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면 '치카치카' 끝..양치질에서 칫솔 빼 대박난 남자

조회수 2020. 9. 18.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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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 없이 양치한다' 씹는 치약 만든 1인 중소기업
출처: jobsN
호재현 대표
솔테라피 호재현 대표
인체 무해한 씹는 치약 제조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제품 만들 것

지름 11㎜의 동그란 알약 모양의 ‘이것’을 입에 넣고 씹자 거품이 생긴다. 10~15초 동안 씹고 물로 입안을 헹구면 양치질이 끝난다. 칫솔 없이 양치를 할 수 있는 ‘이것’의 정체는 고체 치약 '투스탭(Toothtab)'이다. 일반 튜브형 치약에서 물과 방부제를 빼 고체 형태로 만든 치약이다.


투스탭은 소금을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드는 솔테라피(SalTherapy)에서 만들었다. 솔테라피는 1인 기업이기도 하다. 기획부터 생산까지 혼자 한다. 이렇게 만든 고체 치약은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출시 2주 만에 8000병이 팔렸다. 총판매량은 15만병 정도다. 휴대하기 편하고 여행 갔을 때 간편하게 양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는 호재현(34)대표를 만났다.

출처: 솔테라피 제공
고체 치약 투스탭 아쿠아 민트, 자몽, 스파클 레몬향 그리고 숯 향

치약 파동으로 창업 결심


호 대표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사업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 대학교에서는 금융·경제학을 전공했다. 당시 막연히 창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소금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는 한국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6개월 동안 취업을 준비해 소프트뱅크 커머스에 입사했다. 그러나 1년 뒤 회사를 나왔다.


"직장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내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퇴사할 무렵 지인 2명과 함께 무역사업을 준비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국내 제품을 소싱해서 홍콩에 수출하는 일이었습니다. 생각만큼 잘 안 돼 6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중간 역할을 하기보다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하고 계신 소금 사업이 눈에 띄었죠. 또 당시 치약 파동으로 생활용품 안전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죽염을 이용해 안전한 치약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자'를 목표로 세웠다. 5000만원 대출을 받아 서울 송파구에 9평짜리 사무실을 마련했다. 2017년 3월 솔테라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솔테라피는 솔트(Salt·소금)와 테라피(Therapy·치료)를 합친 단어다.

솔테라피 시작…고체 치약 출시


전공이 아닌 분야라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치약과 천연제품 성분을 모두 분석해 표로 만들었다. EWG 화학성분 등급표와 비교해 논란이 된 유해성분은 제외했다. 이렇게 방부제 없는 치약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기존 액상 치약처럼 만들려면 물이 들어가면 방부제가 꼭 들어가야 했습니다. 방부제를 빼려면 분말이나 고체로 만들어야 했죠. 분말은 거부감이 커 고체 치약으로 눈을 돌렸어요. 당시 한국에는 생소했지만 외국에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식 수입허가가 안 난 상태였어요. 이걸 국내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SLS, CMIT·MIT 등 유해성 논란이 있는 성분을 빼고 죽염, 자일리톨, 코코넛 유래 자연 계면 활성제를 넣었습니다. 이후 이 성분을 고체로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아다녔습니다."


시중 제품 제조원들을 찾았지만 타정(打錠·의약품을 압축하여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 것)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던 중 한 공장에서 타정 기계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공장과 OEM 계약을 맺고 3월 말부터 공장에서 함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원하는 치약이 나오진 않았다. 죽염을 많이 넣어 짜거나 거품이 안 났다. 코코넛 향이 너무 진해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20번 정도 반복했습니다. 지인에게 '굳이 이런 맛 나는 치약을 써야 하냐'는 혹평도 많이 들었습니다. 계속 성분의 양을 달리해 최적의 배합을 찾았습니다. 4개월이 지난 6월 말쯤 최종 제품이 나왔습니다. 씹고 가글 후 뱉기만 해도 되고 칫솔을 사용해도 되는 고체 치약을 완성했습니다. 국가 공인시험기관인 KOTITI에서 12가지 유해 성분 불검출 테스트도 받았습니다."

