지원해 볼까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ADT 캡스 채용 공고를 봤습니다. 여성 경호원도 분명히 필요할거라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남자 지원자들과 똑같이 시험을 보고 당당히 합격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당시 본사 CEO가 한국을 방문하던 중에 ‘왜 한국에서는 여성 경호원을 뽑지 않냐’고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직후에 제가 선발됐으니 운이 좋은 케이스였죠.”

-경호원 채용 방식이 궁금하다. 어떤 시험 과정을 거치는지.

“1년에 한 두 번 채용 공고가 나요. 지원자가 많아서 보통 80대1 정도의 경쟁률입니다. 원서를 내면 먼저 체력 테스트를 받아요. 100미터 달리기,윗몸 일으키기,오래 매달리기,멀리뛰기,유연성 테스트,오래 달리기 등을 합니다. 체력 측정에 통과하면 운전 테스트와 무도 실력을 점검해요. 무도와 운전이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목적지까지 운전을 하면 감독관들이 옆에서 평가를 해요. 의전 운전에서 필요로 하는 운전 스킬,차량 주차 능력,주행 능력,좁은 길 운행,운전하면서 위급 상황 대처 능력 등을 평가합니다. 여기에 통과하면 매니저 면접,임원 면접을 봅니다. 여기에 인성검사 테스트까지 마치면 최종적으로 합격해서 경호원으로 채용합니다.” 

출처: 이용주씨 제공
2011년 필리핀 장관 VIP신변보호

- 경호원으로 채용되면 받게되는 연봉 수준이 궁금하다.

“우리 경호팀의 경우 신입 연봉이 3000만원 후반~4000만원 초반 수준입니다. 여기에 일하는 정도에 따라 추가로 수당을 받아요. 동종업계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죠.”

- 가지고 있는 무도 실력은 어느정도인지.

“대학교때 경호학과를 다니면서 따 놓은 무도 자격증이 많아요. 저는 태권도 4단,유도 3단,합기도 2단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의 경호를 맡게 되는가. 사회가 변화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경호 업무 영역도 궁금하다.

“신변 보호 요청이 들어오는 의뢰인을 경호해요. 외국에서 초청받아 입국하는 주요 인사들이나 국내외 기업인들,그리고 특수한 상황에 접한 일반인도 의뢰가 들어옵니다. 최근에는 데이트 폭력에 의한 신변 보호 요청도 늘어나고 있어요. 집착하는 옛 연인을 우려해서 결혼식에서 경호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폭력 때문에 학생의 경호를 요청하는 일도 많아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경우죠. 아이들을 경호하는 경우에 학교에서 경호를 위해 허가받아야 하는 절차도 있고,자칫 경호를 하는 것이 아이에게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학교 폭력과 관련된 상담은 의뢰자와 신중하게 논의해서 조심스럽게 합니다. 최근 병원 폭력도 자주 발생해서 병원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경호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

출처: 이용주씨 제공
2016 서천 반찬 봉사

-여성 경호원에 대한 선입견은 없는지.

“지금은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지만,초창기에는 의뢰자가 저를 보고 ‘무슨 여자가 경호를 해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경호를 의뢰하는 사람 가운데는 보여주는 경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주변에 강인해 보이는 경호원이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거든요. 요즘은 경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어요. 경호가 주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경호원 같지 않은 사람들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정색 정장은 입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해요. 여성 경호원들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교육이 돼있고,상대방의 힘을 이용해서 제압하는 기술도 가지고 있어요. 경호는 힘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최근에는 부드러운 경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 경호원을 특별히 찾는 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어떤 경우에 의뢰인이 여성 경호원을 찾는지. 여성 경호원만의 장점이 있다면.

“신변 보호를 위해서는 경호원과 늘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 의뢰인의 경우에 여성 경호원을 많이 찾아요. 병원 진료실 같이 좁은 공간에서 계속 함께하며 외부인을 맞아야 하는 경우에도 여성 경호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외부인이 볼 때 여성 경호원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줄 수 있거든요.

남성 경호원은 경호를 할 때 주로 큰 그림을 봐요. 주변을 살피며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는 경우가 많죠. 상대적으로 여성 경호원은 작은 그림을 많이 봐요. 의뢰인을 중심으로 섬세하게 살펴보죠. 의뢰인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며 불편한 점을 살피기도 하고,스케쥴 관리를 도와주기도 해요. 경호는 대부분 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남성 경호원과 여성 경호원이 한 팀으로 일하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출처: 이용주씨 제공
ADT캡스 경호팀 자원봉사활동 시각장애인 재활복지대회 (흰지팡이의 날)

- 여태껏 경호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0년 전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민간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경호를 맡은 적이 있어요. 나이도 많고 지병이 있어서 경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워낙 거물급 인사라 일주일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근접 경호를 했어요.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서 러시아어를 공부해서 한 마디씩 인사말도 건네봤죠. 오랜 시간 동행하다보니 그 분도 정이 들었나봐요. 고르바초프가 식사 도중 예정보다 빨리 일어서야할 일이 있었는데,그 분이 ‘지금 이용주가 밥 먹고 있을 시간이다. 조금만 기다리자’라고 말했어요. 경호원들은 경호 대상의 식사 시간에 돌아가면서 급히 끼니를 떼우거든요. 경호원들을 배려해줬던거죠. 출국할 때 고맙다는 인사도 해주셨어요. 일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이라서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 일을 하면서 봉사활동도 무척 많이 하는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 같아요. 입사 직후부터 회사와 함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소원을 들어주는 ‘make a wish’ 활동을 했어요. 울산에서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쉬는 날 피아노를 선물하러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에서 이사를 맡아서 장애 아동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고,ADT 캡스의 ‘파란 스마일’이라는 봉사 단체에서 단장을 맡기도 했어요. 경호가 약자를 보호하는 활동이듯,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경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경호원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몸 관리도 해야할 것 같은데.

“경호팀에 있으면 늘 몸 관리를 해야해요.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새벽 밖에 없어서,매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요. 6시에 헬스장 문을 열거든요. 매일 한 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이 일과에요.”

-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꿈이 있다면.

“처음에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임신 중에 현장에 나가기도 했고, 꾸준히 공부해서 경호학 박사 학위도 받았어요. 예전에는 여자 경호원은 수명이 짧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올해가 경호원으로 일한 지 16년 차입니다.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오래 일하고 싶어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저를 보고 이 길로 나서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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