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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으로 향하던 유통기한 지난 음식으로 돈 법니다

조회수 2020. 9. 21. 1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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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식품으로 돈 버는 사람들
기한 지난 식품 파는 덴마크 슈퍼마켓, 버린 재료 쓰는 영국 식당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위한 리퍼브 식품점 인기
유통기한 지난 식품 먹어도 크게 문제없어

멀쩡한 식자재의 40%는 식탁에 오르지도 못하고 버려진다.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겉에 상처가 났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리는 게 상식이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한 설문에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지 않고 버리셨나요’라는 질문에 56.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한국식품공업협회는 유통기한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 연간 6500억원이라고 밝혔다. 폐기 비용까지 더하면 약 1조원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려야 한다는 상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리는 사람한테는 ‘음식물 쓰레기’지만 이들에겐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버려지는 음식 기부받아 판매하는 덴마크 리퍼브 슈퍼마켓


버려지는 음식만으로 6개월을 살아본 사람이 있다. 다큐멘터리 ‘먹을래? 먹을래! (Just Eat It - A Food Waste Story, 2014)’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그랜트 볼드윈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반년 동안 버려진 음식을 찾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처음엔 치열하게 음식을 찾았지만 나중에는 이웃에게 나눠줄 정도로 차고 넘쳤다. 버려진 음식을 찾아내는 노하우도 생겼다. 이들 부부가 6개월간 찾은 버려진 음식은 2만달러(약 2200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지출한 식료품비는 고작 200달러(약 22만원)였다.

출처: (왼) IMDb 홈페이지 캡처 (오) 유튜브 캡처
2014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먹을래? 먹을래!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파는 슈퍼마켓이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위푸드(WeFood)’는 세계 최초 리퍼브 슈퍼마켓이다. 리퍼브는 반품했거나 흠이 있는 제품을 손질해 정품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는 것이 합법이기 때문에 위푸드 운영이 가능하다.


덴마크 시민단체 DanChurch Aid가 2016년 2월에 세운 위푸드는 덴마크 대형 유통기업 푀텍스(føtex)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로 기부받는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비롯해 유명 베이커리 등에서 받은 상품을 시중 가격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판매 수익은 저소득층과 개발도상국 지원에 쓴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먹을 수 있는 과일, 채소, 빵 등의 신선식품과 유통기한이 몇 개월 지났지만 먹어도 이상이 없는 가공식품을 주로 판매한다.

WeFood 홈페이지 캡처

세계 곳곳 생겨나는 리퍼브 식품점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인 영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리퍼브 식품점이 등장했다. 버려진 식자재로 요리하는 리퍼브 카페 ‘The Real Junk Food Project(TRJFP)’다. 요리사 애덤 스미스(Adam Smith·32)가 영국 리즈에서 설립한 카페는 버려지는 식품을 요리해 판다. 밥값은 원하는 만큼 낸다. 밥값을 설거지로 대신할 수도 있다. TRJFP는 현재 영국 전역에서 120개 이상의 카페와 10개의 사회적 슈퍼마켓을 운영 중이다.

The Real Junk Food Project 페이스북 캡처

한국에는 ‘떨이’를 파는 B급 쇼핑몰이 2013년 문을 열었다. ‘떠리몰’은 원가 3만6000원 소시지 박스를 8300원에 판매한다. 79% 할인한 가격이다. 누적 회원 수 29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 있는 이 쇼핑몰도 유통기한 때문에 시작했다. 신상돈 대표(35)는 jobsN과의 인터뷰에서 거래 업자의 속 사정을 듣고 사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소비자도 꺼리고 마트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었다.


그는 상품의 유통기한이 가까울수록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그리고 소비자가 떠리몰에서 구매하는 제품이 안전하다고 믿도록 노력했다. 제품의 안정성을 검사하는 ‘스마트 펙터’와 소비자 배송상태 검사단 ‘떠리몰 미스터리 쇼퍼’를 도입했다. 오프라인 장터도 수시로 열어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만 취급했던 떠리몰은 현재 6000개가 넘는 품목을 판매한다. 신 대표는 지난 5년간 매출 규모가 연평균 80%씩 성장했다고 밝혔다. 

떠리몰 홈페이지 캡처

알쏭달쏭한 한국의 유통기한 표기···해외는?


음식을 먹을 때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더 중요하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법정기한을 말한다. 현재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실제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의 60~70% 선이다. 소비기한은 먹어도 이상이 없다고 인정하는 소비 최종 시한이다. 미개봉 식품과 냉장 보관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기한 경과 후 식빵의 소비기한은 20일, 두부는 90일, 식용유는 5년이라고 분석했다.


유통기한 단일 체계인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기한을 같이 쓰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이 미미하고 섭취 후 식중독 증상이 나타날 우려도 있어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소비기한을 쓴다. 판매기한(Sell By Date)·포장 일자(Packaing Date)·최상 품질 기한(Best Before Date)·최상 섭취 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을 복수로 표기해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다.

픽사베이 제공

이경애 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유통기한을 먹을 수 있는 기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버리는 음식의 양이 늘어나 환경 오염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비기한 표시에 대한 정부의 주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소비기한 표시에 대해 부정적이다.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유통기한 단일 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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