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유튜브와 만화 많이 보는 사람이 절대 유리한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9. 21. 17:4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유튜브와 만화 많이 보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이 직업
투니버스 소속 실사 PD 박용진씨
유튜브와 만화에서 작품 영감을 많이 얻어
"아이들이 평생 추억 삼을만한 역작 만들고파"

CJ E&M의 산하 채널인 투니버스는 한국 최초이자 최고(最古)의 애니메이션 채널로 유명하다. 2010년 즈음부터 운영 방향을 ‘어린이 전문 채널’로 선회했음에도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은 ‘투니버스’ 하면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정도다.


그러나 투니버스에서 만드는 방송 모두가 애니메이션인 것은 아니다. 투니버스에도 여느 방송 채널과 마찬가지로 실사 방송을 맡은 PD가 있고, 이들은 실제 탤런트나 배우들이 출연하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실사 드라마 ‘벼락맞은 문방구’(2013)나 ‘내일은 실험왕 1·2’(2015~2016), ‘기억, 하리 1·2’(2018~2019) 등을 연출한 박용진(41) PD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출처: 투니버스 제공
박용진 PD.

-투니버스에서 실사 예능이나 드라마를 맡은 PD는 몇 분이나 계시나요?


저를 포함해 4명입니다. 전체 PD 중 약 10%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죠.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로 유명한 투니버스에서 실사 연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희의 지향점 변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 투니버스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운영 방향을 어린이 전문 채널로 바꾸면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폭넓게 만들 필요가 생겨났습니다. 이 때문에 주 시청 연령대인 초등학교 고학년생~중학생을 타깃으로 한 실사 프로그램을 연출하기로 결정했죠.


-박 PD님은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다가 실사로 전향하셨나요?


아닙니다. 저는 PD 경력 처음부터 쭉 실사 방송을 맡아왔습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게임 전문 방송 채널 OGN에서 일하다 투니버스로 옮겼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은 투니버스에 와서야 처음 만들어 봤습니다.


-투니버스에서의 실사 촬영은 다른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만드는 예능·드라마 촬영과 그 스킬이나 패턴 등이 비슷한가요?


큰 줄기에선 비슷하지만 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긴 합니다. 오디션을 거쳐 배우를 뽑고, 현지 촬영을 나가고, 찍은 영상을 편집하는 등의 전반적 작업 패턴은 여느 PD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투니버스는 어린이 전문 채널인 만큼 아역배우가 많고, 이 점에서 여타 프로그램들과의 차이점이 발생하죠.


우선 연기지도는 저희 쪽이 훨씬 어렵습니다. 흔히 PD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대배우 분들은 대본만 넘겨드리면 제작진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연기를 뽑아내 주시죠. 하지만 아역배우들은 그 정도 수준인 애가 없어요. 발성은 물론 손짓 하나까지 저희가 모조리 잡아주고 지도해야 하죠. 물론 미성숙한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죠. 투니버스 실사 PD는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번거롭고 지쳐서 버틸 수가 없어요. 

출처: 투니버스 제공
'기억, 하리' 촬영 현장.

신(scene)도 길게 촬영할 수 없어요. 아무래도 아역 배우들은 암기력이나 연기를 유지하는 역량이 성인에 비해 부족하니까요. 짧게 끊어 가는 수밖에요. 당연히 대사량도 가급적 줄여주는 편이고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나 단어가 있으면 PD가 직접 빼기도 해요.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촬영장 분위기는 성인 배우들이 모인 곳에 비해 저희 쪽이 훨씬 밝고 부드러워요. 아이들 앞이다 보니 스텝들도 최대한 나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니까요. 안전교육도 성인을 상대로 할 때보다 훨씬 철저히 하고요. 성장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 시간도 칼같이 지킵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비타민 같은 아이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죠.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어른들 입장에선 저절로 웃음이 나고 피로가 덜어지니까요.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제작 기간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에 비해 짧은 편인가요?


