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하는 직원도..기마자세, 100km 행군시킨 회사의 항변

조회수 2020. 9. 21. 17:4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무박2일로 100km 등산부터 해외연수까지..기업별 신입연수 어떻게 하나 봤더니

“자세 낮춥니다! 자세 낮춥니다”


신한은행은 2014년 2월 신입연수에서 수백 명의 신입사원에게 ‘기마자세’를 시켰다. 동시에 구호도 외치게 했다. 약 300명의 신입사원들이 기마자세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글을 읽었다. 이렇게 훈련받는 모습이 영상으로 인터넷에 퍼져나가자 가혹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영상 중간중간에는 얼차려 자세를 하다 구토를 하거나 땀을 흥건하게 흘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출처: KBS 캡처
신한은행 신입사원 연수 장면.

신한은행 관계자는 “안창호 선생의 글을 몸에 새길 수 있도록 한 ‘정독 행사’”라고 설명했다. 10주 연수 기간 중 반나절 동안만 진행했다는 설명이었다. ‘갑질 논란’이 일자 신한은행 측은 영상을 삭제했다. 결국 ‘정독 행사’를 폐지했다. 다음 해 신입 연수에서는 강압적인 신체훈련 대신 회사를 주제로 직접 시를 지어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자료 인크루트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직장생활의 첫걸음은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기업 연수원에서 군대식 점호에 반말·욕설 등 ‘갑질’을 경험한 신입사원이 꽤 있다. 기업 연수원 교육을 받은 신입사원 432명 중 입사를 포기하거나 포기하고 싶어졌다는 응답자는 34%(2018년 인크루트 자료)였다. 반면 합숙교육을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진행하거나 신입 연수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시키는 등 좋은 사례도 있었다. 

출처: TV조선 캡처
국민은행은 신입연수에서 100km행군을 시켜 논란을 빚었다.

국민은행도 10년 넘게 신입사원에게 100km 행군을 시켜온 것이 작년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었다. 100km 행군은 9주간의 연수 기간 중 마지막 일정이었다. 도전정신을 기르고 단합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무박 2일의 ‘극한 체험’으로 불리면서 악명이 높았다.


국민은행 측은 “건강상 행군이 어려운 사람은 빠질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직 결속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상식적으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몸 상태를 이유로 단체 활동에서 빠지긴 쉽지 않다. 게다가 생리주기가 겹친 여직원들에게는 피임약을 나눠주는 등 참가를 강요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질타를 받자 올해부터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국민에게 ‘갓뚜기’로 불릴 만큼 좋은 이미지의 기업이다. 그러나 2019년 1월 한 사이트에 올라온 오뚜기 신입사원 연수 장면은 이런 이미지와 다소 맞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연수 중 1박2일동안 ‘한계 극복 교육업체’를 찾았다. 신체 단련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군복과 비슷한 교육복을 입고 강당에 모여든 교육생들의 사진이 퍼졌다. “영하의 날씨에 극한 훈련을 시킨 것이냐"라는 비판이 있었다.  

출처: 교육업체 관계자 SNS 캡처
작년 오뚜기 신입사원 연수 장면을 교육업체 관계자가 올렸다.

그러나 오뚜기 관계자는 “교육생들이 입었던 옷은 해병대 군복이 아니고 교육복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극한 훈련은 하지 않았고 대다수 활동을 실내에서 했다”고 설명했다. 등산·레펠 강하 등의 신체 단련 훈련을 했다고 한다. 많은 신입사원들이 재밌었다는 평가를 남다고 밝혔다. 기업에 들어오면 팀워크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신입사원에게 한계를 극복하도록 가르치는 곳은 오뚜기뿐만이 아니다. 공기업 중 신입사원에게 극한 훈련의 일환으로 해병대 교육을 시킨 곳이 있다. 공기업 중 연봉 1억원 이상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전력이다. 신입사원들은 신입 연수에서 해병대 군복을 입고 얼차려를 받았다.


훈련을 받은 한 참가자는 “등산을 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느낄 정도로 강도가 심했다"라고 털어놓았다. “1박2일 해병대 캠프에 들어가니 군대에 재입대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고무보트를 머리 위에 올리고 얼차려를 받고 레펠 강하도 했다. 레펠 강하는 경찰특공대들이 받는 훈련 중 하나다. 높은 곳에서 끈으로 몸을 묶고 떨어지는 번지점프와 비슷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무직 업무와 레펠 강하가 무슨 상관이 있냐"라는 비판을 받았다. 

출처: 한국전력공사 공식 유튜브 캡처
한국전력공사는 2017년 하반기부터 신입연수 교육 프로그램을 바꿨다. 해병대 캠프를 빼고 영상제작·봉사활동 등을 통해 팀워크를 기른다. 직장 내 성교육도 강화했다.

이처럼 신입 교육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기업도 많다. 합숙을 하면서 경영철학, 비즈니스 예절 등을 형식적으로 가르치던 예전과 다르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신입사원 연수 풍경도 변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초과를 방지하기 위해 주 40시간 미만의 합숙 교육을 하고 있다. 합숙 역시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SK그룹은 신입사원 합숙 기간 동안 주중 교육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진행한다. 이후 시간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불필요하게 야간 교육을 진행할 때는 향후 대체 휴가를 준다는 방침이다. 또 주말 교육을 없애고 합숙생들을 집으로 귀가하게 했다.  

종근당 제공

종근당은 2009년부터 신입사원 연수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기업 구성원이 되기 먼저 사회의 일원이 되자는 취지다.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연탄봉사활동, 무료급식 배식봉사, 농촌 일손 돕기 등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이웃 사랑의 마음을 회사에서도 실천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입사원을 해외로 보내주는 회사도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2015년 하반기부터 신입사원들에게 미국·유럽·중국·멕시코 등 8개 국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1년간 본사에서 근무를 마치고 난 신입사원 전체를 해외로 보내준다. 4개월간 사전교육을 받고 6개월간 해외법인에서 일한다. 연수 기간 동안 월급 외에 체류비, 어학교육비, 문화체험비, 의료비 등을 지원받는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