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식 폭락 때 오히려 수익률 초대박, 누군가 했더니

조회수 2020. 9. 21. 1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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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3% 폭락할때 두자릿수 수익률 올려준 남자
자산운용사 CEO 출신 창업
나를 위한 전담 AI펀드매니저
와디즈 투자 유치, 글로벌 서비스 도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CEO 가 되는 건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그러나 극소수만 꿈을 이룬다. CEO는 은퇴 후 생활도 보장된다. 다른 회사 CEO로 옮기거나, 고문 또는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 있다. CEO를 두 번이나 마치고 스타트업에 도전한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를 만났다. 이제 정장 대신 티셔츠와 청바지가 익숙한 차림이라고 한다.


CEO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


문 대표는 경북대 컴퓨터공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금성반도체, GE를 거쳐 32년 간 대신증권에서 일했다. 국내 1세대 금융 IT전문가로 통한다. 1997년 국내 최초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도입을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붙들고 사는 PC나 스마트폰 투자 시스템의 효시인 것이다. 그 공으로 2001년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의 ‘아시아의 스타 50인(Stars of Asia 50)’에 선정됐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대신경제연구소와 대신투자신탁운용의 CEO를 지냈다.

출처: 큐텐츠 컴퍼니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경력. 하지만 그는 즐기지 않았다. 대신투자신탁운용 사장 시절 깊은 고민을 했다. ‘저렇게 똑똑한 사람들로 펀드매니저가 구성됐는데, 왜 수익률은 일관되지 않을까.’


직원들에게 다양한 새 투자 기법을 제안했다. 잘 되지 않았다. 매니저들은 여전히 직관력과 노력에 의존했다.


‘차라리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몇가지 원칙만 제시하자. 사람의 주관적 판단 영향없이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IT를 잘 아는 금융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대신투자신탁운용 대표를 마친 뒤 잠시 외환선물 상임고문을 거쳐 창업에 도전했다.

뉴지스탁 홈페이지 초기화면

오직 나를 위한 전담 매니저


문 대표가 창업한 ‘뉴지스탁’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다. 서비스명은 ‘젠포트’. 오로지 나 한 명을 위한 전담 로봇 펀드매니저를 고용하는 시스템이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젠포트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한다. 이후 서비스 화면에 접속해 ‘설정’ 메뉴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명령을 입력하면 된다. 어떤 원칙을 갖고 투자할지 정하는 것이다. 무슨 업종을 위주로 투자할지, 테마주는 얼마나 담을지, 외국인 선호는 얼마나 반영할지 등 원칙을 기입하는 단계다. 언제 사고 팔지 매매 시점에 대한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장 시작 때 사서 다음날 장 종료 때 팔아라’ 혹은 ‘종목별로 수익률 10% 때 차익 실현하고, -5%일 때 손절매하라’ 식의 명령이다.


어떤 명령을 넣을지 모르겠다면, 시스템에 올라 있는 ‘기관수급점수 상위 5%’(기관순매수를 계량적으로 분석) 같은 다양한 명령 가운데 고르면 된다. 넣을 수 있는 명령은 1000개를 넘는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무한개 경우의 수가 나온다. 초보자도 얼마든지 나만의 명령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젠포트는 이런 명령 조합의 결과를 ‘알고리즘’이라 부른다. 명령을 다 넣어 알고리즘이 완성됐다면, 이제 나만의 매니저가 생긴 것이다.


이후 젠포트가 모든 걸 알아서 한다. 알고리즘의 명령에 맞도록 기업 재무, 과거 주가, 거래량, 거시경제지표 등 가능한 모든 변수와 데이터를 동원해 추천 종목을 골라낸다. ‘환율이 올라갈 때 수혜를 입는 제약 종목’ 명령을 넣으면 과거 환율 변화와 기업 실적 추이를 분석해서 바로 추천 종목을 뽑는 식이다. 한 번에 나오는 추천종목은 최대 20개다.


