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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퇴사학교' 창업자가 절대 퇴사하지 말라는 이유

조회수 2020. 9. 21. 17: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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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그만둔다고 외치는 '퇴사 콘텐츠' 누가 만들고 누가 소비하나 봤더니..
누구나 언젠가 한번쯤 퇴사준비생이 된다

모든 직장인은 ‘퇴준생’, 퇴사준비생이다. ‘퇴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단어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세대보다 퇴사 욕구를 더 강하게 느끼는 추세다. 빅데이터 전문가 다음소프트 최재원 이사는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2019년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로 ‘퇴사’가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을 퇴사한 부부가 함께 만든 '이럴땐 이런짤'. '퇴사'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나온 이미지. 이 외에 다양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출처: '이럴땐 이런짤'·이말년 작가

이들은 올해 초 새해 소망을 취업·운동·금연과 더불어 ‘퇴사’를 꼽았다. 여덟번째로 많이 검색했다고 한다. 운동이나 금연은 매해 나오는 단어인 반면 ‘퇴사’가 연초 희망하는 단어로 등장한건 처음이다. 트렌드에 맞춰 출판사나 유튜버·인플루언서들은 활발하게 ‘퇴사’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퇴사준비생이 떠난 도쿄와 런던 이야기


트래블코드 이동진 대표는 작년 9월 ‘퇴사준비생의 런던’이란 책을 냈다. 2017년에 출판한 ‘퇴사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의 후속작이다. 퇴사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도시별 다양한 비즈니스 정보를 담았다. 뉴욕, 싱가폴 등도 나올 예정이다. 이 책은 2017년 교보문고 선정 '올해 최고의 책 경영분야 TOP3'에 들었다.

출처: 트래블코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퇴사준비생의 OO' 시리즈를 낸 트래블코드는 퇴사와 여행 정보를 결합한 콘텐츠를 만든다.

책에서 소개한 사업 아이템은 다양하다. ‘도쿄’의 경우 인기 프랜차이즈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이키나리 스테이크 하우스’ 비즈니스 시스템을 자세히 분석한다. 이 곳은 런치메뉴가 1500엔대(약 1만5000원)로 스테이크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고기 질이 좋아 인기가 많다. 그러나 의자가 없어서 서서 먹어야한다. 저렴한 고기를 판매하는 대신 불편하게 해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빨리 먹고 빨리 나가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린다.


책에는 국가별로 다양한 음식점·카페 등 성공적인 비즈니스 경영 사례가 나온다. 퇴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직장 이후의 삶을 대비할 수 있도록 수많은 아이디어를 준다. 이 대표는 “당분간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한번쯤 퇴사를 준비하는 시기가 온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 밖에서 도전해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그만두고 "꿈부터 써봐" 책 낸 김수영 작가


김수영 작가는 유명한 퇴사자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남보다 1년 늦게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 최초 KBS ‘도전골든벨’을 울렸다. 2000년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졸업 후 2005년 글로벌 금융기업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많은 돈을 벌고 안정적인 삶을 살거라 생각했다.

출처: (왼)KBS 골든벨 캡처·조선DB
김수영 작가의 모습.

김수영 작가는 스물다섯 어느날 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모든걸 포기하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모았던 전재산을 털어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녀가 여행한 나라는 총 70여개국이다. 해외에 머물면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현하기도 했다. 책을 쓰고 영화에 출연했다. 요가와 줌바 강사 자격증도 땄다. 당시 이야기를 담은 책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신입사원 때 암 판정을 받고 수술해야한다는 사실조차 보고하지 못했다”고 했다. 업무시간에 잠깐 치료를 받고 돌아와 마취가 풀리기도 전에 일을 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있나하는 고민이 들면서 퇴사를 결심했다.

출처: 유튜브 캡처
유튜브 '김수영TV' 채널 콘텐츠.

