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200만원 번 아이템으로 시작한 회사는?

조회수 2020. 9. 21.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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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자폐아 교육 가르치던 교수..7년을 버티고 버텨 만든 이 회사는?

“스스로 선택해서 남과 다른 게 아니잖아요. 사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에요”


오티스타 이소현(58)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든 대학교수다. 오티스타는 자폐인이 그린 그림으로 여러 제품을 디자인한다. 머그컵·에코백·수첩·폰케이스 등을 만들어 판다. 사회적 기업은 보통 3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2012년 설립한 오티스타는 꾸준히 7년째 매출이 성장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출처: jobsN
사회적기업 '오티스타'를 창업한 이소현 이화여자대학 특수교육학과 교수.

봉사활동 접한 뒤 생겼던 질문 “장애인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텐데”


이소현 대표는 1993년부터 이화여자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가르쳤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 뒤로 자폐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날, 잠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80년대 초 장애인을 복지원이 아닌 병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평생 병원에서 사는 장애인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엄마를 붙잡고 “장애인들도 하고 싶은 게 있을 것 아니야”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가 했던 말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는 학과가 있다는 거예요. 특수교육과였죠. 입학하고 나니 학과 공부가 정말 재밌었어요. 80년대엔 장애인에 대한 사회 제도나 인식이 열악했어요. 심지어 장애는 병이라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일반인과 장애인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편견이 강해요. 물론, 신체적·정신적으로 다른 점은 구분이 필요하죠. 그런데 처음부터 장애인은 다른 공간을 사용하고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해요. 우리와 똑같이 일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회적 기업을 만든 거예요"

출처: 오티스타 공식 홈페이지
오티스타에서 디자인한 엽서들은 특히 인기가 많다.

그는 교수 생활을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창업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장애인도 일반인과 똑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해 장애인을 의무 고용 사업체 2만8018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19만5935명이었다. 전체 고용 인원 중 장애인 고용 비율은 2.76%였다. 100명 중 2명이다. 꽤 많은 수 같아 보이지만 장애추정 인구는 267만명이다. 전체 인구 중 13.8%다.


”장애인 고용하느니 부담금 내겠다"라는 대기업 보면서 창업 결심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낸다. 이 부담금을 가장 많이 낸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다음은 SK하이닉스·대한항공· LG디스플레이·LG전자·홈플러스·국민은행 순이다. 이 교수는 대기업이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직접 장애인을 고용해 매출을 내는 기업을 창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사회에서 만든 기준에 따라 장애라고 판정하고 선을 긋죠. 장애를 가졌으니 단순노동을 하거나 보육 센터에 있으라 해요.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에요.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인 기업을 보면서 성공사례를 만들겠다 생각했어요. 장애인이 가진 뛰어난 능력을 맘껏 펼쳐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출처: 각각 정일우·엑소 찬열 팬카페 캡처
배우 정일우가 오프라인 스토어를 방문한 사진(왼)·엑소 찬열은 오티스타가 제작한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한 것이 팬들의 눈에 띄었다.

이 교수의 전문 분야는 장애인 특수교육 중 자폐아 교육이었다. 그는 자폐아가 일반인보다 시·청각적으로 더 예민하다고 했다. 자폐아 중 한번 들은 음악을 악기로 그대로 연주하거나 한번 본 무당벌레 점 개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여러 연구나 논문에서 자폐아들의 시·청각 반응에 대해 증명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예리한 감각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자 ‘디자인’이라는 답이 나왔다. 많은 산업군에서 컴퓨터그래픽·시각디자인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자폐아들은 세상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요. 수용뿐만 아니라 표현도 그렇게 해요.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려도 지루해하지 않아요. 보통 자세하게 공을 들여 작업하면 힘이 들기 마련인데 자폐아들은 그 작업에 몰입해요. 많은 자폐아들이 갖고 있는 특성입니다. 저는 디자인 분야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다양한 산업에서 이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폐아도 일반인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또 그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은 디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교육 사업과 제조 사업을 결합한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


첫 시작은 2012년 초 조교들과 자폐아 6명으로 꾸려진 연구팀이었다. 먼저 이들이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개개인마다 편안해하는 미술도구도 다 달랐다. 어떤 이들은 마커를 쥐고 어떤 이들은 크레파스로 자유롭게 그렸다.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자폐아도 있었다. 그들이 그린 작품을 추려 머그컵·파우치·핸드폰 케이스 등의 제품으로 만들었다. 이 교수가 참여하는 특수교육 학회·교수 연구소 등에 가져갔다. 주위 사람들은 “이걸 정말 장애인이 만들었냐”고 물었다.

출처: 오티스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https://smartstore.naver.com/autistar)
왼족부터 머그컵·곰돌이 노트·차우차우 폰케이스.

“학술대회에 머그와 티셔츠 두 가지를 가지고 간 게 첫 시작이었습니다. 6000원에 판매했는데 2시간만에 200만원 어치 팔렸어요. 흔히들 장애인이 만든 물건을 소비하면 ‘착한 소비’라고 하잖아요. 그걸 의식하지 않은 분들도 물건만 보고 많이 사 가셨습니다.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단 의미거든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다른 학교 교수님이 조언해주셨어요.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 뒤로 바로 500만원의 자본금을 갖고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고민은 없었어요. 그다음에 고생길이 열렸죠”


오티스타를 창업하고 가장 크게 부딪힌 벽은 영업이었다. 관계자를 만나 부탁하고 여러 수법을 동원해 물건을 판매해야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막상 닥치니 눈 질끈 감고 하게 되더라"라고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밥도 수없이 샀다. 광고·홍보 등의 일도 다 이 교수 몫이었다. 장애인 행사가 많은 4월이 가장 바빴다. 중형차 트렁크에 물건을 잔뜩 싣고 행사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전국을 돌았다. 또 본업인 강의도 소홀할 수 없었다. 3년쯤 지나자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는 기분이었다. 이 대표는 회사를 팔기 위해 경영 진단도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계속 교수님이 하셔야 한다”고 대답했다.

출처: 오티스타 공식 홈페이지
오티스타는 해외에도 진출해있다. 이 교수는 해외 여러 디자인 박람회에 오티스타 물품들을 출시했다.

“어느 날 직원 월급표를 보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저를 보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습관처럼 영업할 궁리부터 했죠. 이젠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 방법도 알아봤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있는 교육과 사업이 너무나 맞아떨어지니 계속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운명인가 보다 하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매출이 딱 두 배로 올라간 기억이 있어요. 2016년일 텐데 매출이 급증하면서 회사를 쭉 운영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티스타는 2012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해온지는 7년째다. 오티스타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지금까지 교육을 이수한 자폐아는 80명이다. 이 중 10명이 오티스타 디자이너로 근무 중이다. 나머지 교육생들은 각자가 희망하는 진로를 직접 선택했다. 바리스타·제과제빵 관련 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육생들이 취업을 잘하는 편이다. 패션회사 에이랜드와 대기업 SK플래닛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 오티스타 매출은 단 한 번도 줄지 않았습니다. 최신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도 3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창업인데 이만하면 좋은 성적을 받았다 생각해요. 여덟 시간씩 꼼짝 않고 작업을 완성해내는 오티스타 디자이너들의 끈기를 보면서 생각해요. 더 버티자고요. 자폐인도 하고싶은 일, 잘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가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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