성인 대상 방송이 워낙 천차만별인 데다, 제가 성인 대상 방송을 깊이 알진 못하니 비교해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 쪽만 놓고 보자면, 프로그램 하나를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뽑아내는 데 대략 5개월 정도는 걸립니다. 기획을 시작해 편집 마무리를 하는 데까지 드는 기간이 그 정도고, 실제 촬영에 쓰는 시간은 1~2개월 정도죠. 

출처: 투니버스 제공
'기억, 하리' 편집 작업.

또한 요즘에는 본 프로그램뿐 아니라 촬영 현장 필름, 포스터 촬영 현장 필름, 출연 배우들의 라이브 토크쇼 등을 따로 묶어 콘텐츠로 만드는 일이 많습니다. 즉, 메인 부속으로 서브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겁니다. 배우들이 극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 층인 아이들에게 보다 다가가고 친근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본편이 18편인데 서브 콘텐츠는 20편이 넘어가기도 해요. 아무튼 이런 공정을 포함하면 제작 기간이 좀 더 길어지기도 하죠.


-프로그램은 100% 자체 제작인가요?


저희는 쪽대본 없이 100% 사전제작 체제이긴 한데, 아무래도 자체 PD가 적다 보니 외주제작사와 협력해 일하는 때가 많습니다. 거의 ‘반외주’ 느낌이라 보시면 맞을 듯합니다.


반면 시나리오 면에서는 자체 제작이 많은 편입니다. 원작이 없는 자체 대본 생산 드라마가 열에 일곱 정도죠. 원작 없이 가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제작의 자유도가 훨씬 높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아무리 재해석을 한다 치더라도 원작의 인물이나 연출 등을 어느 정도는 의식하며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원작 팬들의 기대도 고려해야 하고요.


-아역배우들은 어떻게 뽑나요?


지금까지는 필요할 때마다 아역 배우 에이전시 몇 곳에 연락해 오디션을 보는 식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일반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대국민 오디션을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가제는 ‘투니스타’로, 아직은 론칭 전입니다. 하지만 조만간에 자세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기대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방송을 만들 때에 주로 어떤 콘텐츠를 많이 참고하시나요?


요즘 시대 아이들의 취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라면, 역시 ‘유튜브’죠. 아이들이 많이 보는 채널을 참조하면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기 쉽습니다. 방송의 내용도, 방송의 적정 재생 시간도, 방송의 연출 기법도요. 이 때문에 저희도 유튜브를 매우 많이 보고 있어요. 방송국 하면 여러 채널의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TV가 겹겹이 쌓여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투니버스 실사 PD들은 유튜브를 그렇게 본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반대로 저희도 직접 만든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송출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곤 하죠.


또한 ‘만화’도 매우 좋은 참고 대상이에요. 아이들은 동화를 보고 어른들은 소설을 읽죠. 그렇다면 투니버스가 타깃으로 삼은 연령대는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느냐. 바로 ‘만화’입니다. 이 때문에 만화를 즐기는 분들은 이 직업에 뛰어드는 데 유리한 면이 있죠. 저 역시 만화를 즐겨 보고요.


-혹시 투니버스 실사 PD가 되는 데 유리할만한 전공이 따로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컴퓨터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듯해요. 제 생각엔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 영상편집에 심취해 뮤직비디오나 다큐멘터리 등을 직접 만들곤 했어요. 전공 자체보다는 그런 관심과 취향이 PD 진로에 훨씬 더 영향을 미치고 도움도 됐던 것 같아요.


-장차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으신지요?


요즘 아이들은 ‘끼인 세대’ 같아요. 아이들은 핑크퐁을 보고 어른들은 예능과 드라마를 보는데, 어린이들은 볼 만한 게 없거든요. 핑크퐁이 유치하다 싶으면 바로 거친 어른들의 예능·드라마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해요. 저는 순전 어린이를 위한, 인생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한발 더 나가자면, 한때의 스치는 추억이 아니라 평생토록 추억으로 남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고퀄리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어린이들이 자라 20~30대가 돼서도 술 한잔하면서 유년기의 상징으로서 화제 삼을 수 있는 그런 역작을 말이죠.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