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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근속연수 1.8년 회사에서 12년 버틴 한국인이 던진 한마디

조회수 2020. 9. 18.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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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버틸 만큼 버틴 한인이 "직장 생활 다신 안한다"고 말한 이유는?

“좋은 기회가 온다 해도 직장 생활은 다시 안 할 생각입니다. 아마존에서 12년 동안 생존하면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마침내 찾았거든요.”

출처: jobsN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박정준 작가의 북토크.

포브스가 2019년 3월 세계 최고 부호를 발표했다. 1위는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 그는 2년 연속 세계 최고 부자를 지켰다. 총자산은 1310억달러(약 147조5700억원)에 달했다. 그가 만든 아마존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전 세계인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자료·2018 링크드인)다.


지금은 세계적인 ‘공룡’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 아마존은 강도 높은 근무와 인정사정없는 성과제 등으로 IT업계에서 악명 높다. 아마존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이곳에서 1.8년 근무한다. 그런데 2004년 입사해 12년 동안 근무한 한인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박정준(37) 작가를 만났다.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아마존 사옥 내외부 전경.

-자기소개에 앞서 가장 궁금한 질문이 있다. 아마존 신입 초봉은 얼마인가?


“2004년 4월 아마존에 프로그램 테스팅 개발자로 입사했다. 계약서에는 7만불(약 8000만원) 정도가 적혀있었다. 또 입사한 해에 주식 1000주(2019년 4월9일 기준 아마존 주식은 주당 1849.86달러로 약 210만원)를 배당받았다. 당시에는 주당 40달러 정도였다. 아마존은 6개월마다 직원에게 주식을 배당한다. 나는 오래전에 아마존 주식이 주당 200달러일 때 대부분을 팔아버렸다.”


박정준 작가는 아버지의 미국 유학 시절인 80년대 초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다. 두 살에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워싱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학교 동기들처럼 MS·구글·아마존 등의 기업에 취업을 생각했다. 2004년 4월, 5시간의 면접 끝에 아마존에 합격했다.

출처: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한빛비즈 제공
박정준 작가가 일하는 모습과 사무실 전경.

-왜 5시간이나 면접을 보나.


“아마존 채용 기준이 정말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엘리트들로부터 매일 약 5000통의 지원서가 날아들어온다. 1차 지원서류로 후보자를 거른 뒤 2차는 2명의 심사위원과 전화를 한다. 전화 통화를 한 면접관들이 만장일치로 합격점을 줘야 3차로 면대면 면접을 볼 수 있다. 만약 통화한 두 명 중 한 명이 불합격을 주면 지원자는 또 다른 사람과 전화 면접을 해야 한다. 이 사람이 합격점을 줘야 3차 면접을 볼 수 있다. 3차 면접은 5명의 면접관이 1시간씩 지원자를 본다. 한 사람을 뽑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그렇게 공들여 채용해도 얼마 못 버티지 않나.


“내가 퇴사하던 해인 2015년 평균 근속 기간은 1.2년 정도였다. (주요 IT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를 비교하면 애플 5년·넷플릭스 3.1년·페이스북 2.02년 이다.)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퇴사율이나 이직률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만큼 갈 데가 많다. 번아웃(Burn Out·극심한 업무로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는 현상)으로 그만두는 사람도 상당수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찾아 떠나는 이들도 꽤 있다. 아마존 직원들은 IT업계에서 최상위 두뇌를 자랑하는 인재들이다. 헤드헌터가 거액의 연봉을 제안해 회사를 옮기기도 하고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한다. 또 MBA 등 대학원을 진학하는 선택지도 있다.”


-해고는 어떻게 통보하나.


“지금은 시스템이 달라졌지만 내가 입사한지 얼마 안됐을 당시 아마존은 신입사원에게 주요 프로젝트 하나를 맡겼다. 스콧이라는 백인이 있었는데 입사 후 몇 주가 지나도 맡은 프로젝트를 책임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결국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금요일에 해고당했다. 아마존에선 잘린 직원이 다음날 찾아와 난동 부리지 못하도록 언제나 금요일에 해고를 통보한다고 한다.”

-처음 입사해서 맡은 일이 무엇인가.


