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2가지가 가장 중요..차태현·김준호 사건으로 본 내기 도박

조회수 2020. 9. 21. 17: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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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돈 바로 돌려주면 도박일까 아닐까..내기 도박의 모든 것
차태현 사건으로 본 내기 도박의 세계
사례마다 판단 천차만별
도박 승패의 우연성과 상습성이 주요 기준

“그럼 당구장에서 친구와 하는 짜장면·게임비 내기도 도박이냐?”


최근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수백만원 판돈의 ‘내기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기 도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돈 잘 버는 연예인에게 수백만원 판돈은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며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고, “엄연한 도박”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쪽에서는 “실제로 골프치면서 내기를 하는 건 통상적인데 이를 처벌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당구나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기면서 지인들과 가벼운 내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벼운 내기는 경기를 좀 더 박진감 넘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 넘는 판돈이 걸린다면 이를 단순히 스포츠로만 보기도 어렵다. 내기 도박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출처: KBS 제공
내기 골프 의혹을 받는 차태현(왼쪽)과 김준호. 오른쪽은 차태현이 내기 골프로 돈을 땄다고 밝힌 카카오톡 대화방 재구성.

다양한 내기 당구·내기 골프 방식


사람들은 고스톱과 포커는 말할 것도 없고, 당구와 골프 등 스포츠를 하면서 내기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내기는 밥값과 게임비를 내는 것이다.


내기 당구와 내기 골프의 형태를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내기 당구는 ‘죽방’, ‘직방’ 등으로 통용된다. 득점이 날 때마다 즉석에서 1000원, 2000원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방식이다. ‘즉석방(卽席放)’에서 즉방, 직방 등을 거쳐 죽방으로 많이 불린다. 공을 맞히는 방식에 대해 돈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당구공부터 맞히는 ‘쿠션’을 하면 2000원, 당구대부터 맞히는 빈쿠션치기(일명 가락)를 하면 4000원을 상대방에서 주는 식이다.


골프의 경우엔 크게 3가지의 내기 방식이 있다. 가장 대중화된 내기법은 ‘스트로크 내기’다. 1타당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가장 적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돈을 차지하는 것이다. 실력이 비슷한 골퍼들끼리는 주로 ‘스킨스 방식’의 내기를 많이 한다. 홀마다 똑같은 상금을 묻어두고 최저 타수를 기록한 골퍼가 모은 돈을 전부 취하는 방식이다. 2명씩 팀을 이뤄 스킨스 방식 경기를 하는 ‘라스베이거스 방식’도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도박의 기준은?


이러한 내기는 게임 참가자의 승리욕을 발동시키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이런 내기도 도박일까?


판례를 보면 법원은 도박을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개인의 기량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우연성에 따라 좌우된다면 도박인 셈이다. 쉽게 말해 돈을 걸고 누가 이길지 모르는 시합을 하는 모든 것이 도박이다. 일상에서 허용되는 도박이나 내기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인에게 허용된 도박은 복권,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출입, 스포츠토토·프로토, 청도군 소싸움 등 7개뿐이다.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는 판례는 많다. 대법원은 2008년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고 총 26~32회에 걸쳐 내기 골프를 한 행위는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05년에도 홀마다 돈을 걸고, 전반전 우승자에게는 500만원, 후반전 우승자에게는 1000만원을 주는 내기 골프를 친 4명이 도박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내기 당구도 도박죄 적용을 받은 사례가 있다.

/조선DB

하지만 모든 내기가 도박으로 처벌받진 않는다. 특정 행위를 도박으로 보고 처벌하려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내기를 한 사람의 소득 수준, 상습성 여부, 함께한 사람과의 관계, 판돈 규모, 수익금 용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이 때문에 도박죄 적용 여부는 사례마다 다르다. 동네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이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친 것은 ‘일시적 오락’으로 판단돼 처벌하지 않지만, 처음 본 사람끼리 점당 만원, 10만원 고스톱을 치는 것은 도박죄로 볼 수 있다.


소득 수준과 판돈 규모에 따라 도박죄 유무도 갈린다. 2012년 한 지방의원 A씨는 지인 3명과 저녁 술값 내기 ‘세븐포커’를 쳤다. 판돈은 61만원이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회적 지위에 비춰봤을 때 판돈 규모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면 2007년 지인과 함께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친 B씨는 판돈이 2만8700원에 불과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B씨가 월 10만~20만원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이다.


또 내기가 1~2차례에 그쳐 상습적이지 않다고 인정되면 도박죄로 보지 않는다. 1990년 2차례 지인과 밤새 도박을 한 A씨는 대법원에서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조선DB

돈 땄다가 돌려줘도 도박


고스톱이나 포커와 달리 당구나 골프는 참가자의 실력에 따라 결과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우연성이 배제된 운동으로 볼 수도 있다. 도박죄 성립의 핵심 요건이 ‘우연성’인 것을 감안하면, 실력 차가 나는 사람 사이의 내기 골프와 내기 당구는 도박이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골프가 당사자의 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기의 일종이지만, 골프 경기장은 자연상태에 가까워 상황이 달라지기 쉽고, 핸디캡 조정과 같은 방식으로 승패의 가능성을 대등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도박이라고 판단했다. 골프 경기자의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매 홀 또는 매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출처: 조선DB
필 미켈슨.

골프에 우연성이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있다. 미국의 프로골퍼 필 미켈슨은 2015년 호주의 17살 된 한 아마추어 골프와 내기 골프를 쳤다가 졌다.


내기 당구도 마찬가지다. 서울고법은 1975년 “당구에서 기량과 수련이 중요시된다고 할지라도 경기자가 승패를 확실히 알고 있거나 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연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니므로 도박에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판돈이 적은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엔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우연성이 작용하지 않는 사기도박의 경우는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타짜들이 돈을 따게 설계한 경우는 우연성이 없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 사기로 구분돼, 처벌도 사기죄로 받는다.


배우 차태현의 경우처럼 내기 골프 후 딴 돈을 바로 돌려준다면 어떨까. 법조계는 “돈을 돌려줬더라도 도박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판돈 수백만원의 내기 골프를 한 행위 자체가 도박 행위이기 때문에 나중에 돈을 돌려줬다고 해도 도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돌려줬다는 점에서 양형 참작 사유는 될 수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딴 돈은 모두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내기 골프를 쳤다면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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