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말, 이 일을 하고 나서 알게 됐죠"

조회수 2020. 9. 21. 18: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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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일하는 대신 전 세계 누비며 사람 살리는 일 돕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탄자니아·말라위·짐바브웨·라이베리아·우간다·남수단·나이지리아·인도·터키·우크라이나·방글라데시···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구호활동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70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 민간의료구호단체. 구호활동가는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 분야와 물자 보급·행정 등 비의료 분야 전문가가 있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 동안 한 국가에 머무르며 약품을 조달하고 신입 약사를 교육한다.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인 최정윤(47) 약사를 만났다.

출처: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최정윤 약사.

-이력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1992년 전남대학교 약학대학에 입학했다. 1997년 졸업 후 2005년까지 약국에서 약사로 일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했다. 에티오피아에 2년 4개월, 탄자니아에 2년 있었다. 2011년부터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구호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남을 도우면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돈을 벌어야 했다. 졸업 후 약국에 취직했다. 돈을 벌고 동생도 직장을 구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국제기구 입사를 준비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한 경험을 쌓으려고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해외 봉사를 했다.”


-한국국제협력단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


“한국국제협력단은 공공기관이다. 다른 나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해외봉사단을 파견한다. 현지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격인 정부기관에서 일했다. 의약품 광고 심의를 담당했다. 또 약품 사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면 신고하라고 독려하는 캠페인을 했다. 탄자니아에서는 에이즈클리닉에서 일했다.”

출처: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열·빛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 약을 분류한다. 남수단 약 창고의 모습.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약물 조달이 주 업무다. 유럽서플라이센터(ESC)에서 의약품을 들여온다. 인도 등 몇몇 나라는 규제 때문에 의약품 통관이 어렵다. 그러면 현지에서 대체품을 찾아 약물을 조달한다. 의약품 안전 검사나 품질 평가도 한다. 또 신입 약사를 가르치는 일도 한다. 지금까지 말라위·짐바브웨·라이베리아·우간다·남수단·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와 인도·터키·우크라이나·방글라데시 등에 다녀왔다.”


-계약 형태가 궁금하다.


“국경없는의사회 운영 센터가 후보 파견지 몇 곳을 제안한다. 최종 파견지는 내가 결정한다. 짧게는 한달부터 길게는 1년 정도 현지에 머무른다. 정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65살쯤 은퇴하는 동료가 대부분이다. 은퇴하고 나서 구호활동가로 일하는 의사도 많다.”


-처우는.


“구호활동가는 미션 기간에 따라 기간제 계약을 맺는다. 활동 첫 1년 동안에는 한 달 수당으로 174만5150원을 준다. 2년차부터는 경력이나 맡은 임무 등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한다. 1년 만근 시 25일 유급 휴가도 준다. 또 4대 보험·해외 건강보험·예방접종비·현지 생활비 및 숙식비 등을 제공한다. 숙소는 현지 상황에 따라 호텔에서 지낼 때도 있고, 천막을 친 캠프에 머무를 때도 있다. 가족들과 연락은 SNS로 한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크게 불편한 적은 없었다.”

출처: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남수단 캠프(숙소) 전경.

-구호활동가로 일하면서 좋은 점은.


“나의 도움으로 누군가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건강을 되찾는 걸 볼 때 뿌듯하다. 사망률을 낮추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한 자격은.


“구체적인 조건은 없지만 특정 분야에서 최소 2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들어올 수 있다. 나는 약국에서 7년 일했고 해외 봉사도 두 번 다녀왔다. 대학만 나왔다고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영어나 프랑스어 실력도 있어야 한다. 토익·토플 등 외국어시험 성적은 필요 없지만 인터뷰를 영어로 한다. 그때 자연히 어학 실력이 드러난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약사는 전문직 종사자가 아닌가.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의약용어만 잘 알면 큰 문제는 안 생긴다.”

출처: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최정윤 약사는 2018년 남수단에서 파견 생활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5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있었다. 집단 괴질을 유발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지고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1주일 내 치사율은 50~90%에 달한다. 환자와의 접촉으로 퍼지기 때문에 ‘노 터치(no-touch) 정책’을 운영했다. 동료를 만나도 악수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있는 동안 라이베리아가 에볼라 종식 선언을 했다. 노 터치 정책도 사라졌다. 기뻐서 동료들과 부둥켜안고 춤을 췄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라이베리아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호활동가를 꿈꾸는 청년에게 조언을 한다면.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지원을 망설이는 친구들이 있다. 구호활동가로 일하다가 자신과 맞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그러니 마음이 있다면 일단 한 번 지원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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