“아마존 검색 서비스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검사하는 기능을 자동화하는 일이었다. 아마존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분류 가능하게 해둔다. 아마존은 이 기능이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사람이 확인하게 하지 않는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을 때 마다 완성도를 확인하게 한다.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좋은 성과를 냈나 보다


“그렇지 않다. 일주일 정도 끙끙대다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관련자들과 회의를 하는데 ‘지금 단계에서 론칭이 가능하냐’면서 재촉했다. 개발팀 선배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상태에서 출시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분위기가 싸해지고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나 역시 금요일에 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걸까 떨고 있는데 상급자가 찾아왔다. 그는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소신을 지킨 모습을 높게 산다’고 칭찬했다. ‘최선을 다하면서 소신 밝히기’가 아마존이 강조하는 14개 원칙 중 하나였다고 한다.”

출처: jobsN
행사가 끝난 후 기념사진.

-14개 원칙 중 서로 부딪히는 부분은 없나.


“해석이 모호할 땐 언제나 고객을 최우선으로 둔다. 이 결정이 과연 고객을 위한 것인지 고민한다. 아마존이 소규모 전자상거래 기업들을 잠식해버린 것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어도 이들은 떳떳하다. 왜냐하면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2015년 뉴욕타임스가 아마존이 얼마나 직원을 쥐어짜는 기업인지 낱낱이 폭로했을 때도 그랬다. 주 85시간 근무하게 만들면서 제공하는 건 드립 커피와 티백뿐이라고 비난했다. CEO 제프 베조스는 ‘그런 회사라면 나라도 다니지 않겠다’라면서 화를 냈다.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발휘하게 만들어서 그 이익을 고객에게 돌리겠다는 의지가 굳건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점심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점심값 아껴 수수료와 배송비를 낮추고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곳에서 12년을 견뎠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는 점점 커가는데 나는 점점 왜소해지는 기분이었다. IT업계는 변화가 너무 빠르고 개발자라는 직업은 수명이 길지 않다. 나 또한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6년째 되던 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회사를 다니며 창업 준비를 했다. 나는 입사 첫해부터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고 있었다. 신발 유통 사업이었다. 회사 업무 때문에 매출이 크게 나진 않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수록 노하우도 늘어났다. 어깨 건너보고 배운 게 많았던 덕분이다. 2015년 퇴사 후 아마존 셀러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현재 유아용 매트(Cushy Cove) 브랜드를 창업했다. 아마존에 다닐 때보다 좋은 수익이 난다. 추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셀러보다 유리하다.”

출처: cushycove 제공
그가 판매하고 있는 유아용 매트. 미국은 바닥에 눕는 문화가 없다. 유아 낙상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 이유로 그가 판매하는 바닥에 까는 유아용 매트가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다.

-회사를 그만둘 때 불안하진 않았나.


“물론 불안했다. 오랫동안 동료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이었다. 장기근속자로서 메리트도 상당했다. (미국 연봉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10년 차 아마존 개발자의 연봉은 13만달러다. 아마존은 직원에게 연봉 외 주식보상제도(Restricted Stock Unit·일정 기간 회사를 다니면 주식을 주는 것)를 약속해 RSU를 매년 지급한다.) 주식을 보너스로 주는 셈이다. 그러나 셋째가 태어날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유급휴가를 가지 못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없어 가장 안타까웠다. 내겐 아버지의 역할이 더 중요했다. 불안감에 빅데이터 분석을 공부한 때도 있다. 사업이 잘 안되면 데이터 분석가로 일할 생각이었다. 퇴근 후엔 스탠퍼드 대학 온라인 강의로 기계학습 강의를 수강했다. 2015년 퇴사 후 지금은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아마존에 다닐 때보다 큰 수익이 난다. 데이터 관련 책은 그 뒤로 다신 열어보지 않았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직장생활을 다시 할 생각이 있나.


“지금으로선 없다. 물론 생계가 너무 힘들어진다면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에 없다. 적어도 미국 기업에서 할 생각이 없다. 미국 기업에 특별히 감정이나 편견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직장생활을 경험해본 유일한 나라였다. 앞으로도 사업과 투자, 집필 활동 등에 집중할 생각이다. 또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가질 생각이다. 내가 내 스케줄을 조절해 사용할 수 있는 삶이 가장 행복하단 걸 알았다. 그 자유를 맛본 이후로 다시 직장생활은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가장 존경하는 CEO가 누구인가.


“칸 아카데미를 설립한 살만 칸(Salman Khan)이다. 온라인에 무료로 수학과 영어를 강의 서비스 제공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최고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사람이다. 정말 멋지다. 제프 베조스 회장이나 빌 게이츠도 위대한 분이지만 이룬 성과가 너무 거대해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 하지만 칸 대표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성장과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누구나 그런 베풂을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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