그녀는 지금 유튜버·강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수영TV’ 채널 구독자는 9만명 정도다. 그녀와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주 구독자다. ‘내가 시간부자인 이유’, ‘1인출판사 매출과 수익공개’, ‘퇴사하기 전 생각해볼 것’ 등 퇴사 관련 컨텐츠와 함께 자기계발 관련 영상을 올린다.


"퇴사, 그 다음을 가르쳐 드립니다" 성인교육 스타트업 ‘퇴사학교’


아예 ‘퇴사’를 학교에서 공부하는 이들도 있다. 2016년 문을 연 성인 교육 스타트업 ‘퇴사학교’는 퇴준생이 모이는 곳이다. 이 학교를 설립한 이는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온 장수한(35) 대표다. 그는 “퇴사는 결론이 아닌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인지, 뭘 원하는지 찾는 과정 속에 퇴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퇴사한지 3년 반쯤 지나서야 이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역시 ‘퇴사의 추억’이라는 책을 냈다. 퇴사 후 산책과 요리를 하는 등 여유로운 삶을 보냈다. 백수생활을 1년 정도 하다보니 막막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퇴준생 교육이다. 퇴사학교를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국 교육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모범생들이 퇴사 후 삶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곳엔 직장인들을 위한 '퇴근 후 웹툰 작가', '에어비앤비로 캐시카우 만들기', '이직학교' 등의 수업이 있다.

출처: 퇴사학교 캡처
퇴사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직장인들의 모습(왼)·퇴사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퇴사를 가르치는 ‘퇴사학교’의 창업자이지만 그는 결코 퇴사를 장려하지 않는다. 회사 밖은 ‘정글’이라는 것이다. 사업을 운영하는 지금도 직장에 다닐 때처럼 ‘과연 이게 맞는걸까’하는 고민을 한다. 일하기 싫을 때도 많다.


다만 회사를 경영하면서 달라진 점은 지금까지 일궈낸 성과가 분명하다고 한다. 50여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고 5000여명의 직장인 수료생을 배출해냈다. 그는 스스로 대한민국 직장인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사명감을 느끼면서 일하는 동기를 찾는다.


장소·시간 구애받지 않는 ‘디지털 노마드’ 전제우·박미영 부부


온라인에서 ‘제제미미’로 불리는 유명 퇴사자들이 있다. SK텔레콤 사내부부였던 전제우(34)·박미영(33)씨다. 이들은 2015년 퇴사했다. 그들은 회사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가장 만족스러울 때 미래에 대해 가장 냉정히 생각할 시기라 생각했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전제우·박미영씨 제공

두 사람은 IT개발자다. 직장에 다니면서 1년간 퇴사 계획을 짰다.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외주 프로그램 개발로 돈을 벌 생각이었다. 또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계획도 있었다. 2015년 회사를 그만두고 운영한 에어비앤비는 슈퍼호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들은 국내를 찾는 많은 해외 여행객들을 만나면서 세계여행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약 1년간 세계를 돌아다녔다. 

전제우·박미영씨 제공

그들은 여행중에도 돈을 벌었다. IT개발자라는 능력을 살려 공모전에 앱을 출품하기도 했다. 여행자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SNS 어플리케이션 ‘에요트립(Ayotrip)’을 만들었다. 움직이는 이미지(움짤)를 검색하는 어플 ‘이럴땐 이런짤’도 만들었다. ‘이럴땐 이런짤’ 이용자는 30만명이 넘기도 했다. 바로 수익이 난 것은 아니라 최대한 지출을 아꼈다. 오랫동안 집을 비운 주인을 대신해 집을 관리하고 공짜 숙박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노트북만으로 돈을 버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했다.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는 '퇴사열풍'이 부는 현상에 대해 “퇴사욕구가 가장 강한 집단은 ‘밀레니얼 세대(1975년에서 2000년대 사이에 출생한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들은 직업이나 직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우선시 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연령층의 퇴사자 상당수가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돌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들은 회사를 그만두기 전 많은 정보를 수집해 퇴사 이후를 준비한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 콘텐츠’를 만들고 또 이를 소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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