출처: 솔테라피 제공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솔테라피 제품들

하루 2000개 판매 후 유통망 확보


호대표는 한 개에 60정이 들어가는 제품 1만개를 생산했지만 판매가 쉽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했지만 하루에 들어오는 주문은 많아야 1~2건이었다. 이마저도 못 파는 날이 많았다. 재고를 본 사무실 이웃은 '유통망도 마련하지 않고 물량을 뽑았으니 다 버려야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알아줄 거라는 믿음으로 판매 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그러던 중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연락이 왔다. 두 개씩 한 세트, 총 2000세트를 목표로 잡고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올린 지 24시간 만에 2000세트를 모두 팔아 1차 판매를 마감했다. 반응이 좋아 2차, 3차까지 진행했고 2주 동안 4000세트, 총 8000개를 팔았다. 호 대표는 제품을 만든 이후 가장 설렜던 순간이라고 한다. "하루에 한 병도 못 팔다가 주문이 들어오니까 설렜죠. 주문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10명이 주문하고 2~3분 뒤에 보면 몇십명으로 늘어나는 걸 보니 신기했습니다."


주문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10명 중 6~7명은 '편리하다' '외부에서 쓰기 좋다'고 후기를 남겼다. 제품 만족도는 85% 이상이었다. 소비자 후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후기가 곧 자산입니다.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단서죠. 스파클 레몬 향을 팔았는데 자몽향도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겨준 분이 계십니다. 그걸 보고 자몽향도 만들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카카오스토리와 오프라인 매장도 공략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아트박스, 부츠 등 주기적으로 입점 제안서를 보냈다. 같은 해 10월 핫트랙스 오프라인 매장 입점에 성공했다. 이후 입점 허가를 받아 현재 삐에로쑈핑, 부츠, 트래블라이브러리 등 50여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에서는 1만병 이상 판매했다. 기내반입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여행작가 안시내씨와 대학생 오지 탐험 활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출처: 솔테라피 제공
청소년 오지 탐사대가 사용한 솔테라피 제품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제품 만들 것


가격은 한개(60정)에 7800원이다. 일반 치약보다 비싸지만 값싸고 유해한 성분 대신 천연 성분을 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여행이나 출장에서 쓰기 편해 계속 찾는 편이라고 한다.


2018 하이서울 어워드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HIT500에도 선정돼 유통, 홍보 등 지원을 받았다. 12월에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목표금액을 넘긴 1000% 펀딩을 받았다. 첫해 매출 1억5000만원, 작년에는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무실도 강남구로 옮겼다. 이번 달에는 GS리테일의 H&B 스토어에 입점할 예정이다. 건국대학교 GTEP(청년무역전문가양성사업)을 통해 태국과 베트남에 투스탭을 소개했다. 지금은 투스탭뿐 아니라 천일염이 들어간 토너, 클렌징폼도 있다.

출처: 솔테라피 제공
투스탭은 임상실험도 마친 제품이라고 한다

큰 포부로 시작했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제품 기획, 공장 계약, 홍보, 디자인 등을 혼자 하기 때문에 벅찼다. 또 처음엔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호대표는 가끔 직장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재밌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사업가 유전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거라고 한다. 호대표의 아버지는 40여년 동안 소금을 생산해온 영진그린식품의 대표다.


호대표는 “아버지께서 자수성가하셨기 때문에 제게도 딱히 물려주신 건 없다”고 말했다. “처음엔 직장 생활을 더 하고 시작하라면서 퇴사를 반대하셨지만 3년째 꾸준히 하는 모습에 사장으로 인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직접적인 지원은 없지만 ‘결정은 천천히 해라’ ‘절대 서두르지 마라’ 등 조언과 응원을 해주십니다.”


호재현 대표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일단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단기 목표겠지만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유해 성분을 줄인 제품을 기획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일을 즐기고 제품에 신중하다 보면 우리 제품과 브랜드에 공감하는 팬층이 생길거라 믿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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