추천종목은 고정되지 않는다. 시황 등 변수에 따라 실시간 추천종목이 바뀐다.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오르는 종목을 골라내 추적 매수한다’는 알고리즘이라면, 수많은 종목 가운데 크게 오르는 추천종목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매수하고 그렇지 않은 보유 종목은 팔아야 하는데, 이런 대응을 사람이 실시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출처: 큐텐츠 컴퍼니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좌)와 젠포트 서비스 운영을 맡고 있는 문호준 팀장

과거 데이터와 가상 매매로 알고리즘 검증


그런데 내 알고리즘.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만들었지만 미심쩍다. ‘시뮬레이션’ 메뉴를 눌러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내가 원하는 조건대로 주식에 투자하면 돈을 벌었을지 과거 데이터로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날 가장 많이 오른 10개 주식을 아침에 사서 마감 전 판다’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면, 이 명령대로 200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투자해 나왔을 수익률을 과거 데이터로 뽑아 보는 것이다. 그러면 누적 56.2% 식의 세세한 수익률과 각종 통계 숫자가 나온다.


결과는 하루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3월 2일 기준, 2017년 6월 7일 기준 식으로 수많은 수익률 데이터를 뽑을 수 있다. 엄청난 양의 분석 데이터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기, 호황기 등 시기 별로 세분화해서 내 전략이 어떻게 통했는지 볼 수 있다. “내 명령대로 투자를 해서 돈 벌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과거 데이터로 가늠해 보는 겁니다. 2007년 1월부터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최근 1년 자료를 통한 테스트는 무료로 하고, 그 이상 기간을 확장해 테스트할 때만 유료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좋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으로 나왔다면, 이제 지금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확인할 차례. ‘가상매매’ 메뉴를 눌러 내 알고리즘 대로 거래를 시켜볼 수 있다. 돈을 직접 투입하지는 않지만, 실제 종목별 주가 흐름을 반영해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뽑아 보는 것이다. ‘전날 가장 많이 오른 10개 주식을 아침에 사서 마감 전 판다’는 조건으로 오늘부터 가상매매를 시작해, 수익률을 계속 확인해 나가는 식이다.


가상매매를 일주일, 한달 등으로 시간을 정해서 해봤더니 꽤 높은 수익률이 나왔다면, 이제 실전 매매를 할 차례. 실전매매를 위한 프로그램 ‘젠트레이더’를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계좌에 연동하면 된다. 그러면 내가 정한 금액 내에서 젠트레이더가 나를 대신해 내 알고리즘에 따라 내 계좌에서 실시간 매매를 한다. 젠트레이더는 한 번 작동시키면 내가 종료시킬 때까지 알아서 거래를 계속 수행한다. 내가 지정한 명령과 매수매도 조건에 따라 수시로 종목을 바꿔 가며 사고 파는 것이다. “100%. 완전한 자동화입니다. 일단 맡기면 사람 개입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합니다.” 한 번 작동시키면 내가 ‘off’를 누를 때까지 무한 작동하는 로봇 청소기를 연상하면 된다.

알고리즘 매매하는 젠마트 화면

알고리즘 매매 시장 개설


젠포트 이용자들은 웹상에서 정보 공유를 통해 저마다 가진 알고리즘을 진화시키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알고리즘과 의견을 참고해 내 알고리즘에 입력된 명령을 바꾸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 전망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조건으로 입력하지 않아 왔는데, 다른 사용자 전략을 참고해 이익 전망치를 주요 조건으로 입력해 내 알고리즘의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식이다. 학습을 통해 내 개인 매니저의 능력치를 키우는 셈이다.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는군요.

“집단 지성의 힘입니다. 알고리즘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높은 수익을 내는 알고리즘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코스닥 지수가 한 달만에 23% 빠질 때 10종목 평균 10% 이상 수익을 낸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이용자가 잘하는 건 아니다. 20:80 법칙이 통한다. 전략을 잘 짜는 사람이 20%, 못짜는 사람이 80%. 웬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80%는 젠포트를 외면할까. 오히려 이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한다. 젠포트에선 남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복사해올 수 있다. 웹페이지 초기 화면에 주요 알고리즘이 소개돼 있는데, 복사하기 버튼을 눌러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원 사용자가 설정해 둔 명령대로 똑같이 투자할 수 있다. 내 입맛에 맞게 약간 변경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80% 사용자도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애써 만든 걸 왜 공개할까. 물어보니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분들이더라구요. 다른 사람 피드백 받아 내 걸 개선하며서, 함께 공유하는 가치도 즐기는 거죠”

출처: 큐텐츠 컴퍼니
서울 여의도 뉴지스탁 사무실

알고리즘을 비공개 해놓은 이용자도 많다. 간단한 소개화면은 제공하지만 ‘복사하기’를 막는 것이다. 공개 여부는 전적으로 해당 이용자 의지에 달려있다. 그러면 줄줄이 댓글이 달린다. 욕이 아니다. ‘알고리즘을 사고 싶다’는 요청이다. “요청에 따라 개인적으로 명령을 복사해서 사고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젠포트는 이 시장을 작년 12월 양성화했다. 알고리즘을 사고 파는 ‘젠마트’를 홈페이지 내 개설한 것이다. 내가 좋은 수익을 올렸다면, 알고리즘 내용을 젠마트에 올려 판매할 수 있다. 건 당 최고 500~700만원의 고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고수들 중에는 전업 투자자 보다는 일반 직장인이 많다고 한다.


알고리즘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일반 이용자를 위해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알아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스스로 개선시키는 서비스도 연말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나를 위한 집사가 스스로 공부해서 능력치를 높이는 식이라 보면 된다.


-이용자 만족도는 어떤가요.

“꼼꼼한 분이 많습니다. 이전엔 엑셀을 주로 활용했는데 우리 시스템 나오고 분석과 투자가 쉬워졌다고 너무들 좋아 하십니다. 자동으로 실시간 매매가 되니 주식투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좋아하는 분도 많으세요.”

출처: 큐텐츠 컴퍼니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

투자액 100억원 돌파


실제 매매가 이뤄지는 ‘실전’ 알고리즘 수가 600개, 투자금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가상 매매를 돌리고 있는 ‘가상’ 알고리즘은 그 몇배에 이른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당분간 과거 장기 데이터 분석만 빼고 계속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일단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군요.

“아직 낯설어 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접하면 금방 이해하세요. 교육을 하는 ‘젠문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연을 하는 등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후 단계별 유료화 계획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수익은 B2B에서 나온다. 뉴지스탁은 젠포트 시스템을 10개 증권사에 공급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 고객은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뉴지스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성장세를 보고 지분 투자 의사가 줄을 잇고 있다. 2017년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서 3억원을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하루만에 한도가 다 찼다. 결국 목표를 늘려 잡아 345명으로부터 7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후 송현인베스트먼트에서도 1억원을 추가 유치했다.

출처: 큐텐츠 컴퍼니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

글로벌 서비스 기업 목표


개인이 구성한 투자 알고리즘을 금융회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젠포트에서 만든 전략을 개인 뿐 아니라 금융회사에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면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글로벌 서비스 기업이요. 이미 중국과 미국에 진출해서 우리 프로그램을 알리고 있구요. 일본, 베트남, 태국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과 데이터로 투자하는 체계라 해외 진출에 적합합니다. 시스템에 그 나라에 맞는 데이터만 넣으면 되니까요. 로보어드바이저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AI 추천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600명 있던 트레이딩 센터를 없앴습니다. 금융시장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엄청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시장 평균 수익률조차 못따라가는 매니저들이 많거든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철저히 주관을 배재해 기계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 수익률을 이길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힘이죠. 과거 금융에 IT가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제 IT가 금융을 주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 흐름을 주도하겠습니다.”


뉴지스탁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서 2차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최고 한도인 15억원을 모집해 해외 진출 재원 등으로 쓸 예정이다. 일찍 투자한 사람에게는 투자 페이백 쿠폰 등 특전을 제공한다.


글 jobsN 박유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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